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6일, 오전.

10:07 우체국에서 돈뽑음. 내 신용카드는 우체국에서만 된다. (일본어: 유빈교쿠)
             친구는 나라에 가서 동대사 대불을 보기로함.
10:58 나는.. LOFT 앞에서 문열기를 기다려, 노트를 사고,
11:58 산조대교 동북단 버스정류장에서 오하라행 버스 기다림
             (커피집 아줌마 정확했슴. 자주가신다더니 정말인 듯)
12:05 승차
12:39 잘못내림. 지명 모름. 그런데, 이 마을도 살기 좋아보임.
13:26 오하라 도착
13:45 식사. 950엔이었다.
14:03 산센인(三千院)입장.
              전형적인 일본풍 절집이 무엇인지 보았다. 죽여줌.
              더올라가서 차를 마셔도 되지만, 다음을 위해 남겨둠.
15:00 출발
15:45 교토. 산조. 시조. 등 시내 주유
16:40 또 데라마치 앞 툴리스
저녁먹고, 새벽에 잠.
24:47 잠에서 깸. 잠자려고 애쓰지 말자. 아이폰들고,  ~25:17까지 산보.
산조-작은 개울-시조가와라마치,시조대교.기온. 산조대교로 걸음.


저 왼쪽의 노란 문 안에 LOFT 매장이 있었다. 이번 여행 중에 LOFT에 몇번이나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안에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었다. “다레모 고레모 어찌구 저찌구” 하는 경쾌한 매장 음악도 기억난다. 뭐랄까 별거 아닌 소품들인데 다 사고 싶게 만들어놨던 것 같다.

친구는 동대사 대불을 만나러 나라로 갔다. 사슴도 만나고.

나는 오하라의 산젠인에 가보기로 한다. 첫날 커피샵에서 들었던 그곳이다. 아주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 오하라행 버스는 산조대교 바로 앞에서 탈 수 있었다.


드디어 버스도 타본다. 교토의 버스 기사 아저씨들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기사님들의 통일된 억양. 적당히 낮고 적당히 작은 목소리. “산조에끼..데…스.”

버스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


조금 상류로 올라왔는데 강은 한적한 느낌으로 변해버렸다. 주택가도 더 한적하다.

고야정류장. “다카노”라고 읽어야 할까. 저 너머에 까페가 보였다. 3층 난간에는 입주자모집 간판도 달려있었다. 저 까페 위층에 입주해 보는건 어떨까. 외국인은 잘 안받아준다던데. 그래도, 어떻게 되지 않을까?


교토버스 참 분위기 있네, 하면서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오하라라고 하는 것 같아서 내렸다.


오하라는 시골이구나. 정말 조용하고 쓸쓸한 동네네. 그래도 분명히 어딘가에 안내판 정도는 있을텐데…”산젠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천천히 걸으며 안내판을 찾아다녔다.


주택가 바로 옆에 강이 있고, 공기도 너무 좋고, 한적하고 깔끔해서 걷기에 좋았다.


비밀의 길을 발견하고 저 어두운 공간은 어디로 이어지는 건지 약간 들어가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아파트가 있었다.

아파트에 딸린 것 같은 주차장. 입주자들 이름을 써놓은 거 같다.


비교적 가난해보이는 빌라도 있었다.

저 빌라 옆에서 아주 작은 버스 정류장 표지를 발견하고 한참 노려봤다. 아무래도 이 동네는 “오하라”가 아닌 것 같아. 나 잘못내렸나봐… 조금 기다리니 다음 버스가 도착했다. 배차간격은 30분 정도? 일단 타고 무작정 종점까지 가봤다. 가.. 봤더니.


버스의 종점이 오하라였다.

내가 목적지에 도착한 이때, 친구는 나라 동대사에서 대불을 만나고 있었다.


진짜 커다란 불상이라서, 딱 마주친 순간 말없이 앞에 앉게 되버렸고, 그 다음에는 하염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대불의 콧구멍이랑 크기가 같다는 구멍.


