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핀호텔의 기억

6개월간의 칩거

2014-11-14 13:34:39 +0000 일상의-느낌

법인 대표에서 아무데도 못가는 환자로 순식간에 추락.

이어지는 6개월간의 강제적인 칩거.

멀리 장안동까지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가끔 있어 많이 외롭지는 않음.

어쩐지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사실은 장한평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연극무대 같은 것이고,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출연 준비를 하고 잠시 무대에 나타나는 건 아닌가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비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요즘 가끔 비참함을 느낀다.

내가 스스로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으며,

그저 남이 필요하다는 걸 만들어주고 돈을 받았을 뿐이다.

언젠가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 날이 오면

그날부터 굶어야 하는 존재일 뿐인데

수익이 있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든든한 무기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내 뜻대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되니,

거의 즉시 내 머리에 떠오른건,

앞으로 어찌 먹고살건가 하는 것과 더불어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내가 했던 행동이었다.

나역시 이런 저런 경험이 없지 않고, 함부로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그때 그이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었을까,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때의 그이에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걸까.

‘자애명상’이 나같은 인간에게 필요한거고,

최성현님의 에세이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었다.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어쨌든, 타인은 이 나이에도 여전히 너무 큰 숙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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