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에서 기억나는 것을 적어둔다.

얼룩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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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사자에게 공격당해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죽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쫓기는 동안이나 죽어가는 동안 얼마나 강한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너무 생생하게 떠올리지는 말자.) 원래 투쟁 혹은 도피, 라는 스트레스 반응은 이럴 때 필요한 장치였다.

위협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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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란 “내가 위협으로 인지하는 것” 이라고 했다. (로버트 새폴스키인가가)

얼룩말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만 스트레스를 받는다. 문제는 사람.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보고 살짝 웃기만 해도, 혹시 나를 비웃는 건가, 의심하기도한다. 그리고 어깨가 긴장되고, 심장이 빨리 뛰면서, 공상속에서 그이와 싸움을 벌일지도 모른다.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이니까, 공황따위에 걸린 것이겠지. 그러니까, “위협”으로 인지하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건을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말은 “국지적/파국적”이라는 단어였다. 어떤 사태를 맞이했을 때 “이제 나는 끝이구나, 다들 나를 우습게 볼꺼야” 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그건 “파국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반대로 “잠깐 힘들고 마는거지, 다른 재미있는 일도 있을꺼야”라고 받아들이면 그건 “국지적”인 것이다. (어디서 봤던 개념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내 사고 방식을, 위협과 파국적방식에서 도전과 국지적 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

MBSR 7가지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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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려 하지 마라. non-judging
인내심을 가져라. patience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간직하라. beginner’s mind
믿음을 가져라. trust
지나치게 애쓰려 하지 마라. non-striving
수용하라. acceptance
내려놓아라. letting-go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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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싸나, 혹은 MBSR수업에서는 7가지 태도를 유지하면서 몸과 마음을 주시하는 연습을 한다. 우선은 외부의 사건, 몸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수용하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진도가 나갈수록 내 생각까지도 주시하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그런 일을 할 수록 (이제 겨우 5주차 주제에 너무 앞서나간 것일지도 모르지만) 균형이 잡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은 안잡히는 상황이 더 많지만, 간혹 머리가 벌이는 상상 놀이에 몰입하지 않고, 지금_여기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분명 진도가 약간은 나간것 같다.

균형의 중심에, 그 한가운데에 몸과 감각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자아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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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운좋게도, 내 생각이 보일 때 투쟁 혹은 도피에 대한 뿌리깊은 “습”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얼룩말이 느끼는 당연하고 절박한 위협이 아니다. 생명에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 내가 만들어낸 “생각”일 뿐이다.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이 기능을 구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신만 차린다면, “예상 못한 이슈가 발생해서 일정 연기를 하게되었다.”는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건 업무일 뿐. 이빨로 나를 물어뜯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클라이언트를 죽이는 상상까지 한적도 있다. (어쩌면 그도 나를 죽이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날마다 반복되는 일정의 압박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고 변명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상황을 과도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나는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는 너에게 존중을 받아야 하는데”, “네가 감히, 내가 어떤 사람인데” 따위의 내가 만들어낸 집착이었다. 나의 자아상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어깨를 긴장시키지 않고도 판단하게 될 때가 있다. 그저 담담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만, 이런 저런 이슈가 발생해서 금요일로 미뤄야겠습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별거아닌 단순한 대화이지만, 나로써는 큰 발전이었다.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혹시 이 자아상이란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하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선생님은 “MBSR의 기초는 위빠싸나이고, 궁극에는 불교적인 자아해체가 있다. 하지만 어떤 기대나 판단을 하지말고, 현재 벌어지는 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고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이라는 부분에서 non-harm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다. 넌하밍. 마음에 드는 단어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혹시, 클라이언트를 물어뜯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면, 충고하나 하자. (죽이거나) 죽고 싶지 않다면, 빨리 일을 그만두고 운동이나 해라. 스트레스는 공황장애같은 신기한 놈만 불러오는게 아니다. 그리고, 일 그만둬도, 굶어죽지는 않더라. 좀 싼걸 먹을뿐.

 

 

3 Comments

  1. hochan December 8, 2008 at 1:57 am

    저 돈 받으면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명동에 인도/네팔 음식 맛있게 하는데 찾았어요.

     
  2. humble February 12, 2009 at 5:46 am

    정말 멋집니다. “일 그만둬도 굶어죽지는 않더라.”

     
  3. jjuni February 22, 2009 at 12:26 pm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신다는게 대단해보여요.
    저는 노력과 수련이 부족한 탓인지 살아갈수록 원형으로 회귀하는 속도가 빨라져서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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