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은 머리좋다.

새해의 첫번째 책으로 도올의 금강경강해를 읽었다. 책을 집어던지거나, 강아지에게 물어뜯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꼴불견은 부자가 거지앞에서 돈다발들고 자랑하는 것이고, 두번째 꼴불견은 학자가 자기 학교때 성적좋았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이 사람이 좋아지질 않는다.

아는 형한테서 “그가 말하는 방식으로 그가 말하는 진리까지 폄하해서는 안된다” 는 꾸지람을 들었었다.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있는 사촌형은 그가 “굉장한 천재“라고 말했었고, 좋아하는 선배한테 ‘동양사상을 서양적으로 풀어내므로 무효’ 라고 주장했다가 “아무것도 모르면써 떠든다“고 혼나기도 했었다.

대체로 내 주변의 존경하는 선배들은 다들 도올을 좋아했다. 나도, 이사람의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거나 하면서 ‘아, 똑똑한 사람!’ 이라며 좋아질 뻔했다. 그러나.

  1. 자신은 논리적인 근거들을 들이대며 다른 이의 학설 공격하기를 즐겨하지만, 제자들이 자신의 책사이사이에 논리가 틀어지는 부분을 들이밀며 해명을 요구하면, “그건 방편이다.. 그걸 이해못하나..” 라고 말한다. 방편..

  2. 역시 자기가 학교 때 성적이 좋았다는 말을 늘어놓는데, 그런 것 볼 때마다 ‘이것도 방편인가.. 미친…’ 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 지 자랑하는 것이 무슨 방편이란 말인가. 그건 그냥 잘난체일 뿐이다.

그래. 좋다. 집어던지자. 라고 생각하다가도, 금강경의 산스크리트어 원본과 중국사람들이 번역해놓은 몇개의 판본들, 일본의 판본, 고려대장경의 번역까지 줄줄 풀어내길래 그래.. 뭔가 얻을 게 있겠지하면서 끝까지 보았다.

그런데, 이런 판본들을 이야기 하면서 “여기서는 이 글자를 이렇게 읽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큰스님이라고 하면서도 다들 틀리게 읽는다” 라던가 하는 식으로 구석구석 자랑 하는데에는 끊임이 없었다. 똑같은 말을 해도, 어쩌면 다른사람을 깎아 내리면서 자기의 해석을 주장해야만 하는 걸까.

“마음이 가난한 자”의 해석을 금강경을 통해서 풀어보자 라는 장면도 꽤 독창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 사람 머리는 엄청좋은 것이다.

나는 선배들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뭐, 꽤 독창적이고, 머리도 좋고, 책도 많이 읽었고, 박사고, 한의사고, 그러니까, 하는 말이 다 옳겠지. 라고. 하지만, 끝까지 다 읽은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더럽고, 초라하고, 가냘픈 서생일 뿐이며, 여러분이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말하고 있는 썰이다. 아마 붓다도 예수도 실제 살아있을때는 인간적인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잘난체 하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동양철학이란 것이, 유교나, 불교라는 것이 “어딘가 멀리있는 진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던가?

우리의 철학은 우리 자신의 삶과 내면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수신제가.. 하는 것이지,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모습이 진리에 가까와질 때에 진짜로 공부한 사람이라고 불렀던 것이지, 말하는 것이 그럴싸하다고 존경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내 결론은?

도올. 말하는 것이 그럴싸한 사람일 뿐. 자기 주장하나 펴기위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려야만 하고, 자기가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자기가 떠벌려야 하는 .. 그야말로 머리좋은 자일 뿐이다.

금강경

금강경은 정말 좋은 책이다, 라고 느낀것은 “마음만 먹으면 된다, 심상사성” 이라는 제목으로 “우승택”씨가 지은 책을 보고서이다. 이분은 어려운 말 안하면서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금강경이 사람 마음 움직이라는 책이지, 자기 아는 것 자랑하라는 책이 아니라고 한다면, 역시 다시한번 “도올의 책은 쓰레기다”.

여기서 다시한번.. 그러나.

