6월에 받은 메일에 있던 글입니다.

누런 모래가 까마득히 끝이 보이지 않는 막하연적에서 현장은 100여 리를 가다가 방향을 잃었다. 야마천을 찾기는커녕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현장이 물을 마시기 위해 가죽 주머니를 꺼내다가 가죽 주머니가 그만 손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쏟아진 물이 모래땅 속으로 모두 스며들었다.

사실 물을 잃었다는 것은 사막을 지나는 자에게 치명적이었다. 크게 낙담한 현장은 물을 구하기 위해 네 번째 봉화대로 돌아가려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때 현장의 머릿속에 과거의 결심이 떠올랐다.

“내 처음 서역으로 가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인도에 도착하지 못하면 동쪽으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으리라 결심하지 않았는가. 지금 동쪽으로 돌아가 살 길을 구하느니 차라리 서쪽으로 가 죽는 게 낫겠다.” (92p)

그 다음에는 책에 나오는 문장중 하나가 실려있었습니다.

 

“내가 서역행을 맹세한 후 동쪽으로는 한 걸음도 물러선 적이 없었소. 비록 서쪽으로 가는 길에 죽을지언정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몇번씩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다시 결심하기를 반복하는 저로써는 현장스님과 같은 일관성이 참 부럽습니다. 스님에게도 인간적인 실수나 고뇌가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요. 그래도, 스님은 인도에서 연구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와서 19년에 걸쳐서 1335권의 불경을 번역했다고 합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눈길을 빼앗기고, 두달만 넘어가면 프로젝트가 재미없어지는 저로써는 본받기 힘든 덕목입니다요. 어쨌든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글이라, 적어둡니다.

P.S. 앞의 인용은 대여행가 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라는 데, 저는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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