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굴은 싫어

집착하면 된다. 돈에 집착하면 돈이벌린다. “이번달 카드가 또 백이 넘었네,” 따위가 아니다. “아, 지난 달 보다는 삼천원이나 적어!” 하는 쪽을 말하는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인 현실을 무시하면 된다고. 환경에 대해서 거울이 되길 거부하고, 오히려 그쪽에다 내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라고, 그러면 상황역전. 인생역전.

성공에 집착했던 그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몇번인가 봐왔다. 그들은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단순한 생각으로 살아왔다. 어떤 생각이냐 하면…

세상은 “좋은 것”과 “않좋은 것”으로 이루어져있는 거다. 우리는 근방 100리 이내에서 “않좋은 것”을 씻어내고, “좋은 것”이 가득차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은 나의 마음. 마음속에 “좋은 것”을 가득 채우고, 자기자신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않좋은것”은 떠올리지 않는다.

… 이런 생각이다. 귀엽다. 그런데, 저렇게 살아간다고 하는, 균형상태가 어느 순간에 깨져버렸다.

깨졌다.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어떤 생각이냐하면…

그렇게 집착해서, 연봉을 높이고, 실장을 달고, 책임을 달았다. 좋다. 헌데, 그래서, 그 다음은? 이사를 달고, 그 다음은? 집을 사고, 그 다음은?

심각하게 보려해도, 유치하게만 보이는 저 질문이 어느날 그 균형의 날카로운 지점을 무디게 만들어 버렸다.

“아, 이… 사람, 다 그렇게 사는거지” 라는 충고에, 내 자신이 외계인이라도 된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갖곤했다. (너희 별로 돌아가! 라고 누군가 말했다) 억지로 지구인 흉내를 내보려고도 했지만, 이봐, 당신도 혹시 어제밤에 저걸 생각하고 있던거 아냐? 그래서 담배를 못 끊는거 아냐?

그래서, 직업을 바꾸려 했었다. 뭔가 그럴싸한 일을 하면서 살면, 좀 괜찮을지도 모르잖아? 목공예를 하는 거야. 거문고를 만드는 거야. 소설을 쓰는거지. 그런데 말야. 잘난체 하기에는 화가가 최고 아냐? 에.. 그런데, 그런건 정말로 그걸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거라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닌것 같아.

책 읽는 것 좋아하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자”같은걸 만들어보고 싶기는 해. 아직도 방황중이야. 잘 모르겠어. 너무 힘들어보여. 정말로 절실하게 하고싶지는 않은 것 같아.

언젠가는 기타치는 걸 보면서 죽인다고 생각했어. 아 저것만이 살 길인가. 조금 베짱이 같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있겠지. 라는 생각도 해봤어.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깊게 파인 브이넥만큼 가슴을 뛰게하는건 없자나. 결국은 말초적이고 즉각적인 걸 바라는 거야.

뭔가를 하면서 꽝! 하고 머릿속 (이나 가슴속을) 쳐주는 그런 것 말이야. 결국 그런 쪽으로 흐르더라고. 생각의 흐름이란게,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계속 방황하다간, 연인에서 어린아이랑 사귀던 놈처럼, 아편굴에 들어갈 지도 모르니까, 거기까진 가지말자고…

그런데 말야. 이렇게, 떠들다 보니까. 그래, 그냥 이러고 사는 쪽이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해..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고민하다가, “역시 결론은 사람이다” 같은 걸로 나가버리면, 우습겠지? 아무래도?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