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비자런 (푸켓)
아침에 눈을 뜨면서 ‘아, 또 지구최후의 날이었던가’ 라고 생각했다. 내 생전에 오긴 올건가, 그날이. 어쨌든, 최후의 날을 맞아 지구의 표면 일부를 떼어낸 후 이를 우주로 들어올렸다. 그런 힘겹고 상상 안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타운이 꿈의 배경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니긴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공기가 희박할 것 같아. 그걸 느끼는 순간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도대체 나와 함께 있던 그 인간들은 누구를 상징하고, 삭막한 서부영화에 나오는 마을같던 그 동네는 어디를 상징하는가. 태국의 일반적인 인간들이 살아가는 판자집을 상징하는 것도 같지만, 잘 모르겠다.
오늘부터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오늘 라농으로 가려고 했지만, 비도오고 (억수로 왔다), 바빴다, 나의 일이 아닌 일로 바빴다. 아무리 해도, 나의 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타인의 일로만 보인다. 그런 일로 바쁘다.
어쨌든, 내일은 라농으로 가서 오버스테이의 댓가로 400바트를 태국정부에 주고, 버마였던 나라 미얀마로 들어간다. 갔다가, 나온다. 오래있을 수는 없다. 그저 비자를 갱신하는 것일뿐.
비자 리밋: 한국인에게 비자는 90일로 나온다. 아무런 조건도 없다. 어쨌든, 비자에는 체류가 허가된 일자가 명시된다. 이걸 비자리밋이라고 부른다.
비자 클리어 : 인접한 나라들 (말레이지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과의 국경까지 가서 보더를 살짝 밟아주고 돌아오면 태국 이민 국에서는 다시 90일짜리 비자를 찍어준다. 이걸 비자 클리어라고 한다.
비자 런 : 비자 클리어를 하려면, 국경지역의 이민국에 가서 뭔가를 끄적거리기도 해야하고, 국경마을까지 버스도 타고, 택시도 타고 해야한다. 이걸 패키지로 묶어서 “비자런” 상품을 팔고있다. 길거리에 있는 모든 투어샵에서 팔고있다.
이쪽 동네에서 쓰는 전문용어다.
비자가 숨쉴 공기를 뜻하고, 삭막한 마을은 태국을 뜻하고, 함께있던 사람들은 이민국에서 만날 낯선 여행자들을 뜻하는 걸까. 그럴지도.
댓글
케이 : 벌써 90일이 넘었군요.. (2004-11-29 05:11:53)
hanti : 비자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벌써 90일을 넘기셨다니… 와… 계속 건강히 여행 잘 하시길! (2004-11-29 22:26:35)
미친병아리 : 이야.. 꽤 오래 계시네요.. 건강히 돌아다니시길.. (2004-12-04 03:4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