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옛날이야기 하나.

다동에서 김치말이밥을 먹을 때, 이렇게 오래된 집들은 조선말부터 있었겠지 생각했었다.

전에 비변사등록에서 발견한 “거추리”라는 이름에 잠깐동안 흥미를 느껴서 글을 올렸었다. 우리나라가, 국사연구를 굉장히 많이 한다고 알고있지만 작은 일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결국은 박사논문꺼리가 없는 쪽에는 연구를 하지 않고있다. 아마 앞으로 학위꺼리가 없어지면 작은 일들에 대해서도 연구하시겠지.

특히나 아쉬운 것은 음양사 따위의 일본 소설에 등장하는 “에도 시대의 상세한 지도”같은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것 같을 때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등의 근대소설에서 약간씩 보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한양의 도로망같은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은 찾기 힘들다.

부산에서 한문학을 강의하시는 강명관 교수님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이런 욕구를 약간은 풀어준다. 역사를 전공한 것이 아니라, 병을 얻어 집에 쌓여있던 잡다한 책들을 정리하다보니 나온 것이 이 책이라고 하시는데, 너무 고급종이를 쓴 것이 약간 아쉬울 뿐 편집도 굉장히 이쁘고, 읽어볼만한 책이다. 묘사가 너무 상세해 가끔 지루해진다는 것도 아쉽긴하다.

1. 구텐베르그

금속활자가 서양문명에 미친 영향때문에 구텐베르그가 유명한 것이고, 우리의 금속활자는 민중에게 지식을 퍼뜨린다는 따위의 역할은 하지못했다. 라고 나온다. 왕조에 대한 역사가 중심이 되는 역사연구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계신듯. 나도, 왕들 이름 외우는 것보다는 실록에 열번도 안나오는 “거추리”라는 여자의 사연이 더 궁금했다.

그래서 이책에는 도둑에 대한 역사라던가, 기생과 술따위에 대한 이야기들만 나온다. 왕은 잘 안나온다.

2. 입당식

도둑들의 입당식에는 마치 중세 서양의 비밀결사와도 비슷한 입당식 절차가 소상하게 소개된다. (73p) 읽고있으면 그대로 소설의 한대목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3. 옛 서울의 주민구성

지금 미대사관 숙소와 백상미술관이 있는 자리는 예전에 상당한 세도가 였던 심상규의 집이었다. 집꾸미기를 좋아해서 고금의 서화따위를 많이 모아놓았었다고 한다.

창경궁의 월근문앞부터 성균관까지는 실질적 치외법권이었던 반촌이었고 이들이 유생들의 숙식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제부터 버스를 타고서 창경궁을 지나면 앞에보이는 서울대병원에서 멀지않은 곳이 예전에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소를 도살할 수 있던 곳이라던가하는 말로 유식한 체를 할수있게 된다. 또는 굳이 유식한체 하지는 않더라도, 나처럼 서울시내돌아다니기를 즐기는 사람한테는 곰곰히 생각에 휩싸일만한 꺼리가 생기는 거다.

그러니까, 인구는 20만정도이고, 종로에서 종을 치면 저쪽에 남대문과 동대문을 닫고, 또 열 수 있을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하고 공기맑던 그때를 떠올릴 수 도 있게 되는 거다.

4. 주막, 사진과 그림

김홍도의 그림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정말로 이런 식으로 생겼었을까 궁금해지는데, 사실 꽤 많이 비슷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그림들이 어떤 감각으로 그려진 것인지 약간은 짐작하게 해준다.

위의 사진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유산에서, 옆의 그림은 요기에서

책을 사준 와리에게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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