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한의원을 이곳저곳 다녀보았습니다. 의사들은 이런 것 굉장히 싫어합니다. 의사쇼핑한다, 라고 하면서… 하지만, “명의”라는 말이 존재하는 한 의학은 과학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는 의사도 있고요. 사람마다 환자를 다르게 대하니까 저같은 사람도 생기는 거겠죠.

몸에 병나고 나서 제일 처음에 가본 곳은 명동의 배OO 한의원이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곳이고, 할아버지의사께서 불임여성치료에는 일가견이 있는 분이십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지방에서도 전화가 오고, 생리가 된다던가, 임신되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몸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녹용을 쓰시더군요. 원래 젊은 사람한테는 녹용을 쓰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침도 장기를 보 해준 다음에야 놓는 법인데 말이죠. 녹용이 들어간 약을 먹고 설사를 하는 바람에 아까운 약을 화장실에 버리기도 했습니다.

몇군데를 더 다니고, 한남동에 있는 오래된 한의원을 다녔습니다. 한 보름정도 침을 맞으니까, 다 나은 것 같더군요.

저의 주된 증상이 팔다리가 저리고, 말을 심하게 많이 하면 가슴이 답답하면서, 손이 저절로 오무라드는 (방법?) 것이었습니다. 가끔 잠자다가 한쪽 팔에 감각이 없어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식구들을 소리쳐 불러서 주물르라고 하기도 했었지요. 그럼 다들 놀래서 달려와 주무르곤 했습니다.

침맞고 나니까 팔을 아침까지 배고 자도 안저리더군요. 다리가 (장경인대) 땡기던 것도 싹 사라졌구요. 하지만, 그때 다니던 한의원에서는 “어깨…는… 한번 의지를 갖고 치료해봅시다” 라고 하셨더랬습니다. 그말이 어찌나 부정적으로 들리던지..

결국 이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그다음에는 한의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기혈이 막힌 것은 침이나 물리치료로 풀어줄 수 있지만, 근막통증이라고 할 정도로 아픈 것은 침만으로 풀기에는 무리가 있었나봅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요가와, 그냥 쉬기였습니다.

오늘 간 곳은 “추나”를 하는 한의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만이 추나를 할수있다.. 라던가 하는 이유로 의사들의 독점욕을 채워주는 것 같아서 꺼려지기는 했습니다만, 효과는 만점이더군요. 앞으로 한달정도는 받아봐야 알겠지만, 지금 목위쪽은 상당히 시원한 느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추나만 하는 것은 아니고, 한의원이니까.. 침도 놔주시고, 약도 지어주시더군요. 체지방 분석.. 같은 신기한 검사도 해보았습니다. 군대면제 받을라고 돌아다닐 때 찍어봐서 알고있지만, 제 척추는 상당히 휘어있더군요. 허리부분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고, 목부분은 왼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짧구요..

추나.. 받을 때는 모르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네요. 유행이 일어날 정도로 효과는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한남동의 의사께서도 추나를 배우셨더라면, 계속 그곳에 다녔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의사마다 같은 증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깨통증이 전문이라면, 어깨통증 때문에 발가락이 아픈거다.. 라고 해석하기도 하고요. 발이 전문이라면, 발이 건강하지 않아서 머리가 아픈거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맥을 짚는 분마다.. “가슴에 화가 차있네..“라고 하시는 걸 봐서는 대체로 현대 한의학에서는 동일한 분석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저런 것들을 상세하게 여쭤보았는데요. 제 증상은 두가지 원인이 있는데요. 먼저 다리가 땡기는 이유는 “ 다리운동을 안한다 ” 였습니다.

컴퓨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다 마찬가지인데,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안맞으므로 병이 안생기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라고 하시더군요. 따라서, 극도로 힘든 하체운동을 해라, 예를들어서 등산을 일주일에 한번씩 한다던가… 라고 하는 처방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남동에서 들은 이야기였습니다만..)

당장 한의원에서는 침을 놓고, 추나를 함으로써 기혈의 흐름을 강제로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은 할수있지만, 그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체와 하체를 비슷한 정도로 사용해주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팔이 저리고, 어깨가 아픈이유는 어깨에 과도한 긴장을 주고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이 핵심인데요. 일단 한달정도 침을 맞고 추나를 하면 아픈 것 자체는 해소될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왜 아픈건가, 어떻게 고쳐지는 건가.. 라는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현재 스트레스를 풀어내지 못한 기간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혹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해져있기 때문에.. 상체에 “화”기운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서양의학으로 보면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에 비해 과다하게 활성화된 상태”라고 할 것 같습니다..

하체의 “수”기운을 끌어올려주어야 하는 심장으로써도 힘이 들기 때문에 가끔시 “쿠쿠쿵” 하면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고, 쌓여있는 “화”기운이 어깨를 뭉치게 만들어서 팔다리로 가는 신경의 흐름을 막기도한다.. 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꽤나 일관된 설명이고, 음양오행이나 동양철학따위에 관심을 가지고있는 저로써는 다시한번 크게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더랬습니다.

