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8일
.

06:33 기상
07:57 지하철
08:25 도요타 사무소
08:35 운전대 잡고 출발 (현재 주행계 : 22473 km)
09:05 고속도로 진입
09:13 과속…
10:04 휴게소 (초코볼 + 물)
11:57 세토대교
12:00 요시마 휴게소

12:50 158km/h
13:39 사누키 우동!

16:13 토사기타가와역 (길 죽인다.)

17:54 고치역앞호텔

20:46 전철타고 라멘.
21:52 고치성 보다.
10:25 빨간 다리.

어제 오쿠노인에서 산신령님들 앞에 섰을 때였다. 뭔가 빌어야 겠는데, 떠오르는 건 별로 없고, 그냥 “잘 놀다 갑니다요.” 라고 인사를 했었다. 여행자로썬 최선의 인사가 아닐까.

나로썬 새벽인 6시30분에 눈이 떠졌다. 저쪽에서 히가시야마의 산신령님이 나를 향해 잘가라고 인사해 주시는 것 같았다. 트렁크를 끌고, 약간 붐비는 전철을 타줬다.

 

우리가 빌린 자동차는 프리우스. P4. 무리했다. 드롭차지까지 하면 무리다. 하지만, 두놈다 요즘 운전에 재미가 들린 상태. 늦바람이 무섭다. 주행거리계는 22473 km.

사무실의 아저씨는 몇번이나 꼼꼼하게 문서를 챙긴다. 이 아저씨는 그나마 괜찮은데, K-7살 때는 참 지겨울 정도로 꼼꼼했다. 처음에 한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너무 덜렁거려서 못만들꺼라고 악담을 했었다는데 일본사람들 꼼꼼한건 지나칠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는 했다. 나는 너무 대강 일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테이크 티켓. 이날 운전은 내가 했다. 미나미교토 IC로 들어가는데, 진입할 타이밍을 놓쳐서 한번 멀리 돌아야 했다. 역주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런건 하지 않았다. 대신 깜빡이 키려다가 와이퍼켜는 실수는 한번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도 와이퍼 실수를 한번했는데, 여행기간은 2주이고 그중에 운전한건 4일 뿐이지만, 난 어떤 시스템에든 금방 물드는 것 같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때 발전기를 돌려서 충전하고, 20km/h 정도까지는 밧데리로 움직인다. 10년넘은 내 아반떼에 비하면 초 첨단 자동차인거다. 저 판넬에 속도도 나오고, 충전되는 중인지 연소중인지도 나온다. 그리고, 10년 넘은 아반떼를 모는 나로써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차가 너무 조용하다.

이건 다른 얘긴데, 저 판넬을 보고 있으면 이게 장난감인지 차인지 구분이 안된다. 안찍어 뒀는데, 이 … 차… 파워버튼이 있었다. 그걸 눌러야 시동이 걸린다.

나비는 내장. 걱정되서 한글 설명문을 열심히 읽어뒀는데, 한자랑 가나만 읽을 줄 알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나는 IQ500 이란 나비를 쓰고 있는데, 이 일본 나비는 IQ500 에 비해 교차로 따위를 조금 늦게 알려주는 경향이 있어서, 진입을 못하고 지나치는 상황도 몇번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주행하면서 익숙해지는 편이 좋겠다.

 

원래는 히메지나 고베에도 들러보고 싶었지만, 좀 무리다. 오늘 고치시까지 가야한다. 경유지를 “사누키”, “기타토사가와역” 으로 축소했다.

일본 고속도로… 달릴만 하다. 도로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는 것이 일본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지방 구석구석까지 이런걸 만드는 과정에서 건설족이니 뭐니하는 부패도 있었다고 들었다.

 

휴게소에 들러서 쵸코볼과 음료수를 집었다. 차에 넣어두고 가끔씩 먹어주었다. 당분과 수분은 긴장을 풀어주고, 집중력도 높여준다. 다만 많이 먹으면 안된다.

오홋. 세토대교다. 8시에 호텔을 나섰는데 12시가 다 되어서야 세토대교에 도착했다. 물살이 센 세토내해에 이 다리를 건설하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단다. 일본 공학의 어찌구 저찌구라고 한다.

나비를 자세히보니 다리 중간에 휴게소가 있는 것 같아 가보기로 했다.

어느새 좌측통행에도 익숙해지고, 새 차에도 익숙해졌다. 일본은 드라이브하기 좋은 나라다. 빵빵거리는 사람이 없다.

 

조기로 들어간다. 표지판에 유출이라고 쓰여있는 것 같다. 요기로 내려갈때는

급커브에 주의해야한다. 저 길로 내려온 거다. 아들한테 만들어주던 장난감 도로랑 비슷하다.

원래 섬이었던 곳으로 다리가 지나가도록 하고, 거기에 휴게소를 차렸다. 휴게소 이름은 “요시마플라자”.
한국 단체손님도 오는건지 한글도 보인다.

 

여기부터 카가와인가보다. 휴게소에서 커피한잔 하고, 사진놀이도 하고.. 다시 출발한다.

