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교토 2일 (미미즈카, 산주산겐도, 기요미즈데라, 이시베코지)

2010년 3월 15일

08:42 기상 08:55 식사 10:07 지하철 ~ 게이한 시치조역 10:30 골목에서 버스발견. 장어가 있는 골목.         (귀무덤. 토요토미가 신이되어있네? 절도받네? 합장도 하네?)         (주변석벽도 엄청크네? 죽어서도 고생시켰네?) 11:00 산주산겐도         (그 바로옆에는 이런 엄청난 불당이. 자비롭고 살생을 금하시는 부처님이 계시네?) 11:40 걷기 시작 11:50 차완자카 12:20 기요미즈테라 12:55 물마시기. 난 탐진치중에 뭘 정화한 걸까. 13:09 산넨자카, 니넨자카, 핫바 13:35 료마무덤 13:43 네네미치 13:45 이시베 코지 14:03 히사고 휴일 14:17 야사카진자앞 덮밥집 14:50 마루야마 공원. 이후 뭘했는지 불분명, 아마도 아케이드를 배회한 듯함. (오늘은 하루에 있던 일들 몽땅 한 포스트에 올려봅니다. 다행히 오후 3시 이후 기록이 하나도 없어서…)

8시에 눈이 떠진다.

일찍자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낮에 힘들게 몸을 쓰면 된다. 앉아만 있으니까 잠이 안오는 것일뿐. 자… 몸을 쓰자.

이로하는 조식도 좋다.

지하철 선전. 이것 말고 “일본에, 교토가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선전도 있었다.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해준다. 걸어서 청수사에 갈 작정이었지만, 갑자기 산주산겐도를 보고 싶어졌다. 걷기는 좀 멀다. 시치조에 내려서, 근처에 있는 미미즈카와 풍국신사도 가보기로 한다.

예쁜 꽃이다.

이 꽃이 기억에 남은건, 평범한 골목길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꽃이었기 때문이다. 관리하는 사람이 있겠다. 내가 꺾으면 그 사람이 혼날까?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네팔, 인도에 미치는 걸까.

네팔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그리워하며 그린 것일까?

아니면, 네팔에서 온 노동자가 모는 자동차?

우유가게, 미용실, 반찬 가게가 있었다.

아침에 금방 구운 장어를 파는 동네. 길가에 아름다운 꽃이 있는 동네. 사람 살만한 동네처럼 보였다. 그때 갑자기 무덤이 나타났다.

주택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원래는 귀무덤이 아니었다.

코무덤이었다. 너무 잔인한 이름이라해서 귀무덤으로 바뀌었다. 어떤 이름이건, 조선 사람들을 많이 죽였다는 증거다.

이 무덤의 길 건너에는 히데요시가 신이되어있다.

절도 한다. 뭘 빌려고 절을 하는 걸까.

베트남같은 걸 생각해보면, 박정희를 욕하는 사람들도 베트남에서 우리 군인들이 잔인했다던가… 해서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뭐, 그렇겠지. 침략당한 쪽만 잊기 힘든거다. 등등 노트에다가 한참 뭐라고 끄적이다가 그냥 지워버렸다.

원래 풍국신사에 들르면 신사입구 왼편의 거대한 종을 보아야 한다. 거기에 새겨젼 국가안강 어찌구하는 글귀 때문에 히데요시의 아들이 죽게된다. 하지만, 어쩐지 기분이 우울해져서 그냥 나와버렸다.

나오는 길에 보이는 석벽. 히데요시는 죽은 다음에도 사람들을 힘들게 했네 그랴.

약간 우울한 기분으로 산주산겐도에 도착했다.

저안에 들어있는 부처님들을 보는 순간, 저절로 경건해지고, 착해지고 종교적이고 엄숙해진다. 사진을 찍지말라는 제약 때문에 눈을 더 크게 뜨게된다. 앞에서 봤던 귀무덤이나 신이 된 히데요시 따위는 모두 잊게된다. 편리하다.

나도 일상 속에서, 그런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슬쩍 떠오르면서, 찝찝해진다. 이 절은 “이기적인 나” 를 위한 절이었나.

좀 우울해지려하는데, 생각은 생각대로 흐르라고 내버려두고, 일단 사진이나 찍기로 한다. 심지어 기념품 코너에서 아름다운 불상 사진들을 기념품으로 사기도 했다. 여기 부처님들은 그렇게 감동적이었다.

멋진 부처님들을 보고 나오니까, 세상은 참 착하고 좋은 곳이라는 감각만 남는다.

저 아이들, 찍어달라고 하면 될 것을, 자기들이 해보겠다고 저런다. 재미있을 때다. 저렇게 카메라 각도를 맞춰놓고 달려가서 나란히 선다.

산주산겐도를 나서는데, 눈앞에 꽃이 왔다갔다 한다.

“교토, 길에서 만난 화려함.” 이라고 이름붙여 준다.

차완자카에서 만난 풍경. 저 안쪽을 걸어보고 싶었다.  사실, 교토에서 4박이나 했지만, 리스트에 있던 곳들 중에 10분의 1도 못가봤다.

원래 그렇게 하기로 생각은 했었지만, 한집 건너면 여기도 볼거리, 골목에 들어가면 또 다른 절. 이런 식이었다. 다 보기로 욕심낼 필요는 없겠다. 그럴 수도 없고.

돌아와서 일본 전문가 형님과 담소를 나누는데, 아마 교토를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은 오전에 절하나, 오후에 절하나. 쉬엄 쉬엄 보는 걸꺼라고 하신다. 맞는 것 같다.

