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얼마나 많은 “여행”을 하게될까. 기대된다. 될 수 있는대로, 많이 했으면 좋겠다.
출국전에 손에 든 돈은 착한아저씨가 보내준 10만원과 통장에 있던 9만원, 동생이 나중에 갚으라며 보내준 5만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그중에 2만원은 방콕에 아는 분께 책을 두권 사드리라고 했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누구더라?) 의 “달”과 아사다지로의 “프리즌호텔 1권”.
“프리즌호텔은 1권만 보면, 4권까지 몽땅 보고싶어지는 책이라 고문이 될꺼”라고 했더니, 다음에 나갈 때 한권씩 사다드리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출국층의 서점에는 두권모두 없었다. 따라서, 무라카미류의 “69” 를 사다드렸다.
내일 방콕-푸켓으로 일주일간의 여행을 하기로 했다. 반년이나 다녀와 놓고서 또, 무슨 정신으로 이러는지는 말하기 힘들다. 나도 모르니까.
그저 가고 싶어지면 가고, 기회가 생기면 가기로 했는데, 실제로 그리 되었다.
사실 가고 싶은 곳은, 끄라비 아니면 빠이인데, 여행이 가능하도록 해주신 일행들이 “푸켓”을 선호하는 것 같다.
유럽인들이 두어달전에 호텔예약을 한다던가, 하는 것을 부러워해놓고서, 나 역시 출발 직전에야 예약을 집어넣었다. 방콕에서 19달러짜리 호텔을 찾아냈다. 라이브채팅인가 하는 것으로, 예약을 했다. 이메일로 받은 바우처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체크인 할때에나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용한 동네에 갔었다. 남은 돈을 모두 써버리겠다는 심정으로 갔지만, 사실 돈은 별로 남지 않았었다. 자연주의 컨셉의 호텔이었다.
자연주의를 추구해서인지, 관리를 안해서인지, 벽에는 쥐구멍이 있었고, 쥐도 있었다. 귀여운 얼굴을 드러내면서 나와 친해지려했다. 사진은 2층 테라스에서 찍은 것인데, 나무들이 키가 컸다. 저 대나무로 만든 듯한 벽에 쥐구멍과 쥐가 있었다.
호텔안의 길은, 여기가 빠이인가 싶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있었다.
여기는 호텔 근처 바닷가.
푸켓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직항은 쓰나미때문에 중단되었다. 따라서 방콕으로 올라갔다가, 항공권을 구해서 들어오기로 했다.
다섯달을 여행했는데 뭔가 얻은 것, 혹은, 변한 것은 없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귀국후에 처음 업계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러 갔을 때, 선배가 물었다. “여행하면서 좀 얻은 게 있나?” 나는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별로 얻은 것도 변한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도 생각해두지 않았다는 걸 부끄러워하면서 대답했다. “뭐, 그냥, 여행한거죠.” 선배는 말했다. “여행 제대로 했군.”
나중에 생각해보니, 꽤, 그럴싸해 보이는 대답인 것 같았다. 하지만, 혼자 앉아있을 때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얘기를 나눌 때면, 자연스레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서 바뀐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드디어 서울입니다. 금요일 새벽에 도착했는데, 집에 컴퓨터가 맛이 갔기도 했고, 바깥 날씨가 너무 춥기도 했고, 또, 아직 여기가 어딘지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 이제서야 코엑스몰 반디앞에 있는 컴퓨터에서 귀국신고를 합니다.
이런 긴 여행은 후유증이 심각하다고들 말씀해 주시는데, 정말 심각합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딘지 가끔씩 혼란스러워지곤 합니다. 어쨌든, 여기는 “서울”입니다.
저,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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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박 : welcome back! (2005-01-24 21:58:30)
와리 : 살들이 늘어났다가 바짝 긴장하고 있겠군요. 잊혀지지야 않겠지만 잘 적응할거라 봅니다.
여행을 시작할 때는 매일 매일 쓴 돈을 계산하고 정리했었다. 하지만, 넉달을 넘기게 되니까,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쓴다, 는 정신으로 생활하게 된다.
숙박은 서울가든에서 했고, 저녁식사도 가급적 서울가든에서 해결했다. 저녁은 불고기를 주로 먹었는데, 뭘 먹어도 4달라에서 5달라 사이였다.
앙코르왓을 보고 싶다면, 가기 전에 먼저 책을 읽고 가는 것이 좋다. 확실히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신화가 만든 문명, 앙코르왓” 이란 책이 그런대로 볼만했다. 가기 전에 다 읽기에는 좀 지루하지만 읽을만 하다.
어딘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여동생이다.
말했나? 앙코르왓 여행은 힘든 거라고?
우리는 이틀째부터 일정을 확 바꿔서 (어차피 이전에도 서울가든에서 주신 일정표와는 따로 노는 일정이었지만) 대강 대강 놀기로 했다.
지붕이 열리는 봉고였다. 이게 얼마더라?
