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생물학적 뿌리
TODO: 아돌프 포르트만 찾아서 읽어볼 것.
스위스의 동물생태학자 아돌프 포르트만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조기 출산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인간은 태어나서 한살이 돼야 비로소 다른 포유류들이 태어날 때와 비슷한 발육 상태에 도달한다. 다시 말해, 임신 기간이 21개월이 돼야 다른 동물의 새끼처럼 태어나서 곧 걷기 시작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인데, 사람의 자식은 지나치게 짧은 임신 기간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극히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다. 제대로 성장하려면 아기는 태어난 뒤에도 일년 정도는 어머니의 자궁에 있을 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환경 속에 있어야 한다. 이 기간에 아기는 어머니의 자궁 대신 ‘사회적 자궁’ 속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기간에 인간다운 기본 특성들이 형성된다. 아기는 성인들로부터 끊임없이 밀착된 보살핌을 받기 위해 울음을 포함한 온갖 수단으로 자기의 존재를 알려 항상 관심과 주목의 중심에 있고자 한다. 유아의 이 나르시시즘은 생물학적 요구에 의한 것이다. 개체나 집단으로서 인간에게 가장 뿌리깊은 욕망의 하나는 타자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망이다. 이것이 결국 부와 권력과 명성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탐욕으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그것이 조기 출산에 따르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과 결부된 것인 한, 이 욕망의 뿌리를 잘라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 이 시기를 통해서 인간은 누구든 타자의 도움 없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하기 때문에, 인간 사회란 타자에 대한 신뢰와 의존, 보살핌과 협력 없이는 지탱되지 않는다는 좀 더 성숙한 인식이 광범하게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 시사인 2009.6.13 에서
시스템이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일 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