어느덧 기요미즈데라다.

가만히 저 용을 보니까, 오사카 금룡라멘집 지붕에 있던 용이랑 비슷한 색이다.

절에오면 부처님께 절을 하자. 하지만 저 앞은 부처님이 아니라… 칠복신이었던 듯.

저 아래는 나무들이 받치고 있다.

일단, 위에 서면 그런건 잊는다. 그러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 잊을건 잊어야 한다. 편리하게. 지구가 돌고있어서 어지럽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닥터후의 대사가 가슴을 치곤했다. “나는 지구가 도는걸 느끼는 종류의 사람이야. 그게 어떤건지 당신은 몰라.”

저 나무 기둥들. 139개라고 한다. 형님 증언으로는 한꺼번에 교체할 수는 없으니, 어쩌다 썩어가는 녀석들을 한두개씩 빼서 교체한다고 한다. 형님은 교체하는 장면을 보셨었다고. 구글링해보면 20~30년마다 나무 한두개씩 교체한다고 한다. 보기 힘든 광경일 것이다.

청수사하면, 항상 나오는 장면이다. 나도 한장 보탠다.

조금 다르게 찍어볼라고 애썼다.

여기에서도 동영상을 찍어봤다. K-7 동영상 깔끔하다.

청수사는 맑은 물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했다.

저 물은 원래 복을 주는게 아니라, “탐-진-치” 를 없애 주는 거란다.

하나만 마셔야 효험이 있다는데, 난… 어리석음을 없애고 싶어서 저쪽을 마셨다. 그런데… 혹시 욕심을 없앤 걸까? 어느 쪽부터 탐진치야? 이런 어리석은 !

산넨자카의 쯔께모노 집에 들어갔다.

먹어볼 수 있다. 여기서 친구는 뭔가를 샀다.

친구는 이로하에서 먹던 쯔께모노 중에 입에 맞는 것이 있었는데, 물어보니 “다이콘” 이라고 했다. 몇군데서 다른 쯔께모노를 가리키면서 물어봤는데도, 여전히 대답은 “다이콘”. 알고보니 그건 “무”라는 단어였다. 아.. 우린 “무짱아찌” 라던가.. “무말랭이 무침”이라던가 하는 이름을 알고 싶던 거라고요… 일본어 짧은 우리 탓이긴 하지만서도.

삼년언덕.

핫바. 내지, 어묵바.

료마전을 받아보는 나로써는 료마 무덤을 꼭 봐야하지 않겠나. 그게 국수주의자든 뭐든. 해군을 만드는데 공을 세웠든 말았든. 너무 착한 사람으로 그리는 것 같긴 하다만.

저쪽에 료마 무덤이 있다는 것 같은데..

이런 보라색을 따라가면,

묘비 발견.

안에 들어가보려는데, 관람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더 들어가지 못했다.

돌아나가는 길, 여기서도 저 2층 일식테라스 - 이게 이름이 있을텐데 - 에 눈이간다.

오늘 동생과 잡담하다 기억난건데…

우린 어릴 때 회현동에 살았었다. 그때가 회현동 재개발이 시작되던 시기였는데, 내가 있던 이층집에는 저런 테라스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창문도 있었고 심지어 도꼬노마도 있었다. 재개발 전의 회현동에는 엄청나게 많은 적산가옥들이 남아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서울시내 한복판에 90몇년까지 그런 집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뭐, 이상하게 꼬이긴 했지만 저런 집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도모르게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거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모모한 사진집에 자주 등장하는 다다미와 이층 테라스 때문인걸까. 어느쪽이 더 많이 향수를 일으키는지는 알 수 없다.

네네의 길이다. 네네는 바로…

이 사람이 연기했었지, 공명의 갈림길에서.

이래서 드라마가 무서운 거다. 이 동네 서점에 가보면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잡지가 세권이상 깔려있다. 반대로 나도 일본 드라마나 소설 때문에 이런 저런 로망이 생긴거고 말이지.

여기는 이시베코지.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저 여인이 기모노를 입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걸 기다릴만큼 집착하지는 않았다. 결정적 순간을 위해서는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줘야겠지만… 그래봤자, 다른 사람도 찍은 적이 있는 전형적인 사진일 뿐. 오늘 “윤미네 집“을 손에 들고 보니 이런 사진들이 더 힘없어 보인다.

이시베코지, 론리플래닛 저자는 “Kyoto’s single-most attractive street” 라고 표현했다.

이시베코지에는 입구가 세군데 있는데, 그중 가장 작은 입구는 왼쪽처럼 생겼다. 위쪽으로는 집이 있다. 말하자면 터널이다. 오른쪽은 또 다른 입구. 나머지 하나는 네네의 길 쪽에 있다.

가려했던 집은 휴일. 이런 저런 이유로 짜증이 갑작스레 왕창 밀려왔다.

결국 야사카진자 정문 옆의 덮밥체인에서 해결했다. 저렴할 줄 알았는데, 그다지 싸지 않았다. 흠, 티켓시스템인 가게도 5000원씩 하네.

이런 느낌.

다리도 아프고, 마루야마 공원으로 갔다. 한참 쉬다가 비가 올 것 같아서, 호텔로 돌아갔다.

오늘 저녁도 아주머니가 뭔가를 만들어 준다. 매일 매일 아주머니나 젊은 처자가 찌개를 끓이거나 고기를 구워준다.

맛있었다. 이거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는 것 같던데…

약간 우울했던, 오늘은 포스트 하나로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