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982년까지는 부산에서 일본방송이 잡혔었다. 그게 좋았다고까지 말하기는 뭣한 일이지만, 덕분에 중학생이던 내 친구같은 후배는 “건담” 시리즈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건담시리즈를 한참 보고있던 후배이자 친구인 녀석은 갑자기 방해전파로 인해서 자~알 보고있던 건담이 싸악 사라지고, 전대통령께서 아프리카 4개국과 캐나다 순방을 떠나는 모습이 화면에 떠오르던 그 순간을, 서른이 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친구는 그래서,
전두환을 싫어한다.
아쉽게도 - 전대통령은 아프리카 4개국과 캐나다 순방을 마친 후, 무사히 귀국한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던 우리로써는 일본방송 따위를 봐서는 안되는 것이었겠지만, 까짓, 어차피, 그때 TV에서 보여주던 만화중에 스머프 빼고는 다 그 나라에서 만든것 아니었나? 아.. 얼마전부터 MTV에서 쓰리나인을 해주던데.. 암튼.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 중략 …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과연 슬기로운데다 신념과 긍지를 지님은 물론, 근면하기까지 한 국민의 자식들이었기 때문일까. 나나 내 또래의 아이들은 모두가 저 길고 까다로운 장문을 줄줄 외우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뭐랄까. 어린 우리가 느끼기에 확실히 그것은 어떤 역사적 사명과도 같은 일이어서…
그러니까, 전국의 중학생들이 이런 것을 외우고, 교사에게 손바닥을 맞던 시절인 1982년에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지하철에서 옆사람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과연 이 책이 80년대 사람들에게도 웃길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70년대 이전이라면 반드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5000원을 내고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의 어린이 회원이되거나, 리틀 베어스가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팬클럽회원의 증거로써, 주어지던 모자 라던가, 잠바따위를 기억하고 있다면, 더욱더 웃을 수 있다.
그의 아내가 말아준 국수를 먹으며 우리는 이런저런 지나간 회사생활들을 얘기했고, 둘 다 다시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약속처럼 내뱉었다. 그랬다.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그 시절도, 실은 국수의 가락처럼 끊기 쉬운 것이었다. 빙하기가 왔다는 그 말도 실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줄 알았던 과거의 나 뿐이다.
물론 그냥 그렇게 웃기기만 한다고 해도, 충분히 좋은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난, 솔직히 말하면, 무라카미 류의 초전도 나이트클럽이나, 69를 능가하는 코믹 소설이 등장했다고, 속으로 무지 기뻐했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적당한 정도로 심각한 부분도 있다.
우선 우리 국민은 -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더욱’ 깨달아, 민족의 슬기를 모은 줄기찬 노력으로, IMF를 극복했다. 아니, 극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슬기를 모아도, 왜 새역사가 창조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 잘 모르겠다. 그 이유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이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코믹한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고, 나는 조만간 읽어볼만한 우리 소설 TOP 5 따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P.S. TOP 5 - 탑 파이브 - 따위의 말을 하고 나니까, 얼마전에 “뷰티풀 선데이” 에서의 강호동의 “멘트”가 떠오른다. “베스트 웃긴 포즈 상” 이라나. 그야말로 신식민지 인간으로써 동족의식을 느끼면서 한참이나 웃었다. 베스트 웃긴 포즈 상.
P.S.2. 물론 “필드”에서는 적당히 “원어”를 써줘야, 뽀다구가 난다니깐..
P.S.3 이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시니컬 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 부터 난, 그런 인간이었다구요.
P.S.4. 아.. 무슨 독후감이 이 모냥.. 이냐고 욕하기 어~없기.
P.S.5. 지구영웅전설 참고.
— added 2004.3.22
사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못 읽은 것이 있었다. 나는 단지 “치기 싫은 공을 치지 않는 것” 만을 읽었는데, TV를 보다가 듣게된 “덩달아 뛰지 않기, 곰곰히 생각하기, 좋아하는 것을 하기” 라는 .. 그때 그냥 지나쳐버린 문장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덩달아 뛰지 않기, 곰곰히 생각하기, 좋아하는 것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