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에 의존하기 (푸켓)

언제나 머리 속 조언자의 의견을 따랐다. 그가 그만하라고 하면 나도 하기 싫어졌고, 그가 하라고 하면 나도 하고 싶어졌었다. 회사를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언제나 그렇게 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반드시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내 기분이 우선이었다. 언제나.

소크라테스처럼, 보이지 않는 조언자를 따라서 행동하고 있다고 뻥을 쳤지만, 사실은 기분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이쁜 행동이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경우에 따라, 타인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해야만 하는 경우에도) 이야기도 된다. 별다른 합리적 근거가 없다면,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느낌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기분대로 불쑥불쑥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제 뱉은 이야기 때문에 오늘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된다면, 그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면, 그 하루가 얼마나 견디기 힘들 것인가.

다가올 피곤함과, 피로를 미리 맛보는 능력이 있는 인간이 짊어져야하는 한계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허지만 이라고 쓰고 싶어졌다.) 허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한번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하고. 매일 매일 하고 싶은 일이 달라지는 자신을 꾸짖고. 한번 평생을 같이 하기로 한 사람은 마음이 흐트러져도, 처음의 그 마음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게, 잘 안될 꺼라는 거는 잘 알지만. 그래도 해본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한 걸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라고 하던 광고가 있었다. 사랑도 움직이는데, 뭐가 안움직일까.


사실은 일관성없고, 책임감없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굉장히 실망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그런 자신의 모습에 의한 자괴감으로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미국으로 핸드폰을 만들러 나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대우도 괜찮을꺼고, 중국보다는 업무환경도 훨씬 좋을 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달려가서 월급을 챙기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내가 한번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 석달이상 책임감을 유지하고, 흥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하기 싫어져도, 전처럼 감정에 휩싸여서, 더욱더 하기 싫어지는 피드백을 끊어낼 수 는 있을 것 같다. 그래두, 일단 그 모드로 들어가기 싫어. 아직은.


인터넷 환경이 않좋던 그동안에도 열심히 블로그라인을 따라서 여러가지 블로그들을 읽었다. 그간 모았던 것들을 정리했다. 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