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컴퓨터 – 도서출판 흐름

도서관 한쪽 구석에서 찾아낸 책이다. 서점에서는 이미 절판.

컴퓨터를 켜기전에 우선 컴퓨터에게 절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다. 경건하게, 사무라이가 칼을 대하듯이, 그렇게 컴퓨터를 마주하라고 한다.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71쪽에 우화가 하나 나오는데, 다른 책에서도 이미 본 이야기지만 한번 더 옮겨본다.

검도를 배우려고 찾아온 한 열성적인 젊은이와 스승과의 대화.
“사부님, 제가 부지런히 수련한다면 검술을 익히는 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아마 10년은 걸릴 거야”
“제가 목숨을 걸고 매달린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글쎄. 한 30년은 걸리겠지.”
“사부님, 제발 농담은 그만 하시고 알려주십시오. 가능한 한 짧은 기간에 배울 수만 있다면 어떠한 고통도 희생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말일세, 아마 70년은 걸릴 걸.”

책에서는 이 우화의 교훈이 “느긋해지라” 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느긋해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느긋해지는 것의 전단계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 전단계라는 것은, 즐기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밤을 새워도 시간이 아깝다던가, 하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야한다.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 10년이 걸리던, 70년이 걸리던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한 세월 보내고 나면 컴퓨터 잘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이 구절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돈을 버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CMA와 MMDA 통장을 만들고, 펀드를 기웃거리면서 하나씩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진다면, 작은 돈이라도 점점 불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그런 것은 내 취향이 아니야. 경제가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얘기를 들어도 알 수가 없어, 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6년쯤 전에 통장 잔고가 꽤 높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여러가지 운도 따라주었었지만,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실제로 MMDA 통장을 비롯해서 6개정도의 통장을 만들었었다. 그때는, 은행의 상품들을 인터넷으로 뒤지고, 지점에 가서 찌라시를 집어오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어떤 일이든 그런 자세면 된다.

별로 상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절판된 것이라 구하기도 힘들겠지만, 어쨌든 링크를 걸어둔다.






젠 컴퓨터10점
필립 토시오 수도 지음, 이사야 옮김/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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