오늘도 치료에는 이만원정도가 들었습니다. 지난번 한남동의 한의원에서는 침치료를 공짜로 해주신 적도 있었습니다만.. 추나를 포함한 치료는 보통 이만원정도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한의원은 오래 된 곳이 좋습니다. 최신 치료방법을 배우신 분들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습니다만…

혹시나 저와 비슷한 병을 가지고 계신분은 환자들끼리 정보교환이라도 하자구요…


댓글

단군 : 네. 저도 친척중에 꽤 큰 한방병원을 경영하는 의사분이 있어서 이것 저것 줏어들은게 좀 있고, 개인적으로 저도 동양적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잡학주의자라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좀 이야기 해보죠. 화기가 조화롭게 돌지 못하면 상기(기가 위로 올라가는 현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아프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지요. 그래서 화기를 내려줘야 한다고 합니다. 침에 대해서는 꽤 이것저것 많이 들은게 있어서 앞으로 자주 할 말이 있을듯하군요. 친척형에 의하면 한의학에서 침은 양방에서 수술과 마찬가지로 최후의 해결책이라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침을 놓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이나 극도로 신경을 많이 쓰게되고 체력 소모가 많이 된답니다. 그래서 침을 맞으려면 최소한 기초체력이 준비되어야 하고 맞기전에는 피로한 상태로 맞으면 안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침훈’이라는 증상이 와서 침을 맞는 도중에 눈앞이 어질어질 해지다가 기절하는 경우가 생기게됩니다. 저도 몸이 굉장히 약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무척 피곤했던때에 침을 맞았더니 이런 증상이 정말로 오더군요. 이때는 의사에게 빨리 이야기해서 조치하도록 해야합니다. 한의사들이 간혹 농촌의료봉사에 나가면 여름 땡볕에 몇 리를 걸어서 침맞으러 오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계시는데 이런 분들이 침맞고 기절하는 경우가 봉사나가면 꼭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치료의 순서는, 먼저 소화제에 해당하는 약을 먹으며 섭생을 잘하고, 그 다음 어느 정도의 기초체력이 회복되면 보혈제(흔히들 보약이라고 하는 약)를 먹어서 원기를 보충한 후, 침으로 병의 뿌리를 잡아내어 완치시키는 순서입니다. (2003-10-28 07:20:09)

단군 :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보혈제에 해당하는 보약을 먹으면 약기운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으므로 아까운 돈을 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여기 쥔장 내가 보기에는 소음인인데 소음인에게는 녹용이 잘 맞는 약제가 아닙니다. 머 의사판단하에 약간씩 쓸 일이 있겠지만요. 음인은 인삼, 양인은 녹용위주로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사상의학에 관련된 책을 보시면 한의학을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것이고, 혹시 상한론이라는 책의 번역판이 있으면 사상의학 이전의 주류의학에 대해서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같은 약이라도 남녀에게 쓰는 양과 약재가 달라지듯이 사상의학에 의하면 노소가 다르고 같은 나이, 같은 성별이라 하더라도 체질에 따라 다르니 어떤 이에게 다른 사람이 잘 듣는다 하여 같은 약을 썼다가는 아무 효험이 없거나 아니면 잘못되는 등의 효험(?)을 볼 수도 있다고 하네요. 심지어는 같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놓는 침의 위치도 남, 녀가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침을 맞을 당시의 시간에 따라서도 놓는 위치가 달라진다고 하니 가히 동양철학을 실존적으로 집대성한 학문이 바로 한의학이라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이때문에 김용옥씨가 한의학을 나이들어 공부한것입니다. 반대로 한의학과 가도 공자, 맹자, 노자, 장자니, 관상학이나 하는 별의별것을 다 배운다죠.) (2003-10-28 07:27:30)

가람 : 살아오면서 형성된 몸의 불균형을 잡기 위해서, 세상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제도권 의학에서부터 민간요법, 수행법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나 고차원적인 정신수양을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몸의 건강을 무시할수가 없기 때문에 현대에는 몸의 역할을 대단히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해, 직업이나 생활습성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식습관임을 한번 주목해 보십시요. 요가를 배운다면 아시겠지만 술이나 담배, 육식 등은 아무래도 문제가 되지요. 우선 어렵지 않게 따라해 볼 수있는 음양건강법 http://www.babmool.com/main.htm 을 소개합니다. 일명 ‘밥따로 물따로 건강법’이라고 하는데 이 방면에서는 꽤 알려져 있습니다. 불교나 요가 등에서는 전통적인 수행의 일종으로 극단적인 단식이나 육체를 혹사하면서 의식만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불완전한 방법이며 인간은 의식의 각성과 더불어 육체의 건강과 만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인류가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보다 진보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식습관의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숭산대선사께서도 길을 걷다 사람들을 보면 온전한 사람들은 소수이고 대부분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거나 각종 오염으로 찌들어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따라서 멀리 내다본다면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의사라는 직업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간밤에 님께서 마음수련회의 수련을 끝마치고 나오는 길에 밖에 있던 저를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한 날이 언제 올까요? 스스로 설정한 목표가 이루어지기 위해 노력할 따름입니다. p.s : 오래전에 마음수련회에서 수련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때 그곳의 도반들이나 영능력자들과도 어울렸지만 그들의 세계는 참된 깨달음의 세상이 아니고 마음의 특정한 경지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여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존재하겠지요… (2003-10-28 09:33:49)

jinto : 고맙습니다아~ (2003-10-29 0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