다시 다리를 계속 건넌다. 올라올 때 조금 헤맸는데, 어떻게 올라왔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저게 내가 밟은 최고 시속이었을 것 같다. 지금보니까 잘못했으면 세토내해로 빠질뻔했다는 아찔한 생각이…

 

사누키에서 점심을 먹을만한 곳으로

  • 우동집, 야마다야 : 087-845-6522 (자루부까게우동)
  • 나카무라 : 0877-98-4818 (셀프우동)
    * 야먀우치 : 0877-77-2916 (산속, 완전 수제 우동, 히야아츠우동 200엔)
  • 라면집 하만도 0875-72-1985 (11시~15시)

가 후보에 있었다. 자루부까게우동으로 유명하다는 야마다야라는 우동집으로 목적지 설정을 했더니 사카이데라는 곳에서 나가라고 안내해준다.  고속도로를 나오는데, 통행료가 시뮬레이션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나왔다. 혹시 중간에 휴게소 들렀을때 뭔가 일이 있던걸까. 이제는 가급적 국도로 가야겠다.
우리가 목적지로 설정한 야마다야라는 우동집은 시골 동네 한복판에 있었다.

야마다야를 찾아왔는데, 간판은 다르게 쓰여있다. (잘못 찾아온걸까)

미식가가 아닌 나로써도 면발이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쫄깃하달까 탱탱하달까.

하지만, 그래봐야 밀가루. 라멘은 먹겠는데 우동은 영 아니다. 여기도 면을 간장에 찍어 먹는 것 같다. (그게 자루부카케우동이겠지. 이쪽으로는 관심이 없어서 조사도 별로 안했다.)

무조림. 일드 오센이 떠오른다. … 뭐라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우동들 중에서는 최고로 맛있었다. 않좋아하는 나도 맛있게 먹었으니까.

이제 다시 운전대를 잡고 슬슬 국도로 달려준다.

앞으로 나올 산길이 장난이 아닌데… 대단한 분들이다.

길을 찍은 사진은 별로 없다. 대략,  이런 지형이었다.

저 산속으로 강을 따라, 구불구불 구불구불 길이 나있다.

공기도 좋고, 달릴만 하다. 기차를 타고서라도 한번쯤 가볼만한 동네다. 우리나라 산이랑 느낌이 다르기도 하고…

수도 없는 계곡과 다리들을 건너다보니, 오후 4시 무렵 토사기타가와역에 도착했다.
오다쿠들만 아는… “비경역” 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고, 대개는 역무원이 없고, 기차가 잘 서지도 않는, 쓸쓸함이 감도는 그런 역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거기에 소개된 적이있는 “토사기타가와역”.

옆으로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아마도 토사기타가와겠지?)

 

여기에 도대체 뭐하러 역을 만들었을까 싶은.

무인역이다.

아, 진짜 맑다.

천천히 역으로 진입해본다.

 

대기실. 역시 아무도 없다. 무인역이니까. 당근 … 역무원도 없다.

 

비오는 추적추적내리는 일본 깡촌 무인역에서 쓸쓸함을 맛보며 말없이 역내를 배회해보았다.

구석구석 탐험해보았지만, 저게 전부라…

그다지 할일은 없다.

 

찍고,

 

찍는다.

심심할 때 쯤 열차가 지나가 주었다. 한 여름에 이쪽으로 완행 열차를 타고 오면 재미있겠다.

역 바로 앞에는 마을로 들어가는 굴다리가 있다. 몇 가구나 사는지 알아볼까하다 말았다. 배려가 잘 되어있는 거라기 보다는… 낭비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고, 낭비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과 비경역. 흠…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없을 꺼란 생각에, 열심히 쓸쓸함에 흠뻑 빠져주었다.

그리고… 다시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 이날 달린 길이 너무 구불구불해서, 옆에 탄 친구는 토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난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덕분에 사진이 별로 없다. 저녁 6시가 넘어서야… 고치시에 도착.

여긴 침대가 둘이다.

차가 있으니까, 아무데서나 자볼까도 했는데, 이번에 그랬으면 여행이라기보단 고생이 되었을 것 같다. 다음에는 해볼만 하겠다.  운전은 할 때는 잘 모르지만, 피곤하다.

 

내가 놀러다니는 지금도 누군가는 일을 해야만 한다.

고치 시내는 밤만 봤다. 그래도 노면 전차도 타주고…

 

이 지역이 가난하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전차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신음하듯 달렸고, 길 바닥은 (안타깝지만) 우리 동네 아스팔트와 상황이 비슷했다. 패이고, 때우고. 저녁은 가와사키라는 라멘집. THE 라멘에 나왔던 곳이다. ‘오쓰쓰메’를 물어서 그걸 달라고 했다. 맛있었다.

고치시는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이 라멘집도 아이폰과 구글맵이 없었으면 찾지 못했을 것 같다. 애플이랑 구글에 감사.

오늘은 친구가 길잡이를 했다. 이런거 해 본이 사람이 아니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텐데… 나도 그랬었고….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어댔다.

 

앗,
픽시다.

 

료마전으로 관광객을 모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밤의 고치성.

공명의 갈림길에서 야마우치 카즈토요가 마지막에 일국의 주인이 되는 곳. 료마전에서 료마 아버지가 하는 일이 바로 야마우치 가문의 무덤을 지키는 일이었다. 드라마 때문에 친근해진 마음으로 찾아와 본 도시다.

늦어가는 밤, 가족들이 자고 있을 장안동에서 한참이나 남쪽의 섬을 헤매고 다녔다.

시내의 하리마야바시. 라는 곳에서 잠시 사진놀이.

내일은 차를 배에 싣고, 큐슈로 넘어가야한다. 피곤했다.

 

 

Leave a Reply

 

Theme by HermesThemes

Copyright © 2017 돌핀호텔의 기억.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