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옮겨적는 중이다. 이때까지는 아직 푸켓이었고, 치앙마이로 올라오는 길에도 뭔가를 끄적거렸다.

반타이 리조트, 다른 사람 자는 데 껴서잤다.

어제 단체로 푸켓에 들어오던 대만인지, 홍콩인지, 한국인지 모를 신혼부부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는가? 건너편의 방들은 모두 모두 커튼을 쳐놓으셨네 그랴.

머릿속에 건너편의 방들에서 각각 열심히 뭔가를 했을 꺼란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우리는 그런대로 종족보존에 성공하고 있는 거야. 잘하고있어. 친구들!

9월7일 10시

내일 떠나기로. 찰리님을 못보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는 혼자하는 여행을 시작해야한다.

오전에 항공권도 연장하고, 버스표도 샀다.

9월 8일 1시 버스

푸켓-수랏타니, 버스

‘두크’ 라는 더치를 만났다. 한참동안이나 요몬지다이, 박정희, 태국왕실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중간에 자기가 오토바이 수리 맡긴 곳에서 내렸다. 바다가 가끔보이는 길. 카오락. 폭포들이 있다는 산. 좋은 길이다.

두시간 동안 담배를 안피면, 몸이좋아 지는 걸 어딘가로부터 느낄수 있다. 한대 피우고나니 다시 원상태로. 혼자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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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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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랏타니 역.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다. 간신히 후져보이는 가게에서 쌀국수를 먹는데, 드디어 팍치가 입에 들어왔다. 입으로는 ‘행주빤 냄새’가 나면서, 코로는 ‘어 향긋하네’라고 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날 이후로는 못먹는 것 없어졌다.

저, 더운 역사에 혼자 앉아서 베르나르의 ‘여행의 책’을 읽었다. 한참이나 땀을 빼고난 후에야 에어컨 나오는 기차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어쨌든, 무엇이든 물어볼 일이다.

차안에서는 ‘서양철학사’를 시작했다. 그리스 철학을 방콕가는 침대칸에서 읽는 것. 꽤 해볼만한 일이다. 세상은 도대체 무었으로 이루어졌는가 말이다.

나는 내가 완전함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굳이 그런 가정을 의심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톤이 이데아를 말하던 대목인가. 그쯤에서.

사실 내 사유는 항상 불완전하며, 세상과 나는 분리되어있다.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암튼) 그럼, 발전이라도 하고 있나?

그런가?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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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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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이렇게 의자를 침대로 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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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새벽에 방콕에 들어선다. 후알람퐁역 근처에는 빈민가가 있다. 어디나, 중앙역 근처는 빈민가 아니면, 사창가 아니면, 밤마다 홈리스로 가득차는 사무실지역이 되는 건가봐.

9월 9일 아침 7시 훨람퐁
이때, 방콕에서 헤매볼까, 했었다. 왜인지 그러기 싫었고, 다시 역으로 들어가 기차표를 샀다.

방콕에서 좀 쉬었다가 가려고 했는데, 취소. 곧바로 치앙마이행 8시 30분 기차를 타기로 했다. 일찍 가보자.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갈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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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덟시에는 국가가 울려퍼진다. 아무생각없이 의자에 눕듯이 기대있는데, 갑자기 알수없는 음악이 나오더니 사람들이 몽땅 기립! 한다.

에.. 안 따라할 수 없잖아? 나도 일어나서 함께 기립! 해준다. (사진엔 안나왔다..) 언젠가 우리도 비슷한 기억이 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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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런 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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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집도 나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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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평야다. 평야가 다섯시간인가, 일곱시간인가 계속된다.

옆자리에는 나보다 훨씬 굴러가는 발음의 영어를 쓰는 태국아줌가가 앉았다. 람팡까지 가신단다. 친절하고, 친절하고, 친절하다.

작품을 남기려면, IS기능이 있는 10배줌 카메라를 항시 들고다니면서 언제라도 찍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컴퓨터 전문가가 되는 거랑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아니면 삼일정도 노려보다가 한컷을 건지는 아저씨를 흉내낼 수 도 있다. 어쨌든, 요즘엔 별로 재미없어졌지만, 그래도 가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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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평야다. 그런데, 이 기차는 대우중공업에서 만들었거든? 속으로 약간 기분이 좋았었어. 아… 대우중공업.

그런데, 바로 저 사진을 찍는 순간. 기차는 멈춰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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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들이 뭔가를 고쳐보지만, 반 텡남이란 역에서 삼십분이나 수리를 했지만, 그 후에도 세번이나 멈췄어. 밀림 한가운데서 밖은 벌써 어두워저가는데, 전기도 꺼져버리고, 아.. 이대로 여기서 밤을 세우겠구나.. 했지만. 어쨌든 다시 출발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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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팡을 지나면서부터 바깥풍경이 갑자기 정글로 변했어. 정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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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정글.

결국은 해가 진 후에야, 비가 쏟아지는 치앙마이 역에 도착했다. 몇번이나 협상을 하다가 한명의 미국인과 함께 빗속을 뛰어다니면서 방을 구했다.

열두시를 넘겨서 화이트하우스라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갔다. 썽태우는 40밧을 달라고 했다. 크리스, 서른살 워싱턴 디 씨에 사는 미국애랑 같이 빗속을 뛰어다녔다.

이집 주인아저씨는 말이 없는 분이었지만, 우리에게 양주와 밥을 쐈다. 쏘셨다.

그런데, 술따르는 모습을 보니까, 어른이 따르면 젊은 아저씨는 두손으로 컵을 잡던데, 이건.. 우리나란가? 싶었다.

주인 아저씨 친구라는 할아버지는 방콕이 살기에는 좋은 곳이고, 죽기에는 치앙마이가 좋은 곳이라서 말년을 여기서 보내고 있다고 했다. 늙어가고 죽어가기에는 좋은 곳이란다. 그런 것 같다.

그 할아버지는 말이지.. 일생을 퍽커(fucker)로 살아오셨단다. 하지만, 한번에 한여자하고만 살았다고 했다. 새겨 들을 일이다.

침대에 누워도 정글이 떠오른다.

정리하다 보니 할아버지 말이 떠오른다. “Bangkok is good to live, Chiangmai is good to die.”. 그리고, 침대에 누워도 정글이 떠오르던 그 생생하던 아이가 희미해져 버려서 슬프다. 이러지 말고, 생생하던 그때로 돌아가보자.

 

2 Comments

  1. 맘미 September 21, 2004 at 4:21 am

    마지막 말이 인상적인데요^^
    많이 타구 혼자 있길 즐기시는거 같습니다.
    아로나민 골드 잘드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2. 빨강머리앤 September 21, 2004 at 5:37 am

    뭐…정글정글..좋구만..
    굴고 셀카는 저렇게 찍는건 아닌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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