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강의 끝

중국인 - 이라고 하면 왠지 ‘1973년의 핀볼’에 나오는 제이가 떠오른다. 어쨌든, 중국인 - 엔지니어들을 위한 리눅스 스마트 폰 개발툴에 대한 강의를 끝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을 강의하는 건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말도 아니고. 하지만, 어쨌든, 강의는 잘 끝났고, 중국인들께서도 나름 만족하신 듯 하다.

매일 오후 한시부터 다섯시까지 강의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함께 먹으러 가곤 했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이렇게까지 하루종일 영어로 떠들 일은 없었다. 집에서 동생이랑 얘기하는 동안에도 가끔 영어가 튀어나오곤 했다.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다.

일요일 저녁에 명동에서 우연히 뉴질랜드 청년을 만났다. 독일 가는 길에 스톱오버로 한국에 들렀다고 했다. 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스톱오버로 들르기도 하는 거야? 기분이 이상했다. 스톱오버.

우리 회사에서는 나에게 “강의” 를 하게 하고, 돈도 주고, 리눅스 개발 툴 내부도 공부하게 해주고, 영어공부까지 시켜주었다. 세상에 이런 고마운 회사가 있을까.

태국에서는 “까올리” 가 “한국”을 의미한다. 나는 “까올리”의 어원이 (당연히) “고려” 일꺼라고 생각했다. 입에 “고려”를 넣고서 살살 굴려보면 “까올리” 가 되는 거라고 혼자서 공상에 잠겼었다.

이번에 중국엔지니어들에게 들은 바로는, 중국에서는 “까올리” 가 “고려”를 의미한다, 고 한다. 즉, 태국인이 쓰는 “까올리”는 사실은 중국인들이 발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쓰는 “고려” 라는 단어의 원래 발음이 “까올리” 인 것은 아닐까.

이런 말을 했더니 동생이 “치마” 를 항상 “초매” 라고 발음하셨던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그게 아래아의 흔적이라던가. 뭐라던가. 암튼, 어쩌면, 우리나라의 영문 표기는 “korea” 가 아니라 “caolee” 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빨강머리앤 : 쵸매라구요 ^^ 왠지..“까올리”하면 피부 깜장에, 눈이 이쁜 시골 아가가 생각나. (2005-06-14 23:2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