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빌려서 그날 저녁에 다 읽었다.

태국 짜끄리 왕조의 왕들에겐 ‘프라밧 솜뎃 프라풋타 욧파 쭐라록 마하랏’ 같은 긴 이름이 있다.  짧게 부를 때는 라마1세, 라마2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 돌아가신 분은 ‘프라밧 솜뎃 프라짜오유후아 푸미폰 아둔야뎃’ 이면서 라마9세이다.

이 책은 라마1세에서 라마7세까지(서기로는 1782에서 1932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중간 중간에 태국어가 함께 나와서 읽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번역어를 선정하고 각주나 미주로 원어를 알리는게 더 좋았을 것 같다. 같은 단어를 다르게 번역한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정부기관 중에 “끄롬 윳타나티깐”이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한번은 ‘전쟁업무부’라고  하고 한번은 ‘국방부’라고 해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업무부’쪽이 좀 더 판타지 소설처럼 보여서 좋았다) 번역어 선정하는 부담을 지기 싫었던 것인지, 의도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읽는데는 방해가되었다.

그외에는 문장도 읽기 쉬웠고 오자도 보지 못했고 내용도 흥미진지했다.

방콕에서 일일투어로 많이 가는 아유타야가 수도였던 아유타야 왕조가 1767년에 망한 다음, 딱신이라는 사람에 의해 짜오프라야강 서쪽에 톤부리 왕조가 들어섰으나 신비주의적 불교에 심취하시고 친한자들에게 이권을 나눠주다가 1782년 부하였던 짜끄리 장군의 쿠데타로 인해 폐위된다. 이어서 짜끄리는 짜오프라야강 동쪽에 수도를 정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웠다.

톤부리 왕조 시기의 태국 지도가 아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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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태국에는 1년에 한번 조공을 바쳤고,  베트남에는 3년에 한번 조공을 바쳤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캄보디아땅 전체를 Siam으로 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라오스도 비슷하지만,  아무튼 저 시기에 동남아시아 전체에 태국의 영향력은 꽤 강한 것이었나보다.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한 국가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잘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영 다른 인종들도 아니고, 우리랑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게다가 아유타야, 방콕, 톤부리  모두 익숙한 곳이고, 우리가 여행가서 보았던 에머랄드 불상이나 왕궁을 건설한 ‘현존하는’ 왕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유적지나 보물들을 보면서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 아주 자세하게 얘기해주고 있다.

짜끄리 왕조 초기에는 각 지방에 토착세력들이 있었고, 방콕에도 세력이 강한 귀족들이 있었다. 세금은 각각 지역에서 대강대강 걷어서 자기들이 가지기도 하고, 사법권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뇌물이 관행처럼 되어있고, 성인은 공역의 의무를 지지만 귀족들에 의해서 사사로이 쓰이기도 하는 그런 시대였다. 거기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왕조의 왕자들과 그들이 신임하는 신진세력들은 영어를 공부하고 서양의 행정체계를 공부하지만, 기존 세력들의 이권이 얽혀있는 경우에는 마음대로 실행할 수 없어서 힘들어하고, 왕족들도 서양의 체제를 곧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잘못하면 시암왕국이 식민지가 될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고,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하게된다.

라마4세는 영국 여성 안나를 왕실 가정교사로 채용해서 영어와 서양문물을 자식들과 비들에게 가르치려고 했고, 덕분에 ‘왕과 나’라는 작품이 나중에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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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율브린너의 모델이 라마4세이다.

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방콕에 있는 쭐라롱꼰대학인데,  라마5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라마5세의 시대를 지나면서 지방의 하위 관리 임명권을 중앙에서  가져간다던가,  세금 징수체계를 정비하는 등등 행정제도가 근대화 된다.  이 과정을 책에서 꽤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의외로 재미있다.

그리고,  이후에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시달리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영토의 상당부분을 빼았기기 시작했다. 태국이 독립을 유지한 것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고 설명한 부분도  있고,  왕실이 그때그때 빠르게 판단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주로 외국 학자들이 ‘완충국’설을 지지하는 것 같다.

다음의 지도는 영국과 프랑스가 뺏어간 땅을 표시한 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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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정제였던 태국은 1932년 인민당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나고 입헌군주제  국가가  된다.  ‘후아힌에 계시던 라마7세는 방콕으로 올라와 쿠데타 지도부를 만났고, 지도부는 인민당 성명서의 내용에 대해 사죄를 구했다. 라마 7세는 모두 용서하고 헌법안을 수용했다’  라고  하는데,  무혈쿠데타로 절대왕정이 폐지되는 장면은 짧지만 인상적이다.

책 뒤쪽에 참고 서적 목록이 있는데,  모두 모두 번역되면 좋겠다. ‘왕과 나’의 원전이라고 할만한 안나의 책 ‘시암 궁정의 영국인 가정교사(The English Coverness at the Siamese Court)’도 읽어보고 싶다.

 

빌려온 책이라 컬렉션은 아니지만,  어쨌든 북컬렉션 카테고리에 쓴다.  몸이 좋아지니까,  취미생활에 대한 의욕도 살아난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문명5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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