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 박제영

근황1
죽네사네 하면서 결국은 삽니다
허리띠 조여매고 죽어라죽어라 삽니다
지난 달 아내에게 월급 줬더니 이것저것 제하고 마이너스 50만원이랍디다

근황2
광고 안준다고 기자들이 우리 회사를 조지면 사장이 나를 조지고 나는 술을 조집니다
내가 술을 먹다가 술이 술을 먹다가 마침내 술이 나를 먹어치울 때까지 술을 마십니다
술이 쓰다가 달다가 마침내는 아무 맛도 없습디다

근황3
시 같은 시를 쓰겠다고 한 이십 년 매달렸다가
이제는 시 같지 않은 시를 쓰겠다고 생각중입니다
좃빠지게 살아보니 시가 별 것 아닙디다

근황4
빈터 동인이 내게는 同人인지 童人인지 그도 아니면 憧人인지 자꾸 헛갈립니다
춘천에서 안개의 가장 안쪽을 아주 오래 걸어보았는데 아무 것도 없습디다

출처 : 형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sotong/50051357562 

형,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어제는 말씀드리지 못했더랬습니다만, 저는 형이 쓴 시들 중에 이 시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나면 핑 돕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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