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들과 둘이서 하루를 보냈다. 저녁 먹이기, 숙제, 이닦기까지 해결하고 재우기 미션을 수행하는데 갑자기 ‘죽으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라는 문제를 주심. 아들아… 그건 나도 잘 모른단다.

가끔 잠자리에서 엄마한테 말하는 걸 들은 적은 있는데, 나한테 직접 물어오니 뭐라도 얘기는 해야했다.

“아들, 얼마 전에 이빨하나 빠진 적이 있었지? 그거 빼기 전에 며칠동안 계속 치과 갈 걱정만 했었지? 그리고는 어이없게 쑥빠져서 허탈하게 웃었었지? 걱정할 때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기억하니? 빠지고 나서는 어떤 느낌이었지? 빠질 당시에 느낌을 보면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였지? 죽는 것도 아마 비슷할 것 같아.”

“그런데, 이빨은 빠진 다음을 알지만, 죽는건 그 다음을 모르잖아요.”

“그건 아무도 몰라. 그래서 다들 천국이나 지옥이나 윤회같은 걸 생각해 낸 거야. 아빠 생각에는 죽은 다음에는 아마 편안해 지지 않을까 싶어. 지구랑 합쳐지는 거잖아. 그렇게 편안하게 지내다가 이번 생에 경험들이 잘 정리되고 나면 다시 태어난다던가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다른 경험을 하는거지. 그러면서 계속 성장하는 거 아닐까. 아빠 생각에는 그게 제일 맞는 얘기일 거 같아.”

“…”

“지금은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배우고 어른이 되고, 암튼 살아갈 날들이 많아. 당장 내일 학교가면 친구들이랑 노느라고 정신없을거잖아. 그렇게, 사는 동안에는 재미있고 가치있게 살아가는데 집중하면 되는 걸꺼야. 아빠는 법륜 스님이란 분이 말씀하신 ‘우리는 길가의 저 작은 풀이랑 다르지 않다’ 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사는 동안은 사는데 마음을 쓰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왜 밤이면 이렇게 나쁜 생각이 드는 걸까요?”

“그건 마음을 쓸 곳이 없어져서 그래. 낮에는 밥먹고 게임하고 노는데 마음을 뒀는데, 지금은 어둡고 조용하니까, 떠오르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 거지. 무서운 느낌이나 생각은 나쁜게 아니야. 자연스러운 거야. 피하려고 할 필요는 없어. 생각이 많아질 때는 아랫배에 두손을 얹고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거에 집중해봐. 그러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야. 생각 알아차리는 연습을 계속 하다보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생각에 끌려가지도 않게 될꺼야”

호흡에 집중하며 생각 알아차리기를 잠시 가이드 해주니 아들은 어느새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아들이 밤에 두려워 하며 품는 의문은 내가 어릴 때 밤에 품었던 것이다. 아들의 두려움을 다독거리느라 애쓴 밤이지만, 실상 치유된 것은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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