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의 파일을 삭제하다

몇개의 파일을 삭제했다. 70기가의 하드디스크에 45기가의 여유공간이 있다고 나왔다. 지우기 전에는 HDD를 하나 더 사려하고 있었다.

오늘 지운 것들은 멀티미디어와 텍스트 자료들인데… 이름을 전부 밝히기는 뭣하고, 대강 밝혀보면..

“마꼬어찌구.mpg” 라던가 “우로츠기어찌구.mpeg” 같은 이름들을 가진 파일들이었다. 또, “feti모모korea” , “ass..r” 라던가 하는 곳에서 하나하나 모았던 것들도 있다. 특히 ass…r에서 모았던 텍스트들은 특이한 방면으로 영어공부를 할수 있게 도와준 녀석들인데.. 한동안 열심히도 읽었었다.

어떤 종류의 남자들이라면, 대강의 파일 이름만 보구서도, 무엇을 지웠는지 알 수 있을 것.

생활이 아주 어려운 시기가 오면, 이 녀석들을 들고 나가서 성인사이트라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품은 적도 있었다. 참, 열심히도 모았다.

지운 이유?

그냥, 뭔가 찜찜해서.

어차피 요즘에는 잘 들여다 보지도 않던 디렉토리였으니, 지워도 별로 아쉬울 것은 없지만, 뭔가 오랜동안 쌓아온 컬렉션을 날려버린 느낌이다. 이것들을 지우기 까지 한달은 족히 고민했다고 하면, 우스운 놈처럼 보일까? 어쩌면 어떤 사람은, 반대로, 뭐야 이런, 소심한 녀석이었자나..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난, 단순한 놈이다. 만드는 사람의 즐거움이 배어있지 않은 컨텐트를 (혹, 즐거웠을까?) 보면서 즐기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하다.)

물론, 성(性)은 어느 정도 동물적인 것이고, 그 밑바닥의 영역에서, 컨텐트 생산자의 즐거움따위를 떠올리는 것이 소심하다고 하면, 그것도 올바른 말일 것이다.

그러나, 회룡사에 올라 대웅전에 엎드려 절을 할 때에는 꽤나 순수한 인간이었다가, 산을 내려오면 다시 ‘그건 너무 소심한거잖아’라고 속삭이는 것이 왠지 찜찜했다.

뭔가 더 하고싶은 말들이 있지만, 글쎄..

암튼, 난, 뭔가 즐거움이 깃든 것을 만들어서 세상에 주고싶다.

즐겁게 뭔가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밥도 먹고, 주택융자도 갚고 싶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때문에 지웠다…


댓글

만박 : 후히히… 소심하시긴.. 근데 이렇게 밝히신거보면 대담하신건데…??? (2003-09-02 15:37:20)

  > 돌핀호텔 : 만박님/ 용기를 냈습죠. (2003-09-03 02:55:27)

단군 : 허허.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면 왠지 찜찜하고, 용량을 많이 차지하고, 지우자니 너무 아깝고… (2003-09-24 05: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