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마음의 때를 벗어버리면, 별로 거리낄 것이 없을 껄.

길거리에서 껌을 파는 할머니를 보고 안타까워하거나, TV에서 빈민촌이 나올 때 찜찜하거나,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서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느낄 때. 그와 동시에, ‘나는 내 편안함이 더 좋은 걸. 그 사람들이야 어쩔수 없는거잖아?’ 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릴 때.

길에서 마주치는 깊이 패인 브이넥을 보며 야릇한 상상을 할 때.

이걸 어떻게든 그럴싸한 말로 설명해보겠다고, 책을 읽고, 공책에 끄적거리다가, 혹시나 성공이나 재산을 모은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품을 때.

이 모든게 어딘가 어긋나 있다고 느꼈다.

한참의 고민끝에, 간단하게도, 내 마음속에 “당신들 보다는 내가 더 잘살아야 겠어.” 라는 마음이 있는 걸 알아버렸다. “당신은 당신이 아니고, 섹스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걸 알아버렸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거겠지.

마음 공부라고 하는 것이, 산속에 들어가야만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되는거야.

당신 마음속에는 지금의 당신만 있는게 아니야. 지금 일어나는 감정들은 지금의 당신이 만들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이 대학교 신입생때 누군가로부터 느꼈던 모멸감, 여자를 꼬시는 경쟁에서 졌을 때의 느낌,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맞았던 기억,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남자한테 느꼈던 공포. 퇴짜맞는 느낌. 지키지못한 약속. 미안한 마음.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축적.

그 감정들과 수치심들은 사라진 듯 보이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있는 세상끝마을에 하얀 눈처럼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어. 녹지도 않는 눈. 에고, 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는 한은.

순수한 마음으로 성공해라.

“당신보다 잘살고 싶어”라는 마음을 두눈으로 바라보고, 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는걸, 하면서 헤어져라. 그리고, 하고싶은 일을 해라.

여전히 길거리에서 껌을 파는 할머니를 보고 안타까워하고, TV에서 빈민촌이 나올 때 찜찜해. 브이넥을 보면 욕구가 일어. 하지만 부채감은 없어. 좀더 솔직해진거지.


댓글

가람 : 저항하는 것은 지속되고… 관찰(주시)하는것은 사라진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일게야. 누군가가 그와 같은 마음의 법칙을 만들어 놓았다네. . (2004-08-07 14:4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