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e travels of a t-shirt in the global economy”. 직역하면 “한장의 티셔츠가 지구 경제권을 돌아다닌 여행기”라고 하겠다. 번역서 제목은 “티셔츠 경제학”.

우선, 번역이 깔끔하다. 읽기 편했고, 원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번역해주었다. (이렇게 하는게 정말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이 책을 잡은 이유는 최근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의 논지와 현장에 적용했을 때의 현상에 대해 궁금해졌기 때문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쩌다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데 제목이 그럴싸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지도 까먹었다. 요즘 이렇다.)

어설프게 선택한 책 치고는 굉장히 성공한 편이어서, 어제 저녁에 빌려와서 방금전에 다 읽었다. (요즘엔 한꺼번에 다 못읽겠다. 나 머리 아파효)

사실 얼마전에 중상주의이론에서 부터 신자유주의까지 대강 훑어보기만 하고 시험을 봐야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봐둔 이론들이 생각의 기준이 되곤 했는데, 문제는 대강보기만 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경제정책을 취해야 하는거지?” 라는 지점에 이르면 할말이 꼭. 막혀버려서 답답시러웠다.

게다가 학교때는 자신만만하게 이런 저런 이론을 늘어놓던 선배들도, 요즘에 뭔가를 물어보면 “글쎄…”라고 말꼬리를 흐리곤 해서 역시 답답하게 만들곤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짐작했던 그 원인을 알게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티셔츠 이야기는 어떤 이론을 검증해주거나 반박해주지 못하며, 무역이나 세계화에 관한 논쟁을 명쾌하게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해결되지 않는지는 짐작하게 해준다.

저자는 경제학자이고, 대다수 경제학자는 자유무역을 지지한다. 하지만 세계화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WTO가 비난 받기도 하고, 심지어 회의장 앞에서 자해를 하기도 한다.

도대체 자유무역이 무엇이고, 보호무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대답하기 힘들지만, 겉으로 포장된 그럴싸한 이름표의 안쪽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누군가의 밥그릇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밥그릇의 주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가의 여부도 중요했다.

미국에서는 각종 단체와 로비스트들이, 이권을 위해서 이런 저런 규제를 요청하거나,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거나, 혹은 규제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한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로비스트가 필요없다. 대신 민의 수렴또한 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의 목화산업이 아직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이 책의 주요 테마중 하나다. 어째서 그럴까?

그 이유중 하나는 목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목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목화의 양을 제한했었는데, 이에 대해 섬유공장들 측에서는 ‘더싸고 좋은 중국 목화를 수입하게 해달라.’ 는 불만이 있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섬유공장쪽에도 역시 “지원금”을 주고 있었다.

이를 합치면 2000년기준으로 40억달러라고 한다. 미국의 대 아프리카 원조액수보다 큰 금액이다.

이런 것을 보호무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호무역으로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 미국의 이런 보조금이 WTO 위반이라고 욕을 하는 바람에 더이상 지속하기도 힘들어졌다.

어쨌든, 중국쪽에서는 이런 저런 장벽들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이런 저런 옷들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사실 덕분에 중국의 시골에서 아무런 재미도 없이 살아야만 했던 아가씨들이 상하이의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귀걸이도 사고, 연애도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책에는 중국의 시골과 공장, 미국 노예들의 생활에 대한 기록 따위들이 사실적으로 쓰여있다. 어쨌든, 시골에 아가씨들이 더이상 있기 싫어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미국식 소비 문화 때문에 다들 잘못된 물이 들어서 그렇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소비문화든 뭐든 자기가 싫어하는일을 다른 인종이나 성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공장노동이 농장노동보다 더 쉽다고 느끼고, 깔끔한 옷을 입거나, 거리의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공장에서 한달에 한번 “월급”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그 맛을 본 사람은 절대로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간의 교역이 막혀있었다면 그 아가씨들은 중국의 시골에서 살고있었을 꺼고, 그러면 윈난이니 뭐니하는 곳들의 임금은 지금보다 더 쌌을 꺼고, 그러면 내가 태국 북부에서 편하게 쉴수있던 것 처럼, 중국도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남아있을 건데, 이 사람들이 돈맛을 알아서 자꾸만 호텔비도 올리고, 물건도 팔려고 든다, 라고 할 수도 이겠다. (나는 여전히 못사는 동남아에 가서 싸게 쉬다가 오고 싶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내 이런 생각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그리고, 그동안 반세계화주의자 및 나이키에 압박을 넣었던 시위대들 덕분에 산업혁명 당시의 공장노동자 (주로 12살 미만의 아이들)에 비하면, 현대의 중국 노동자는 그래도 나아진 편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100년전보다 나아졌다는 거다. 살만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경제학이 힘든 학문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한두가지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그런 이론을 경제에 적용한다고 해도 원하던 효과가 그대로 나오기 보다는, 잡다하고 신경쓰이는 여러가지 부작용들도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 어렴풋했던 의문은 “어째서 중상주의도 해보았고, 자유주의도 해보았는데, 또다시 신자유주의니 뭐니하는 말이 나오는 걸까?” 라는 초보적이고 피상적인 것이었다.

읽고난 후의 감상은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중상주의,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같은 이런 저런 시도들을 계속해서 해야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것인가보다.” 하는 정도.

시사인에 실렸던 기사중에 ‘학교급식에는 한우를 쓰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겠다’ 라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어느 학부모가 ‘그게 WTO 위반이 되는거라, 우리가 그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바보같은 소리한다’고 하던 것이 떠오른다.

누구나 타샤 할머니처럼 조용하게 정원이나 가꾸면서 살다가 가고 싶겠지만,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권자, 그리고 넓은 시장을 가지고 싶어하는 기업가들 덕분에 그러기 쉽지 않겠다.

P.S. 이런 방면으로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혹 그런 사람이라면 입문하는 느낌으로 읽어볼만 하다.

 

4 Comments

  1. 하보영 July 8, 2008 at 8:10 pm

    제 블로그에 남겨주신 덧글 보고 찾아왔습니다.
    전 중국 관련 챕터를 번역했답니다. 나머지는 다른 분이. 흐흐.

    티셔츠 경제학,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표지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안티라 팔리지 않은 책으로 기억합니다. ^^

    혹시 경제학 콘서트 1권을 읽어보셨나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저자 팀 하포드의 생각 자체는 동의할 수 없지만, 잘 쓴 글이기도 하고요.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찾아서 읽어보세요.^^
    (이 책도 중국 관련 부분은 제가…)

    멋진 서평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촉디 July 9, 2008 at 7:37 am

      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도 읽어볼께요~. 감사합니다~ ^^

       
  2. thinkr July 9, 2008 at 4:14 am

    우와~ 벌써 다 읽으셨어요? 그리 쉽지 않은 책 같았는데, 가공할 독서력이십니다. 흔히들 자유무역이나 세계화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놓는 아주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정치적인 부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이 더 중요한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세계화니 국제경제니 하는 것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원인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촉디 July 9, 2008 at 7:38 am

      마음, 맞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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