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쩌면 오늘 출근시간에 북쪽에서 핵폭탄을 던질지도 모를 일이고, 그저 신호를 받아 밝게 빛나던 모니터가 갑자기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가능성과 개연성은 다르다고 했다. 실현될 확률의 퍼센테이지가 다르다는 뜻이겠지.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편도핵은 어디까지가 가능성이고 어디까지가 개연성인지 그 확률의 차이를 무시할 때가 있다. 그저 지하철에 타고 있는 나자신이 무서워질 때도 있다. 어느 웹페이지에서는 가스트린유리펩티드 수용체가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개연성일까?
하지만, 어째서 그런지 계속 궁금해하기도 지쳤다. 뭐, 몇 퍼센트의 인간한테는 이런 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일 테니까. 차라리, 뭔가가 두려워지면 마음속으로 가만히 되뇌어본다.
“개.연.성.”
이라고.
그래, 두려운 일이 벌어질, 개연성은 없는거야. 라는 뜻이다. 욕이 아니다.
“나무아미타불”처럼, “ 개.연.성.” 이라는 음성에도 우리가 모르는 힘이 담겨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얼마전에야 깨달았다. 가만히 되뇌이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내가 이 땅에서 유명한 기술자가 될 가능성보다는 치앙마이에서 아무도 모르게 살 개연성이 더 높다는 것을 떠올려본다. 행복해진다.. 행복해진다…
그런 저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우리 머리가 만들어내는 수만가지 잡생각들은 그저 가능성일 뿐이고, 현실은 우리를 개연성으로 꼭 붙들어 주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우주로 떨어져나가지 않고, 지구에 붙어서 지내고 있는거다.
당신도 마음속 깊은 곳이 현실과 만나서 조화를 이루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가. 그럼, 따라해바바…
“개.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