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하수 노 이수”. “웨하스 의자”란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사각형의 부서지기 쉬운 과자, 웨하스로 만든 의자.

나는 책 표지를 만드는 사람이 택하지 않은 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짐승.
나는 짐승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어둡고 조용한 국수집 방에서.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서로 다르고, 고독한. 그런데 대체 뭐라고, 사회 따위의 환상을 만들어냈을까.
애인과 대학원생은 아직도 벌레 먹는 식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228쪽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상력이다. 닥치지도 않은 죽음과 고통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상때문에 괴로워하고, 심지어 죽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상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현실이다. 혼자있는 자신을 한번이라도 보고 나면, 다시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자꾸만 엉덩이를 땅에 붙혀보지만, 그래도 가끔 그 순간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실은 가끔 적나라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그 두가지 순간을 모두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작정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순간도, 혼자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도, 모두 가만히 쳐다보기로 작정했다.

원래 작가란 사람들은 그래야한다. 우리가 회피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그들은 들춰봐야한다. 가끔은 그런 용기가 만들어낸 글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모든 불안이 떠나버렸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원래 그런 글은 없는 건데, 내가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사랑밖엔 무엇이 답이 되겠는가, 라는 결론도 상투적이었다. 하지만, 달리 답이 있을리가 없다. 박상륭이라면 다른 결론도 가능할까?

그나저나, 이 한밤의 우울 모드는, 기(氣)가 허한데다가 이런 소설을 읽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일은 등산으로 기를 보충하려는데, 소설한권이 두시간이나 잠을 못자게 막았다. 두시간동안 폭 빠지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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