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기 - 파타야 (8월27일)

8월 27일에 끄적 거린 것.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걱정하기” 습관인 것 같아. 어깨를 움츠리거나, 웃을 때 찡그리는 것도… 근데, 뭐가 그렇게 걱정일까.

걱정한다는 건 두려워 한다는 것. 왜? 약하니까,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두려운 것이다. 약하다고 생각하니까.

약한 것은 허상이 아닐까. 자기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상이 아닐까.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허상이겠다. 실상은 그 어느쪽도 아니다. 그냥 있을 뿐이다. 거기에 어떤 색깔을 입히게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그러나, 거기까지 가고 나서도 여전히 만약 색깔을 입히지 않은 그대로의 세상을 제대로 보게된다면, 그럼 두려워지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꽤 심각했는데, 지금 옮기면서 보니까, 어딘가 이상이 생겼던 것이 틀림없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은 마음이다. 가슴속의 어딘가에 박혀있는 날것의 강한 마음이다. 날것의 마음. 그것이 이 모든 것을 지어내고 있고 색도 입히고 그런다.원래의 마음은 지금 처럼 이상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제 오늘 밤에는 피피. 내일은 다시 푸켓으로.

여자를 꼬시고, 응응응을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것이다. 어쨌든 나는 욕구들로 이루어져있다.풀잎은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걸까. 걱정하기보다는 주어진 땅위에서 그저 앞을 보고 살아갈까. 지금 기분으로는 풀잎의 심정을 알 것도 같아.

결국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도. “지금 여기”에서 마음 가는 일을 정성껏 해내는 것. (다시 너무 뻔한 결론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인생이 끊임없는 문제-해결의 연속이니까, 해탈에 이르면 문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반대의 방향이 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에 충실하다보면 결국은 자신의 내면에 충실해질 수 밖에 없어.

눈앞의 문제들에 급급해 하지 말고, 원하는 상에 이르도록 매진하는 거야.

그렇다면, 지금 충실해야할 마음은?

고국에서의 송금과 응응응?

맞다 맞다. 그건 그렇고, 배낭을 매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썬블락통이 깨지고, 물이 흘러서 책과 공책을 적시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쨌든, 몸이 좋지않다.

담배를 끊고 요가와 마인드컨트롤을 계속 진지하게 하자.

모든 인간은 선하다거나, 좋은 모습만 바라보도록 하라거나, 그런 얘기를 하려면, 그전에 빠통과 같은 곳에 와서 “힘든 곳에 넣어두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봐야한다. 한없이 추락하는 인간들을 보고 있다.

아침이다. 일요일 아침이다. 이런 꿈을 꿨다.

Y를 보았다. H는 못보았다. 나는 물위에 뜨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Y가 나를 놀렸다. 어떤 여자애와 함께. Y를 몽둥이로 때리고 꿈이 끝났다. 결국. 누군가를 몽둥이로 때렸다. 꿈에서.


댓글

빨강머리앤 : 때려서 시원해진거야? (2004-09-21 05:3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