기본적으로 앙코르왓은 “국립공원” 이다. 게다가 개발이란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농촌 한가운데에 있는 폐허. 공기가. 공기가 너무 맑았다.
앙코르왓이 인간이 만든 최고의 돌무더기네 어쩌네 하는 말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거기 공기가 맑았다는 점이다.
새벽에 일어나 천년전에 지어져서, 몇백년동안 밀림속에 버려져있다가, 겨우 얼마전에 발견된 폐허를 찾아가서, 빵을 먹는다.
타프롬.
요기는 영화에 나왔던 바로 거기
계속 그곳.
앙코르 여행은 꽤 힘들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여행자다운 자세.
동생이다.
저건 뿌리라기 보다는 “손”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겠다.
프놈바켕
저녁때는 석양이 이쁘고, 높은 곳이라 앙코르왓이 보인다는 “프놈바켕”에 올라갔다.
프놈바켕이다.
내 머리에 가마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일곱배정도 줌으로 땡기면 이렇게 보인다. 사실은 굉장히 작아서 앙코르왓이 보여요, 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몇백년전의 유적지에서 달을 찍었다. 어쨌든 여기는 폐허. 달과 어울렸다.
선셋을 대강 봐주고 내려와 버렸다.
앙코르왓의 정문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뒤편으로 “앙코르 까페”란 곳이 있다. 음식도 깔끔하고, 11시까지인가 조식 메뉴가 있었다. 싸다. 그곳에 있던 고양이다.
시간이 남는 것 같아서, 앙코르왓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사방에 이런 아가씨들이 새겨져있다. “데바다”라고 했다.
여기는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곳. 실제로 도서관이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쉬기에 정말 좋은 장소였다. 현지인들도 여기저기 누워서 자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뜨거운 곳을 거닐다가, 가끔씩 쉬기위해서 그 먼 흙길을 달려왔다.
이번에는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았다. 역시 사원의 중심에는 부처님이 있었다.
다음날 투어의 시작은 빡세이 참끄룽. 이름도 이상하지.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루니가 쓴 책에는 뭐라고 되어있긴 한데, 기억나진 않는다.
“빡세이참끄룽”이라는 사원이다.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스타마트에서 샌드위치인지 햄 버거인지를 사서 이곳 오래된 폐허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빡세이 참끄룽에서 아침을 먹는다. 정말 공기가 맑았어.
앙코르 톰
앙코르 톰 남문.
이렇게만 보면 뭔가 섹슈얼한 느낌의 조각들이지만, 사실을 우유의 바다를 젖는 중이라고 했다.
앙코르 톰에는 건물을 지을 당시의 생활상이 새겨져있다고 했다. 그중에는 애기를 낳는 산모도 있다고 해서 한참을 찾았다.
저녁다섯시에 다음날부터 시작하는 3일짜리 표를 사면 그날 저녁부터 쓸 수 있다고 했다. 해서, 저녁때 앙코르왓에 가보았다.
여기가 바로 앙코르왓이란다.
저 손가락 같은 것은 “나가”다. 나가.
나가는 뱀이다. 부처님이 수행하실 때에 자기 몸으로 감싸서 보호해드렸다던가하는 뱀이다.
사진으로 볼 때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눈으로 마주대하고 나면, 도저히 올라갈 마 음이 생기지 않는다. 여행자들이 굉장히 많이 가는 곳이고, 왠만해서는 사고가 나지않는다 고 믿고싶겠지만, 사고가 난다. 발목을 크게 다친 사람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쨌든 올라가고 나면, 일종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방콕은 태국의 수도. 전승기념탑인지 민주기념탑인지 근처에 있는 섹소폰이라는 라이브 까 페에 갔었다. 이 친구, 후까시가 굉장하지 않은가?
이날 태국의 국왕께서는 70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나는 업소에서 일하면 귀에 안좋다더라, 라는 말씀을 하셨다. 덕분에 짭새들이 잘나가는 업소만 골라서 단속을 하러 나왔었다. 연주 자들은 약간 짜증을 내긴 했지만, 그래도, 단속이 끝나고 난 후에는 더 큰소리로 연주를 해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태국은 이 동네에서는 제일 잘나가는 나라다. 미얀마라던가, 라오스 라던가, 캄보디아라던가. 그런 곳에 가보면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앙코르왓에 갔었다.
다들 여기서 찍는다는 포인트를 찾아갔다. 왼편 호수의 끄트머리.
나도 찍었다.
신혼부부도 옆에서 찍고 있었다.
여행기, 라기보다는 그냥 사진첩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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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 : 늦게 올리네..하긴 난 올리지도 않았당..쩝 (2005-01-13 05:19:47)
원래는 오늘부터 항공권을 구해서 한국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랬습니다. 헌데, 며칠만 더 있어야 할 듯 합니다.
