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센 한달
회사에서 파는 SDK 강의문서를 내부소스 봐가면서 작성하고, 다들 계륵으로 여기는 PIMS 하나를 수선하고 있다. 코딩이란건 하기 전에는 하기 싫다가도, 소스를 보게되면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게 만드는 묘한 녀석이다. 덕분에 첫달 네번 밤샘을 하고 토,일요일에도 몇번인가 출근해버렸다. 이렇게 일하지 않기로 결심 같은 걸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일단 사무실에 등장을 했으면, 저 인간이 일 좀 하는 것 같다. 라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과도한 눈치증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한달동안 잘 달린 끝에 연구소장과 사장님이 자연스럽게 인정해주는 느낌이다. 사장님은 어차피 십년전에 한컴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라 별로 어려운 느낌은 들지않지만, 그래도 지난밤에 같이 밤샘하면서 한가지 문제를 해결해드렸더니 마음이 개운하다.
open exchange 라는 곳에 “May 2005” 라는 문자열에 대해서 다국어 지원을 하도록 하는 패치를 몇번이나 보냈는데, 받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유니코드로 “년”자를 박아버리는 코드를 작성해드렸다. 간단하면서도 쓸만한 해결책이었다. 이번엔 한줄짜리 패치니까 받아줄꺼라고 기뻐하셨다. 나도 기뻤다. 이젠 “2005년 5월” 이라고 잘 나온다.
매일 반복되는 점심시간에 코엑스몰에 들락거린다. 황태구이정식, 불고기백반, 오무라이스, 오징어볶음, 짬뽕밥 등등. 그런 것들을 먹으면서 다들 iPOD와 SPH-V6900 (문근영폰 혹은 블루블랙폰) 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곤 한다. 아직 이런 논쟁이 완전히 즐겁지는 않다.
문근영폰에 십몇만원짜리 헤드셋을 같이 사서 듣던가 말던가 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다만, 그럴 돈을 조금만 더 모아서 방콕에 섹소폰에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 앉은 사람이 새우해물탕을 먹고 있으면, 저거이 뭔 새우란 말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서울 생활에 잘 정착하고 있는 것 같다.
사무실에서 한참동안 미친놈이 짜놓은 코드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가을쯤에는 발리의 우붓에 가볼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곤 한다.
바로 지난번 포스팅에 “쎄리”아가씨가 코멘트를 달아주셨기에 백만년만에(!) 싸이에 들어가봤다. 빠이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콱 막혀버렸다.
그리고, 빠이트래킹이 생각났다.
그래, 그때 사진들 재탕이다. 미안.
댓글
넥스디아 : 신록이 너무 예쁘군요.. 완전 어려운 기술쪽 얘기만 듣다가 간만에 눈이 호사하고 갑니다. (2005-05-27 04:23:21)
쎄리 : ‘저거이 뭔 새우란 말인가’하는 말에 동감!!! (2005-05-26 00:3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