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어찌어찌 기회가 되어 담양의 소쇄원에 가보았다.
광주까지 KTX를 이용해주었는데, 계속 시속 300K는 아닌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방송으로 ‘지금 시속 300KM로 운행중입니다.’ 라고 말하길래, 창밖을 보았더니, 경치가 시시각각 바뀌는데, 꽤나 빠르다.
KTX내부는 어쩌면 약간은 비행기 기내와 비슷한 느낌. 아줌마들은 신기한 것을 타셨다는 투로 끊임없이 이야기하시고, 옆자리의 아저씨는 트림을 하신다. 아무래도, 트림은…
십년정도 전에 남원에 가본 적이 있었다. 다 잊어버려서, 혹시나, 전라도의 산은 좀, 특별하지 않을까했지만, 항상 보아온 우리땅의 산과 강과 논이다.
앞좌석 등받이에 매달린 캐서린 제타존스의 얼굴이 잠시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게 만든다. 정말로, 비행기를 탄 느낌 같기도하고..
열시 삼십분, 광주역에 도착해서 소쇄원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는 칠십분에 한번씩 온다.
- 저기 소쇄원까지 얼마죠?
- 그.. 천백원인데, 천원만 내요.
백원을 깍아주셨다. 버스비를 깍아주는 곳. 뒷자리의 아주머니가 소쇄원에 왔을 때쯤,
- 여~가 소쇄원이요.
라고 정다운 말투로 일러주신다. 약간씩 느껴지는 한가함때문에, ‘아, 여긴 서울이 아니구나.’ 라고 과도하게, 서울을 폄하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쇄원 입구의 대나무들. 유명한 대나무들이다.
별장이라…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서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폭포들이나, 대나무로 만든 수로 따위, 한참 들여다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물을 정원안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비온 다음날이나, 궂은 날 와보는 것이 더 좋겠다.
정원은.. 한눈에 의도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요모조모 뜯어보며, ‘아! 이런것이!’ 라고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따끈따끈한 정자에 들어가 앉으면.
그제서야 진심으로, 몇백년 전 주인의 눈을 부러워 하게 된다.
이곳에 앉으면, 저 아래의 물소리가 작아지면서 글을 읽어도 좋고, 또, 글을 써도 좋겠다. 아무데나 걸터앉아 뭔가를 끄적거리고 싶어지는, 이곳에 앉으면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소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담장밖에 있었다.
뒷산쪽으로 올라가다가 그 유명한 대나무 숲을 탐험했다. 신비감마저 들게하는 장소였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바람소리를 듣고, 대나무들이 흔들리는 것을 디카에 담아보다가, 내려왔다. 다시 담장안으로 들어오니, 젊은이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자아, 찍는데이~’ 라고 했다.
역시 사람없는 평일에 오는 것이 좋겠다. 혹은, 한 일주일을 요앞의 민박집서 묵으면서 하릴없이 거닐면 더욱 좋겠다.
피해야 할 것은, 일요일 오후. 원래 조용하니 산책도하고 가만히 앉아서 바람소리도 듣는 것이 이곳을 찾는 이유일텐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유원지에 온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 동네 사투리를 듣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 틈에서 그냥 앉아서 바라보고있는데, ‘광풍각의 글씨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글씨’라고 어떤 할아버지가 설명해주신다.
‘여기에 굴뚝은 연못을 향해 내놓았다. 그 연기가 자욱하게 아래로 향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 란다. 무슨 일일 투어 상품인 것 처럼 보였다.
요 앞의 음식점이나, 광주역 앞의 구멍가게에서 친절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지만, 버스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을 생각하면, 약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이랄까 그런 것은 도산서원이나 병산서원이 더 좋지않았나 한다.
사진들.
광풍각에서 보이는 폭포.
오곡문에서 재월당쪽으로 가는 작은 길.
오곡문의 맑은 물.
정자에서 본 폭포.
폭포가 정원 안에 있다. 원래부터 폭포가 있던 자리에, 담장을 친 것 처럼 보였다.
정치가 어지러워서 낙향을 했다, 고 하는데, 사실, 낙향이란 것은 고향에 상당히 큰 장원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고 들었다.
벌을 보고서 접사를 시도해 보았다. F300 괜찮네..
접사 한번더.
정원의 폭포는 이런 맑은 연못으로 떨어진다.
댓글
빨강머리앤 : 잘 다녀오신거라고..^^ 집에서 보아 알수 있었지만.. 아주 좋았겠구려..^^ (2004-05-13 10: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