나는 머리좋다?

도올의 책이 내 마음을 움직이긴 했다. 그이가 말하는 방편이란 것을 내가 잡게 되었나보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그런 문장에 현혹되지 말고, “고요하게 마음을 내어” 놓도록 만들었다. “아상을 없애라”는 말에 귀기울이에 했다.

계속 생각했다. 내가 왜 이렇게 이 사람을 싫어하는 걸까. 지금 이렇게 글을 올리면서도 “선생”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 작자, 자기가..” 따위로 부르는 걸까. 아.. 도올을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서 나를 욕하겠네.. ‘너는 얼마나 잘나서 도올선생님을 깎아 내리는가’ 라고.

누구든지, 자기의 안쪽에 자기가 싫어하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게으름이거나, 우유부단함이거나. 뭐 그런 것들이다. 나는? 나는 내 안의 “잘난체함”이 싫다.

난, 끊임없이 잘난체 한다. “역시 펫쫄드가 최고였지” , “디자인 패턴같은 것은 다 알고있던거를 책으로 낸거잖아요. 암튼, 먼저 책을 내면 임자라니까..” , “그럼, 씨..는 해봤겠죠?”… 아 멋있는 발언들이다. 함수포인터의 배열.. 같은 것을 몇번 이야기 하고 나면, 나는 “굉장히 코딩잘하는 ” 사람으로 인정받고, 연봉 협상할 때도 꽤 유리해진다.

한때는 번역서를 읽고있는 팀원을 벌레보듯한 적도 있었다. “어떻게 엔지니어라고 하면서 원서를 안볼 수 있죠?”

지금.. 은.. 많이 좋아졌다. CVS 설정을 못하겠다고 해도 바보라고 욕하거나 내쫓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일정을 맞추고,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지요.” 클클.

하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라도 밖으로 뛰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잘난체함”이 숨어있다. 그리고, 수시로 나를 자극한다. 길을 가다가도,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저건 틀렸어. 네가 옳아. 그럼, 기다리지 말고 면박을 주자..’.

도올의 책을 본 선배들은 어째서 나와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를 존경하는 걸까. 라는데에서 출발한 자기반성은..

도올의 말투에 대한 비난은, 결국 잘난체 하고있는 나 자신에 대한 비난

이라는 결론까지 오게되었다.

내가… 도올처럼 많이 공부한다고 해도, 결국 “잘난체 하기 좋아하는 인간”을 못벗어날 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결론과 함께.

지금 바라는 것은, 언젠가 이글을 읽으면서 “뭐 이렇게까지 비난할껀 없자나. 태평하게 읽으면 되는 것을..” 라고 할만큼 나의 아상이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죽기전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10 Comments

  1. jinto January 4, 2004 at 2:35 pm

    쓰고나서 한참있다 생각났는데, 언젠가 문화일보였던가의 기자가 되어서 썼던 글이 있었다. 그때 그글을 읽으면서 참 ,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기억력이란 것도.. 참. (일관성인가.)

     
  2. jjuni January 4, 2004 at 4:48 pm

    정말 괜찮고 좋은 사람들은 쉽게 눈에 잘 안띄는 것 같아요.
    정말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다른 얘기겠지만 말이죠.

     
  3. jinto January 4, 2004 at 4:56 pm

    두려운 것은 말이죠.. 저 자신도 말씀하신 후자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땝니다. 전자에 가깝길 바라면서도 말이죠..

    올려놓은 글을 다시보면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

     
  4. bomber0 January 7, 2004 at 7:44 am

    도올에 대한 견해는 저와 많이 다르네요.
    저는 잘난척이라는거 잘 못 느끼겠던데.
    좀 더 생각해 보지요.

