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되면, 당신의 LP들을 이쁘게 들을 수 있게 해주겠노라 약속했었다.

다행히 이번엔 조금 더 넓은 집이다. 중2가 되는 아이에게도 자기 방과 침대를 줄 수 있었다.

턴테이블 가격에는 끝이없었지만, 들어본 브랜드 중에 제일 저렴한 녀석으로 질렀다. 요즘엔 턴테이블도 블루투스가 되는구나.

해드는 오후에 낡은 판을 올리고,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꽤 좋아진다.

함께 지른 야마하 사운드바. 입출력 단자들도 적당하고, DLNA 도 지원한다. 아파트에서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상자안에서 자고 있던 CD들을 하나씩 깨워서 시놀로지(NAS)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오래된 아이패드를 시놀로지에 연결드렸다. 시놀로지에서 DLNA를 지원해주니 되는 일이다. MBC, KBS들이 인터넷라디오를 꽁꽁 싸매두지만 않았다면 더 완벽한 환경일텐데 아쉽다.

도배를 고민하다, 몇군데 페인트칠만 하기로 했다.

다른 벽은 노란색으로 채워주었다. 아내는 젊을 때 인테리어 공사를 해본 적이 있다.

필요한 도구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필요한 만큼 나와 아들을 부렸다.

너무 작은 집에서 살다가 갑자기 공간이 넓어지니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한동안 택배아저씨가 매일 매일 오셨다.

이사온지 한달 쯤 되었는데, 오늘에야 마지막 가구가 왔다.

마님은 새로운 환경에 만족하시는 것 같다. 계속 초록이들을 들여놓으신다.

이사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끝난 것 같다.

한밤중에 내 방에 앉아 거실 풍경을 그려보기도 한다.

고요한 밤에 아내가 모아놓은 식물들 사이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보면, 이 나이가 되어서야 어릴 때 꿈꾸던 것들을 갖추었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내 아이에겐 자기 방이 있구나 하며 안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초록이들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