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3일

오늘 저녁은 궁상을 떨어본다.

맨밥(카오빠우) 5밧
마마컵라면 12밧
돼지꼬치두개 10밧.

합이 27밧. 900원?

그리고, 쌩솜을 샀다. 70밧.

쌩쏨은 괜히 샀다.

외롭다. 아주 많이.

친절하고 항상 웃는 사람들의 속에는 귀찮다, 는 감정도 있을 수 밖에 없다. 오밧짜리 맨밥을 파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십오밧짜리 볶음밥을 파는 사람에 비해 귀찮음이 강할 수 있다. 사실 십밧짜리 커리덮밥을 파는 아줌마가 제일 친절했다.

당신들도 나도 살아가고 있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잘 살아가라는 웃음이다. 고마운 미소들이다.

‘우주변화의 원리-한동석’을 시작한다. 한자와의 싸움이다.

그건 그렇고, 간만에 제대로 고기를 넣어주니까, 체한것 같다. 마니또님의 선물 ‘위청수’를 쓸때가 됐다.

밤이 되니, 또 비가 쏟아진다. 푸어링 레인이라고 하는 것.

홀딱벗고, 반바지 하나만 입고 비를 맞고 들어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한다. 시원하다.

9월14일

이것 저것 정리했다. 그동안 생긴 비닐 봉지와 노란 고무줄로 정리했다. 호텔에서 집어온 바느질 장비가 두세트나 있다. 약들, MD 포스트잇, 비누, 고추장 등등.

총 16590바트가 남았다. 언제 돈이 들어올지는 모른다. 11월24일 비자만료일까지 게기기로 했다. 안들어오면 굶는다. 좋다.

럭셔리한 삶이다.

아보다야, 라는 이쁜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열여섯살짜리 츨럿이라는 아가씨가 상당히 이쁘다. 앉아서 책읽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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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다야. 럭셔리하게, 20밧에 생강꿀차를 마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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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변화의 원리는 이런 책이다.

반바지에 런닝만 입고서 어슬렁거릴 때보다, 잘 차려입고 모자까지 쓰고 돌아다닐때 더 잘 웃어주고, 더 친절하다. 친절과 웃음.

끊어야할 집착인지도 모르지만, 서로 상대가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동료로서 칭찬해주는 것. 그런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이 잘 해나가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일본애는 보이지 않아. 한국인도. 서양여자 혼자다니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애들은 왠지 어젯밤에 마리화나를 하고 잔것 같은 느낌이라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차라리 남자애들이 편하지.

9월14일
꿈.

또. 한참 싸웠다. 나는 분명 잘못한 것이 없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목이 뻑쩍하다. 싸워서 그런가봐. 꿈이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민망하다.

꿈이야 어찌됐든, 오후가 되니 너무 너무 편안하다. 아무것도 없고, 15밧짜리 커피와 담배한모금 그리고, 책.

산과 나무들이 나에게 기운을 주고있는게 틀림없다.

50쪽을 넘기면서 우주변화의 원리는 재미있어지고 있다. 읽을만한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재미있어 지고 있다. 정명, 오행등등. 한시간동안 앉아있다가, 서서 운동을 해주고 나니, 굉장히 좋아졌다.

책을 덮고, 쌀국수를 먹는데, 아무생각이 없다. 정말로 편하게 앉아서 쌀국수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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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도 배가 고플까봐 과일을 사왔다. 비타민을 먹어줘야 해.

마늘 처럼 생긴 망고스틴이 더 맛있는데 까고나면 손이 빨개진다. 나중에 배워보니 깔끔하게 까는 법이 있었다.

오늘은.. 이런 꿈을 꿨다.

산꼭대기에 있는 관광지에 갔다. 온천, 이라고 했다. 자그마한 상점이 있었다. 차도쪽으로는 약간 높이가 차이지고 그쪽에 아저씨들이 모여서 ‘내가 이런걸 봐서 뭣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시보니, 온천보다는 뜨거운 늪지 같았다. 작고 귀여운 흰 강아지를 보았다. 상점이 있는 쪽으로 들어서는데, 위로는 천막같은 것이 쳐져있었고 갑자기 작고 하얀 강아지를 줄에 묶어서 뜨거운 늪지쪽으로 보내고 있었다. 무슨 종류의 쑈를 하고 있었다.

나는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되어 두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랬더니, 상점가 전체가 갑자기 어디론기 위잉하면서 움직였고, 레일이 보이더니 어떤 종류의 궤도 열차가 되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내려갔다. 아, 이렇게 하는 프로그램이었구나, 무슨 래프팅 같은 것이었나보다. 중간에 레일이 360도 회전하는 자리에서 심장이 벌렁거리며 깨어났다.

9월15일

시장에서도 가깝고, 200밧에 커피무제한 물공짜라는 팜하우스로 옮겼다. 무엇보다도 타일로 사방이 정리되어있고, 침대다리가 철제로 바닥과 떨어져있어서 바퀴는 없을 것 같았다. 바퀴와 함께 자는 것을 상상하고 시작한 여행이지만 몇군데 빨갛게 부어오르고 나니 생각이 바뀐다.고산족이 사는 마을에 식량을 싸들고 올라가야 진짜 생존인 걸까?

어쨌든, 바퀴랑살고, 모기랑 싸우고, 비오는 날 빨래하고, 길거리에서 꼬치하나 먹고. 그러고 살아가는 것도 해볼만 한걸.

