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다 읽었다
호주에 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쓴 소설입니다. 지금도 코딩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처음에는 수학과를 졸업한 프로그래머였다고 하네요.
책을 산 것은 10월24일이었군요. 종로 교보에서 샀더랬습니다. 그날 삼청각에서 하는 인당수 사랑가도 보았었습니다. 자…
1. 모드
내가 쓰는 모드인 암호비서(뉴로컴, $5,999)에는… 그래서 필요해 지는 것이 야간 교환수(액슨, $17,999)이다.
미국인들의 우울한 마음을 치료해주는 “프로작”이 지금은 알약의 형태지만, 조만간 뉴런에 대해 직접적으로 전기 신호를 제어해 주는 식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어차피 프로작도 신경전달 물질이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도록 우리의 뇌를 제어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사람들이 “뉴런의 제어”라는 것에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나노테크롤로지가 마약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죠.
소설에 등장하는 “모드(mod)“는 그런 종류의 상품들을 말합니다.
2. 한국에 대한 외부의 평가
특히 한국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잉여자산을 흡수해 줄 프로젝트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한국”이나, “서울”이라는 단어를 현역 외국작가의 글에서 발견했습니다. 기술적이고 상세한 학문적 분석보다, 일반인이 느끼는 “감”으로써의 전망이 더 옳은 경우가 많다고 가정하고, 바깥에서 볼 때 더 잘보인다는 가정도 함께 해주면.
우리는 조만간, 적어도 2029년 쯤에는, 꽤나 잘사는 나라가 될 것 같네요.
3. 양자 신비주의
저자는 양자역학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감각하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나도 큰 것에 대해서 내가 하는 것처럼 양자신비주의에 빠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쎄.. 확률로써 존재하다가, 관측하는 시점에 비로소 하나의 현실로 수축한다, 고 하는 이상한 이야기에 대해서, 신비주의에 빠지지 않고 바라보기는 힘든 걸요.
4. 번역
나는 그런 자기기만과는 어느정도 일선을 기하고 싶었다.
라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작고 살풍경한 아파트의 일실이었다.
일부러 그랬다는 건 알겠는데.. 2⁄3 이상을 읽고서, 포기하기 전까지는 참 걸리적거리는 표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설마 대강 대학원생들한테 알바로 맡긴건가 라는 민망한 상상을 할정도로.. 뭐, 이렇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 설마..
왜 포기했는가하면, 영어로 읽을 생각이 없으면, 어차피 다른 사람의 번역물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일이고, 안팔린다는 SF의 번역을 내가 해보기로 주먹을 불끈 쥐지 않는한. 앞으로도 이분의 덕을 계속 볼테니까. 아.. 잘된 번역이네.. 라고 중얼거리면서 읽기로 했습니다.
암튼, 잘나가는 작가들이 번역 일을 하곤 하는 옆나라가 부럽네요. 머.. 우리가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안잡힌 거겠지만..
댓글
sirocco : 안녕하세요. 쿼런틴을 읽어야지..라고 결심만 해 놓고 죽 미루고 있었는데, 다시 머릿속에 불을 지피게 되네요. 행복한 책읽기의 SF 총서를 몇 권 읽었습니다만, 다른 건 몰라도,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을 우리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것만큼은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2003-12-06 13:2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