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시도 중 (빠이)
언제나 금연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전에 2년동안 끊었었다. 하지만, 연초에 다시 피우기 시작했고, 지금 빠이에서 다시 끊어본다. 만 이틀째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전에도 말했지만, 금연초기에는 항상 설사와 졸음이 따라온다. 설사는 금방 그쳤는데, 졸음은 그치지 않는다. 특히 한낮에 굉장히 졸린 상태가 계속되곤 한다. 어쨌든 한숨 자고 나면 괜찮다. 게다가 여기서는 낮에 원래 졸립다.
목표설정을 잘못했거나, 너무 조급했거나
담배를, 잘못된 목표나, 혹은 너무나 조급했음의 상징으로 여기기로 했다.
사실 가장 큰 적은 조급함이었을 수 도 있어. 쓸데없는 욕심이고, 걱정이고, 조급함이고, 모두 한덩어리가 되어서 나를 공격하고 있는 거야. 어찌하면 이 녀석들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 쓸데없는 욕심과 걱정과 조급함을.
어쩌면,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버리는 불교 교과서와 같은 인간이 될 수 도 있겠다. “모든 것은 허상이다. 욕심을 버려라.” 그런데, 눈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무들이 허상일 리가 없지않은가. 그리고 내 몸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각들도 허상일 리가 없잖아.
그 욕심은 내가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욕구들은 실재하는 거야. 허상, 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어.
버클리에 의하면 “우리들이 사물이라고 일컫는 것은 명칭이 부여된 관념의 집합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한다. 맞다. 내가 지금 먹는 것은 로띠가 아니다. 로띠라고 불리는 관념의 덩어리일 뿐이다. 맞는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죽고 싶은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여자. 남자. 후회. 허탈. 뭐.. 그런 것이다. 그런 일을 서른 넘어서까지 끌어안고 있는 것이 쑥스럽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역시 나는 혼자였다. 라는 것만 떠오른다. 제일 친한 친구라던가, 뭐 그런 것. 내 목숨보다 소중한 여자. 뭐 그런것.
그냥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답답했다.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전도하는 사람이 너무 미웠다. 짜증 났으니까. 사는 게 재미없었으니까. 그래, 몇년전의 일이다.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무얼해도 재미있지 않았다. 그냥 술마시고, 지나가는 사람 욕하고, 돈으로 사람을 사도. 그렇게 살아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세상이다. 얼마든지 그렇게 살 수 있다. 그러지 말아야할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우리가 사는데에 이유가 있기나 한건가. 후회할 일들만 만들게 된다.
그래도 결국은 밝은 면을 보자고 한다. 인생이 허무하다거나, 모든 것이 허상이다, 라는 쪽보다는 ‘아 이건 재미있네’ 라는 쪽을 택하면 좋겠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그럴만한 힘이 솟아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매일 아침, ‘오늘도 재미있는 쪽을 선택하겠어’ 라고 말해도, 저녁이면, 슬픈 일들이 떠오른다.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재미없기도 하다.
어쨌든, 담배는 완전히 끊은것 같아. 느낌이 그래. 어쨌든, 모든 슬픔과 허무는 목표설정이 잘못되었거나, 너무 조급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당분간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슬퍼하는 건 건강에 않좋으니까.
어쨌든, 한국으로 돌아갈꺼고, 또 어쨌든 살아갈꺼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완전히 고요하게 멈춘다” 던가,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던가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어?
가끔은 조급하게 서둘러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결국은 자신의 욕심을 따라다니는 인간이 되는 것이겠지. 다면, 그 욕심이 움직이는 모양을 천천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겠어. 제대로 된 욕심인지, 너무 큰것은 아닌지. 너무 조급해 하는건 아닌지. 그런것들.
가만 가만 들여다 보고, 즐거워 하고, 그렇게 해나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