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순신에 관해 글을 썼던 작가 김훈이 대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집은 돈이 없는 관계로 동생에게 빌려서 읽었는데, 김훈의 수필은 그럴싸하긴 했지만, 강한 무엇이 없었다. 그저 그랬다. 그 다음에 실린 소설도 그저 그랬다.

그저 그런 소설들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중간에 실린 소설들을 다 건너뛰어버렸다. 글은 그럴싸하고, 페이지수도 잘 채워주고 있지만, 마치 나의 블로그처럼 말만 많을 뿐 임팩트가 없었다. 모른다, 그중에 좋은 작품이 있을지도. 하지만 너무 더워서 읽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버렸다.

마지막에 우연히 발견한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역시 박민규.

이번에는 좀 이상하게 시작한다, 싶었는데, 어쨌든, 빨리 읽히고, 끝까지 읽었고, 재미있었고, 강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박민규는 계속해서, 좀 놀면서 하지, 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 선배가 몇번이나 메신저로 버그 얘기를 하고 싶어했다. 느낌이 왔지만, 그 일은 하기 싫어요. 라고 내가 먼저 말해버렸다. 끌리지 않는 일은 할 수 없다.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너무 재미없어 보인다는 충고를 들었다. 맞다. 인생은 원래, 아주 재미있거나 아주 신나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재미있고 신나게 살려고 무지하게 애쓴다.

너구리가 되지 않고, 인사부장에게 고추를 물리는 삶은 재미있을 리 없다. 적어도, 그 일이 끝난 후에라도 너구리를 만나야 한다.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라고 말해야 한다.

 

One Comment

  1. 엄마쟤흙먹어 August 11, 2004 at 5:56 am

    자취생활이 생각나는군요. 배고픔에 허덕이던 시절 친구가 사온 너구리를 끓여먹으며.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_-; 죄송합니다. 그냥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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