9월 15일

자기전엔 항상 배가 고프다. 영국인이 태국여자랑 결혼해서 7월에 차린 레스토랑에 가보았다. 영국인들은 항상 말한다. “미국애들이나 호주애들은 영어를 못해. They can’t speak english.”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니, 엔지니어보다 편하진 않을껄. 라고 한다.

그리고, 영국 남부 사투리는 비비씨영어랑 좀 달라, 좀 굴러가는 것 같았다.

9월 16일

꿈.

또, 지구 최후의 날. 돈을 넣어두려고 은행에 가서 금고를 열심히 조작했다. 하지만, 은행금고가 지구 최후의 날에 무슨 소용이 있지?

그냥 포기하고, 컴퓨터 관련 기구들도 버렸다. 하지만, USB카드는 챙겼다. USB용 마우스를 쓰려면 필요할 꺼라고 누군가 말해줬기 때문이다.

이게.. 뭔 꿈인가?

아무튼, 닭들 때문에 자려고 해도 더이상은 불가능하다.

서양 철학사 , 우주변화의 원리 모두 백쪽을 넘겼다. 이틀 빼먹은 요가를 하고, 실바명상을 제대로 했다. 항상 목부분의 긴장을 푸는 과정에서 실패했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했다.

하는 도중에 가슴에 화가 차있다고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몸으로 느꼈다. 이리저리 보내보아도 풀어지지 않는 긴장이 상체에 붙어있었다.

그건 팔굽혀펴기나 쪼그려뛰기를 해서 몸을 움직여주고, 다른 곳을 집중해줄때서야 풀어질 것 같았다.

간만에, 성공이다. 많이 풀어졌다.

다시 배고파져서 나갔다 오는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가 소이빈으로 만든 우유같은 것을 주었다. 맞있다.

쌀국수집에서나, 주인아저씨나 맛있어요, 라는 말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갑자기 몇분간격으로 같은 단어를 물어오는것, 나는 신비주의자가 될수 밖에 없어.

그래봐야 오이시를 더 많이 쓰실텐데요… 놀랍게도 주인아저씨는 감사합니다, 도 알고있었다.

한남동 뉴욕스테이크에서 먹은 몇만원짜리 소고기랑, 길거리에서 먹는 육백원짜리 쌀국수랑 어느게 더 맛있을까?

이 근처에 비싼 호텔이 생긴다는게 싫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데, 작고 보잘것 없는 자기 마을에서 한달이 두달이고 머물러주는 외국인 손님들이 얼마나 고마울까. 이제 돈맛을 알아버린 아저씨 아줌마들이 되가면 어쩌나, 다시 왔을 때도 지금 모습 그대로면 얼마나 좋을까.

이건 나의, 역시, 욕심이다.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마주치기만 하면 웃어주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좋아. 그게 예의라고 생각하든 뭐든간에 말야.


9월 17일

의지가 아닌, 차분함으로 산과 나무들에 기댄다는 느낌으로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고 있다. 잘 된다. 이건 火의 기운을 水의 기운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土의 기운을 사용하는 걸까?

목을 풀어줄 때, 손을 안대는 쪽이 더 심하게 풀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위험할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9월 19일

오늘 낮에는 온천에 갔었다. 좋다. 50밧.빨리 돌진해서 어딘가까지 가보고 싶다는 욕심. 그게 행복이 될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 지금으로썬 예상조차 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어릴때처럼 사는 것이 최선의 행복은 아닐 수 도있고, 그럴 수도 있다. 자꾸만 망설여지게 되고, 주저하게 된다.

여자를 보면… 그이가 생각난다.

저개발국가라는 말이 떠올랐다. 열여섯살 짜리 여자애가 써빙을 보고 주방에서 일한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서 ‘오늘은 주방일 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길거리 상점에 꼬마애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37밧 짜리를 사고, 40밧을 주었는데, 얼마를 거슬러주어야 할지 모른다.

‘개발’은 광산이나 석유보다는 사람들속에 있는 가능성을 꺼내고 발휘할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

태국이 저개발국가인지 아닌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150원짜리 꼬치를 먹으면서 여기가 천국이라고 느낀다. 싸니까, 또, 사람들이 착하고, 아직은 욕심에 끌려다니지 않고 있어서.. 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저개발’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그런데 말야. ‘오늘은 저 주방일해요~’라고 환하게 웃던 열여섯살짜리 ‘츨럿’이 말야. 나보다 더 행박해보여. 착각일까?

인터넷 서핑하러 가는데, 아가씨가 어젠가.. 낮에 온천에서 나를 봤단다. 가지 친구랑 자기도 갔었단다. 하아.이제 이 동네서 조금만 더 있으면 된다. 나는 빠이 이장이 될수도 있어.

누군가가 피플지랑, NW호주판을 주고 가셨다. 헉. 내가 딱 싫어하는 타입의 잡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샤론스톤이 엉덩이가 작아졌다던가. 드류 베리모어의 촌스런 사진으로 웃기려는 기사들. 너무 좋다. 이틀은 볼수 있겠어.

서점에서 중고로 40밧씩 주신거란다.

여러가지 선물을 주고 가셨다. 머.. 외롭진 않아. 심심하지도. 내일.. 일어나봐야 알겠지만.

P.S. 저때 “츨럿”이라고 알았던 아이는 사실은 “럿” 이다. “이름이 럿이다” 라는 말을 태국말로 하면 “츨럿” 이된다. … 쩝.

 

One Comment

  1. 빨강머리앤 September 21, 2004 at 5:52 am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그책(우주변화의 원리)이 재미져지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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