     
  5. 가람 January 7, 2004 at 4:58 pm

    이미 스스로 알고 있듯이, 다른사람의 모습들은 그것이 좋건 나쁘건 자신의 모습의 반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부정적인 모습일수록 더욱 그럴겁니다. 그러니 님이 씁쓸해 한다해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도올의 경우 에고가 강하게 살아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걸 느낀다면 저 역시 마찬가지겠고요… 그 사실을 바라보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참된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순서겠지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우리 마음에 너무나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수행자들에게는 끝까지 남아있기 쉽상인데 수행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도올에게도 관용을 베푸시고 스스로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야지요…

     
  6. 묵련 December 12, 2007 at 8:42 pm

    도올선생을 비판 하고도 금강경이란걸 접할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시장바닥에서 선을 할수 있는 그마음을 이해할순 없습니다.

    이 모든것이 본인의 때에 맞춰 온것이라 믿는것은 어떨지요?

     
  7. 박제권 December 13, 2007 at 3:00 pm

    네, 그럼요.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썼을 때… 는 참 오래전인데.. 때에 맞춰 덧글을 달아주시는 센스~

    사실 요새 자꾸 짜증나고 있었는데, 다시한번 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저글의 끝에 쓴 것처럼 죽기전에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요.

    어쩐 인연인지 몇년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참 못난 놈이었네, 라고 돌이키게 해주신 묵련님께, 감사드립니다~

     
  8. 나그네 March 8, 2008 at 12:31 am

    도올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러 읽었읍니다.
    다시 이글을 내가 읽을지 모르지만 님의 생각에 도움이 될까 해서 글을 남김니다.
    우선 현재의 도올선생은 님이 느낀대로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 했듯이 모든것이 그의 방편 일 수 도 있읍니다.
    남들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경전을 해석하고 이건 이게아니고 이거야 라고
    이야기 하고, 내가 이때는 이랬어 하고 말하고 있읍니다.
    때로는 님처럼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도올의 입장에서는 교수와 가르친다는 형식에서
    벗어나, 선배(먼저 공부를 시작한 사람)의 입장에서 지나온 과정을 이야기 한것이라
    이해하고 있읍니다.
    님의 말대로 도올은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며 많은 것을 읽고 공부 했으며
    현실의 많은 글과 이론을 비판하고 많은 말들을 하고 있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모든 과정이 그가 깨닳음을 향해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그가 아직은 빛을 발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많은 만행 끝에 모든 생각을 한 순간에 깨우치는 경지에 이르기를 바랄 뿐입니다.

     
    • 박제권 March 12, 2008 at 11:30 am

      와.. 이글에는 몇년에 걸쳐서 댓글이 올라오네요. 나그네님의 말씀 진지하게 읽게됩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저는 별로 상관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뭐, 알아서 다들 잘 하시겠지요. 이글에 또 댓글 다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니, 몇년동안 바뀐 지금의 저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저 글은, 누가 옳고 옳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요즘은 몇번이나 깨닫게 됩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심상이 현실과 다른 경우에 그것을 “분노” 라는 형태로 내보내는 타입이었을 뿐입니다. 아직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곧바로 분노가 되어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가끔, 제대로 보기도 하고 감정을 덧씌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난체라기 보다는 해보니까 되는 경우도 종종있더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거나 해서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체질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인생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자꾸 바꾸면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아직도 갈길이 멀긴 합니다만, “급”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리저리 방황하다보니 이런 생각도 하게되는군요. 이상입니다.

       
  9. 프린키피아 October 4, 2012 at 7:39 pm

    최근 도올의 금강경에 관한 강의를 보고 우연히 들렸습니다.
    저는 비교적 도올을 좋아하나 아내같은 경우는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많은 지식과 좋은 강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투 및 내용 에서 뭔가 미묘하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느낌을 저도 많이 받았습니다.
    님이 글에 남겨주신 내용은 저에게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듯 많은걸 느끼게 해줍니다. 위에 적어주신대로 생각의 차이에 따른 분노일수도 있겠지만, 내용에 관한 약간의 의견차이나 전달 방식에 대한 짜증 섞인 “우려”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강의를 봤으니 이젠 책을 읽어야 할것 같습니다.

    PS) 같은 연배이시고(90학번) 관심사도 비슷한거 같습니다.괜찮으시다면 가끔 블러그를 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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