부처님 손이다. 이날 이렇게 친구는 교토의 남쪽에, 나는 교토의 북쪽에 있었다. (그래도 우린 부처님 손바닥안에서..)

어쨌든, 교토 북쪽의 산동네에 도착한 나는, 정류장 앞의 커다란 안내판을 읽어보고, 산젠인쪽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가게들 틈에 채소밭이 있고, 채소밭 맞은 편에 꼬치집이 있었다. 여기서 무려 200엔짜리 꼬치하나를 샀는데, 실패. 이상한 맛. 저 옆집들은 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산젠인에 오르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이 아닐까. 길 한쪽으로는 물이 졸졸 흐르고, 조금만 벗어나면 풀밭이고, 가게들이 계속 있어서 주전부리도 할 수 있다. 서울에서도 꽤 많이 걸어다녔는데,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은 별로 없었다.


각종 절임(쯔께모노)들을 파는 가게가 많았는데, 여름에 이 길을 오를 때는 가게들에서 오이도 판단다. 시원하게 깨물면서 오르면 너무 좋단다.

오하라는 물이 맑은 곳이다. 예전에 오하라의 아줌마들은 밭에서 채소를 키워 쯔께모노를 만들어 머리에 이고 교토까지 내려가서 팔곤 했단다. 다꾸앙이라도 하나 사서 깨물면서 올라갈 껄 그랬다. 아그작, 아그작.


절 앞집에서 점심 해결. 꽤 맛있었다. 대강 들어간 집이라고 해도, 실패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보니까 950엔이네. 저 때는 싸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산젠인.


차를 마시며 정원을 감상하는 곳. 깔끔하게 아름다웠다.

문이 살짝 열려있길래, 살짝 더 열어보았다.


별거 없었다.


이런데서 소화기를 만나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대문.

이 건물이 극락왕생전이라는데 천년이 넘은 목조건물이다. 남에 꺼긴 하지만, 불나지 않으면 좋겠다.


저 천년넘은 법당안에는 굉장한 불상이 모셔져 있다. 영험하다는 느낌이 왔다. 올라가서 한국식으로 절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동자승.


이 절 옆에 가면 호센인이 있고, 거기서 꼭 차를 마셔보라는 후기가 있던 것 같은데, 그건 다음에 오면 해보자고 생각하고 산을 내려왔다.

이 오하라에서 산다는 서양인 아줌마 베네치아에 관한 책.

교토 숙소인 이로하의 지하 욕탕 앞에 손님들 보라고 놓여있는 책이었다. 그때 목욕을 마치고 이녀석을 손에 잡는 순간부터 이걸 서점가서 사올까 말까, 망설였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들어왔지만, 볼만한 것은 사진 몇장 뿐이고 내용은 전부 허브에 대한 것들, 문제는 허브에 관심있는 마누라가 일본어를 읽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타가나만 읽을 줄 알면 사가겠는데…

망설임을 거듭하다가, 귀국하기 직전 고쿠라에서 사버렸다. 여행지에서 살까말까 망설이게 되는 물건은 사버려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대신 짐은 늘어난다.

어쨌든, 오하라… 교토에서 4일이상 머문다면 하루를 투자해서 다녀올만한 곳이었다.


뜬금없는 일본어 한마디.

오오키니: 료칸에서 밥을 차려주시고는 돌아설때면 이런 말이 들려왔다. “오오키니”. 어찌들으면 “오오끼리” 같기도 했는데, 아는 단어들을 조합하면서 고민했었다. 큰.. 나무 둘?. 돌아와서 조사해보니 이게 간사이 사투리로 고맙다는 말이다. “료마전”에서 교토로 보내진 카오도 고맙다고 할때 이렇게 말했다.
“오오키니”…

고유쿠리: 천천히 드세요, 라고 할 때는 “고유쿠리”. 이건 알아들었다. 사투리는 아니겠지만, 꼭 품위있는 교토사투리의 느낌이었다. “유쿠리”는 초보들의 필수 단어이기도 하다.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가 “유쿠리 하나시떼 구다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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