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열두시

빠이에서 길을 걷다가 하늘을 보거나, 외곽에 게스트하우스를 구경하던 길에 빠이쪽을 쳐다보았을 때, 숨이멎고 미칠 것만 같았다.

쟝그리니에가 알제리의 풍경을 보고 끄적거렸던 그 느낌과 비슷하다. (섬.. 인가?)

십년전에 최초의 게스트하우스였던 리버롯지의 생머리 아저씨는 여기가 그저 메홍쏜으로 가는 경유지일 뿐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무나 보면 인사한다.

 

오토바이타고 지나가던 할아버지도 눈만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준다. 내가 먼저 보낸 웃음보다 훨씬 환하게.

마을 사람들 모두가 밤마다 모여서 자아비판이라도 하는 걸까. ‘아 동무는 어째 아까 웃지 않았소?”

천성이고 문화란다. 일단은 ‘손님’이라고 생각해준다. 이삼십년 전의 우리나라 시골과 똑같다. 지겨울 만도 한데, 계속 친절하게 대한다. 미친것 같다. 나도 같이 미쳐가고 있다.

화가나도 끝까지 표현하지 않는 것이 타이사람들. 한번 화나면 칼질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게 이사람들 문화란다. 마이뺀라이.

 

비가 좀 그치는가 싶어지니, 살수차가 돌면서 마을길을 씻어낸다. 금방 깨끗해졌다. 자기네 마을을 이쁘게 가꿔가려 애쓴다. 여기가 앞으로 종종 오게될 곳인가, 한국에서 비슷한 곳을 찾아낼 것인가.

 

지금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글쎄, 살아간다고 하는것은 기본적으로 생존의 문제다. 오늘 밥은 무얼 먹을까, 혹은 먹을 수 있을까의 문제다. 오늘 밤도 혼자서 지내게 될까. 너무 힘든데, 꺼토이라도 꼬셔볼까하는, 그런 문제다.

매일을 자판이나 두들기면서 월말이면 구좌에 돈이 들어오는 것. 당연하게 기대하며 살다보니, 기본 적인 것을 잊어버렸다. 천국이든 뭐든 생존인거다.

경쟁일 수도 윈윈일 수도 있겠지만, 생존을 떠난 곳에 윈윈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로 구루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선택의 폭은 훨씬 좁아진다.

요가든 명상이든 태극권이든 매일 매일 하면서 자기를 수련한다는 것,. 그게 뭔가? 더 모르겠다. 어쨌든 슬픔이나 낙담보다는 즐거움과 희망과 성공인 거다.

그냥 그렇게 산다고, 생존하고 응응응하고 먹고 자고 한다면, 그러다가 죽는다면 허무한가? 너무 허무한가?

나의 이데아는 혹은 에이도스는 단전에 있나? 그래서, 죽더라도 영원한 무엇이 ‘종교적인’ 무엇이 아랫배 혹은 엉치뼈쪽 어딘가에 있는 걸까? 그렇다고 느껴진다. 영원한 생명이 있는 것 같다. 혹은 그렇다고 믿게된다.

프린트해온 내 블로그를 다 읽었다. .. 잘.. 살고 있어. 잘 해내가고 있어.

9월 13일

1. 그래 하루 하루 먹고 사는 거다. 당신이나 나나. 그게 피해를 줄수도 있고 도움을 줄수도 있어.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내게. 그게 1번이야.

2. 내가 당신것을 뺏으면서 사는거, 라기 보다는 계속 무언가가 생겨나는 거,라고 하는게 더 좋겠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살고 움직이고 먹고 싸고 하는 것 처럼.

빠이의 태양과 나무들 처럼말야. 무언가를 뿅! 하면서 만들어서 당신과 나눠갖는 거야. 그지? 그게 좋겠지? 이쁘잖아. 이게 2번이야.

3. 그게 끝이냐고? 아니야. 세번째는 세상자체이고, 이데아고 거시기야. 아랫배에서도 찾을 수있고, 눈을 들어 하늘을 봐도 만질 수 있어. 오래전에 그리스인들도 그랬고, 인도사람들도 그랬어. 천천히 믿음을 갖고 찾아가는 거야. 그게 3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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