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고 온 책이 아니라, 며칠전에 푸켓에 들르셨던 아는 분의 선물이다.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을 수 밖에 없는 책. 읽는 동안, 만약에 이 책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하루키였다면, 그래도 내가 하루키 팬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나는 이 책에서도 무언가 나와 꼭 들어맞는 것을 찾아내고서, 지금처럼 하루키 소설속의 무대를 아이디로 쓰고 있을 것 같다.

30여 년이나 지난 이야기 – 그렇다.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그만큼 자꾸만 고독해져 간다.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은 고독에 익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연속된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불만을 토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불만을 털어놓더라도 도대체 누구를 향해 털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 216쪽

어차피 서울에서의 삶도 여행같은 것이겠지만. 여기에서 바라보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삼박사일의 일정으로 푸켓을 완전정복하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은 바로 몇달전의 내 모습이다. 숙제를 해치우듯 열심히 준비하고, 도착해서는 바쁘게 돌아다닌다. 가이드 북도 안들고, 그저 지명만 듣고서 떠났던 경험이 있다고 내심 그들앞에서 뻐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여행은, 그런 것을 내가 해보고 싶었으니까 했던 거고, 패키지 여행객들을 향한 시선은 조금 다른 것, 안타까움이다.

호텔선택은 신중하게 하지만, 한번 결정하면, 함부로 바꾸거나 취소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택한 그 호텔에서 한달씩이나 조용하게 책을 읽고, 수영을 하면서 지낸다. 이게 백인들의 휴가였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호텔예약변경과 취소요청을 받아야한다. 나로써야 상관없는 일이지만, 또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없다고 본다면, 이 정도의 수고는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안타까운 점은, 우리가 휴가 (여행이 아닌, 휴양으로써의) 조차도 숙제처럼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어제 태국인과 미국인이 함께 식당에 들어와서 “김치찌개”를 주문했었다. 조금 말을 붙여보니, 그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삼성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일하지 않는 동안에는 술을 마신다.”

맞는 말이다.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한국의 기술자는 잠을 자지 않습니다.”

호주에 물건을 팔러 갔을 때 우리의 경쟁력이 무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저 말을 함께 간 사장님이 뱉었을 때, 굉장히 무안했었다. “그래, 우리는 그런 곳에 살아.”

사람처럼, 쉬면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아직, 쉬면서 일하면 안되는 위급한 상황을 살고 있는 것 같다.

 

2 Comments

  1. 빨강머리앤 October 25, 2004 at 10:16 pm

    졸린 아침이야..
    우울로 떨어져 있다가
    꾸역꾸역 출근하고..
    왜 이렇게 지겨운지..모르겠당 ^^

     
  2. 권지현 October 30, 2004 at 1:01 pm

    무리한 배움에 치여사는 애들이나, 돈을 벌 기회조차 행운이 되어버린 어른들이나…언제쯤 9to5처럼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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