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시사인에서 보았다.

기억에 남는 얘기 중 장일순 선생님의 일화가 많다. 그분을 마음에 늘 기억하며 산다는게 나에겐 굉장히 큰 재산이다. 한 일화다. 장일순 선생님의 이웃에 장사하는 할머니가 살았다. 그 할머니가 기차 타고 오다가 원주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 매우 중요한 돈이었다. 이분이 선생님한테 와서 울며불며 하소연을 했다. 장일순 선생님이 하도 보기 딱해서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원주역에 나갔다고 한다. 일주일 넘게 원주역에 매일 출근한 거다. 원주가 작은 도시이니까, 장일순 선생님을 많이 안다. 이 노인(장일순 선생)이 원주역 광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앉아 있으니까 왜 앉아 있는지 더러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서 소문이 났다. 일주일 되는 날 소매치기가 선생님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었다. “제가 소매치기를 했습니다. 일부 쓰고 일부 남았습니다. 나중에 벌어서 갚겠습니다.” 그 돈을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다음날 장일순 선생님이 역전에 나와 그 소매치기를 찾아가 소줏집에 데려갔다. 술을 사면서 말했다. “내가 자네 영업을 방해했지? 용서하게.” 따뜻하게 마음을 달랬다. 가만 생각해보니, 소도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정한 삶을 살려면 작은 공동체에 가서 살아야 한다.

나는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장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한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이야기가 사람을 움직인다. 장일순 선생님이 이런 일화를 남겨준 것이 후학에게 얼마나 큰 재산이 되는지 모른다. 이런 분 때문에 ‘애국심’이 생긴다. ‘장 선생님과 같은 나라에 태어났다는 고마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2009년 1월 13일 시사인 신년강좌에서

기억에 남을까 싶어 복사하지 않고 타이핑했다.


댓글

humble : ‘작은 공동체’라는 말이 눈에 배깁니다. 사실 공동체는 작을 때 공동체일 수 있지, 커지면 더이상 공동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김종철 선생님에게 장일순 선생님이 큰 힘이 되듯이 제게도 김종철 선생님은 큰 힘이십니다. 그리고 이 글을 손수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하셨을 블로그 주인 되시는 분도 제게 힘이 되어주시는군요. (2009-02-12 05:3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