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TV에서 춘천의 작은 회사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회사가 하는 일은 시골마을에 컨설팅을 해서 유기농, 소비자직거래등이 가능하도록 디자인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장“이라는 회사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자주가는 블로거 이장님과는 다른 곳입니다.)

그때, TV를 보면서 ‘아, 저런 것도 장사가 되는구나’ 라고 감탄했었습니다. 또, 회사의 특이한 구조때문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일반 가정을 사무실로 쓰면서, 앉은뱅이 책상에 컴퓨터를 올려놓고서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일반 가정집에 입주한 사무실은 서울에서도 몇번 보았지만, 앉은 뱅이 책상은 충격이었습니다. 요즘에는 가구회사에서도 그런 것을 파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당시에는 ‘앗, 편하겠다’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어제 그 사무실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커피도 얻어먹고,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숯불구이 닭갈비도 먹었습니다. (철판구이가 아니고, 숯불구이로 하는 건데, 꽤 맛있더군요. 춘천시내는 모두 철판구이거든요..)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으로부터 진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사는 삶이 얼마나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 컴퓨터 하는 사람중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밤새도록 담배를 물고, 세번인가 네번인가 커피를 타마시고, 졸음을 쫓습니다. (사실 별로 졸립지도 않았더랬습니다.)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낭만이라고 생각했구요. 그 모든 일들이,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아주 자발적인 헌신이라면 모르겠지만, 다음날 있을 PT 에서 다운되지 않기만을 바람이라는 점이 저를 압박했더랬습니다.

머피의 법칙이니 뭐니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작업의 목적이 어느 순간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제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맨처음 일하던 곳은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 곳이었고, 누가 강요하거나, 아침 훈시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자긍심과 책임감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창조한 곳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틀에서 생기는 자긍심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더군요.

블로깅하는 분들 중에도, 계속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아, 이건 아닌데…” 라고 하는 분이 계신가하면, “아, 정말 재미있어” 라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뭐, 그냥 제 느낌이..)

다시 이장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진지한 이야기를 해주시던 분은, 그곳의 실장님이신데, “귀농이나, 대안이라는 것은 일, 이년의 시간을 가지고 진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이미 몇년전에 서울에서 건축사무소에 계시다가 내려간 분이었기 때문에 무게가 있었습니다.

돈안되는 사업이란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틀을 자신이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시골로 뛰어든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울에 사는가, 시골에 사는가, 전원주택을 가지고 있는가, 폐가를 수리해서 사는가… 따위가 아니겠지요. 지금 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한가, 그래서 행복한가.. 일겁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진지하게 깨달았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몸은 아직도 아픈건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한의원에 들렸다가, 요가하러 가야겠습니다.

참, 홍천에는 서리가 내렸더군요. 원래, 서리내리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한다고 하는데… 일손이 부족한지 아직도 벼를 걷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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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lunatree October 28, 2003 at 12:14 am

    ‘이장’이라는 이름을 듣고, 어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인데 어떻게 알게 되었지? 하고 한참 기억을 더듬어갔네요.
    작년에 회사에서 Extreme Programming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 있는데, 그때 김창준씨가 교육을 진행했었습니다.
    그 분 위키 페이지를 보다가 누나가 이장에서 일한다는 소개가 있어서 이장 사이트를 가봤었죠. 아마 연구원인 김경아씨였던 것 같습니다. (서핑일 뿐이었는데, 개인에 대한 서핑을 하다보니 왠지 뒷조사를 한 듯한 -.-a)

    그 때도 참 신선하고 기분이 좋았던 발견이었는데, 제권님 덕분에 다시 생각할 수 있었네요. ^^ 한참 기억을 더듬었네요..

     
  2. jinto October 29, 2003 at 2:56 am

    네단계인가요? 역시 좁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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