걱정해주신 분들이 계셨는데 오늘에야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 코창에서 나와서 방콕에 도착했더랬습니다. 저와 동생이 머물던 코창은 태국 동쪽 해안이라서 해일 피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어찌 어찌 전해듣긴 했었는데, 방콕나오면서 신문이랑 방송을 보니까, 너무 피해가 심하더군요.
별일이 없는가 하고, 푸켓쪽에서 알고 지내던 분들과 선라이즈에 전화해보니, 한국인 여행자들의 소식을 확인하고, 병원이랑 시청을 오가느라 정신이 없으셨습니다. 이미, 한국으로 들어간 상태라면 모를까, 아직 방콕에 있는 상태면서 모른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는 씨엠립.
캄보디아에 왔다. 한번은 봐야한다는 생각때문에 이번에 질러봤다. 앙코르왓. 좋다. 한번은 봐야 할 곳임에 틀림없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온 것이 다행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고 싶은데, 꽤 힘들어하실 것 같다.
내일까지 있다가, 다시 방콕으로 나가서 아란-뜨랏-코창으로 가려고 한다. 동생이 한번은 바다를 찍고 들어가고 싶어하는 관계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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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ry : 뉴스보고 깜짝 놀랐어요. 해일로 인해 별일 없으신지.. (2004-12-26 12:25:01)
hanti : 저도 지진+해일 소식 때문에 걱정되어 왔는데… (아직도 태국에 계신가 착각) 캄보디아에 계시니 안심입니다.
I’m in Donmooang airport, waiting my sister. I’m staying at Sam’s Lodge in sukumvit soi 19. FY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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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cet : Don’t you come to NANA Plaza in BKK? I bet you’d like that place with pleasure. Good luck. (2004-12-19 22:59:59)
자, 이제 방콕으로 갑니다. 식객생활을 받아주신 푸켓썬라이즈 큰조이님이랑 둘째조이님, 그리고 카놈찐님께 많이 많이 감사드립니다. 그저 워드파일을 조금 작성해드리고, 홈페이지에 글몇개 올리고, HTML 태그좀 봐드리는 정도.. 그 정도 일을 해드리는 거로, 임시직원 비슷하게 대우해주셨습니다. 해변에 나갈 때도 데리고 나가시고…
여행사 일이 어떤 일인지 대강은 알 수 있었습니다. 아.. 정말 힘든 일이더군요.
이제 방콕으로 가서 동생과 소녀님을 만나고, 삼일동안 럭셔리한 방콕투어를 진행합니다. 저는 방콕은 잘 모르고, 별로 알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세상이겠지요.
비자런을 하러, 라농으로 갔다가 카오속에 들렀다, 왔습니다. 3일 걸렸습니다. 라농의 미얀마 이민국이 미얀마의 “해피버쓰데이” 로 인하야 단축업무를 한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라농에서 하루 잘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쪽은 SUTA게스트하우스가 깔끔하고 이뻤습니다만, 거기 사진은 없습니다.
푸켓에서 태국 본토로 나가는 다리입니다. 사라신 다리. 짧은 다립니다. 저 다리를 건너서, 여섯시간정도를 달려 라농에 도착했습니다. 넓은 나랍니다. 버스.. 버스.. 버스..
라농에서 하루자고, 태국이민국에 들렀습니다. 관공서는 다 똑같습니다. 어쨌든 시키는 대로 뭔가를 끄적거렸습니다. 하기전엔 떨리지만, 하고나면 하나도 안무서운 것이 공문작성과 국가고시죠.
잠시만 여기 있다가. 비자런을 하러 캄보디아나 말레이지아에 갔다와야겠다. 그리고, 다시 싼 항공권을 기다려야지.
곪아서 수술했던 발목은 오늘 아침에 보니 완전히 나았다. 이쁘게 흉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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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그리는 상에 딱맞게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다. 블로그에 코멘트하나 달리는 것도 길이를 조절해두었다. 이상한 것에 집착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것 하나에도 내가 그리는 상이 있다.
뭐, 그런 종류의 사소한 것들에도 집착하곤 한다. 마음에 안들면 괴로와 한다. 그래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가끔, 저 인간이 이번엔 뭐가 맘에 안들어서 저러나 하고 갸웃거릴 때가 있다.
여기는 다시 푸켓, 메모리를 읽을 수 있어. 그간 찍은 사진들 올린다.
차 게스트하우스, 끄라비. 주인아저씨가 착하다. 직원들도 착하다. 장기로도 지낼만하다. (쪽방 120밧)
코란따로 가는 선착장이었다. 바다로 나간 길위에 이런 것이 있었다. 주유기 삼형제.
그중 맏형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물었다. 너희는 배에다.. 주유하는 녀석들이냐? … 대답은 없었다.
배의 의자다. 나무다. 흔들린다. 어쩌면 삼년쯤뒤에는 썩어있을지도..
세계에서 몰려온 여러 국적의 인간들이 타고 있다. 좋다. 그 독일 아가씨들은 어디에 묵는 걸까.
접안시설이 안되어있는 섬에서 나오려면 이렇게 작은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