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요시모토 바나나다.

문장자체가 이런 저런 아기자기함으로 가득차있다. 자신에 대해서 솔직한 시선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대목도 많다. 여행하는 동안 계속 이 책을 읽었고, 그래서 수첩에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우울한 문장들만이 남게 되었다. – 베트남에서 106~ 107p

라고 수첩에 적어놓았다. 중요한 부분인 것 같지만, 지금 읽어보면 왜 적었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이국의 하늘을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문장을 읽으려니 괜시리 감동같은 것을 느꼈었나보다. 그 옆에 적어놓은 210p 는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었고, 224p 는 혼자서 남자를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비행기에서 착륙할 곳 (사이판)을 바라보며, 흥분해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그런 장면이었다.

“여행에는 이력이 나있는 그도 눈을 반짝이며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이렇게 늘 감격에 젖어있는 것이리라, 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을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키듯 잠재워 두었다가, 부풀려서는 마침내 다른 출구를 통해 문장으로 써낸다.”

옮겨적기까지 하고는 이렇게 부연설명을 해놓았다.

누군가 나를 이런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한없이 깊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오랫동안 나를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반짝거리는 눈을 한번 감았다가는 나 또한 나른한 눈이되어 그를 바라보게 되겠지.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라고.

내가 타인에게 필요로 하는 건 따뜻한 말한마디와 다정한 눈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정도로 이기적인 인간이다.

어제는 그동안 블로그에 올린 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았고, 방금 “암리타”를 다 읽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시기는, 원래부터가 방황해야만 하는 시기였다는 걸 알게되었다. 몇번이나 깨달았었지만, 조급한 나는 깨닫는 것이 곧 졸업하는 것인 줄로 착각하고 이제 됐군, 하고 끝난 채 하곤 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게 마흔이 되었든, 내일 모레가 되었든, 마음에 와닿을 때까지 잠잠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따라가는 걸, 조금씩은 하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모든 좋은 소설이 그런 것 처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책으로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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