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푸켓)
오늘 이 동네에서 망사업을 하고 있는 KTI의 모과장님을 만났다. 이미 기계도입이나, 기술이전은 끝났지만, 밍기적대면서 완료 사인을 안해주고 있는 태국의 전신전화국을 씹다가, 한국도 똑같다면서 약간 욕해주었다.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태국이나, 갑은 모두 비슷하다. 당연하다. 갑이란 돈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을 누리려는 사람이다.
미래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왔다. 나 또한 그리 생각했다. 컴포넌트들이 잔뜩 등장할 것이고, 이것들을 대강 조합만 하면 될꺼라는 둥. 그런 말을 많이 들었었다. 정말 그럴까? 한동안 생각했던 여러가지 직업들은 건축가, 풍수가 같은 것들이었다. 최소한 이런 직업군은 사람의 개입이 꼭 필요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프로그래머란 것이 정말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정말? 엔지니어의 개입없이 고객들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획득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인가?
글쎄.
이미 오지않았는가 싶다.
이미 쓸만한 기능들은 휴대폰에도 탑재되어있다. 완전히 새로운 기능이라던가, 꼭 필요했는데 이제야 개발된 기능같은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포팅일 뿐.
그러니까, 오에스나 가상기계를 만드는 몇명을 제외하면, 다들 HTML에 뭔가 스크립트 같은 것을 넣고있던가, API를 조합해서 버튼이 창에 뜨게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란 무엇인가” 따위를 회의실에서 토론할 기회는 아주 작아진 것이다.
누군가는 어려운 일을 하고 누군가는 단순한 일을 한다. 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한 단어도 찾기 힘들다. 스크립터와 프로그래머라고?) 간단하게는 연봉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인간으로 즉시 대체 가능한지 여부.
당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쓰면 돼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당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있는지.
미래에도 프로그래머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두가지 일로 압축되지 않을까.
컴포넌트들을 조합하고 단순한 스크립팅을 한다.
“1번” 기술자들이 작업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거나, 건드린다.
“2번”이 하는일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제일 잘나가는 인간은 2번보다는, 1번의 인간일 것이다. 단순한 기술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를 빨리 파악할 수 있으니까. (대부분은 단순 기술자가 되어 밤샘을 밥먹듯이 하며 박봉에 시달리겠지만, 몇명 스타는 생기겠지?)
그러니까,
고객의 욕구를 선행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
라고 하겠다. 돈.. 많이 벌려면 말이지.
글을 쓰면서도 그다지 상쾌하지는 않다.
이 동네에서 피씨방을 열고, 손님들을 받으면서 조용하게 이것 저것 만들어볼 생각을 했었다. 그냥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내는 삶. 갑이 따로 있지 않고, 내 스스로 갑이되는 생각. 그건 사실은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 그게 더 쉽고. 어쨌든, 600원짜리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거창하게 하려드는 내가 보인다.
이렇게 그럴싸한 인간이 되고 싶어 안달하지만 않으면 살기가 더 편할 것 같은데, 죽는 날까지 그럴싸함에 대한 욕구를 버리기는 힘들까. 젠장. 있으나 마나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던 어떤 분이 떠오른다.
역시 인간은 하는 일이 없이 빈둥대거나, 사색한다고 너무 오래 돌아다니면, 생각이 외딴 곳으로 흘러간다. 나쁜 건 아니지만, 가끔은 기운이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전거 같은 존재다.
라고 했나봐.
댓글
쎄리 : 여행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시네요… 전 짧게 다녀서 그런가, 아무런 생각이 안 들던데..^^ 잘 지내시져? (2004-12-02 23: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