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교토 4일 (난젠지, 오쿠노인)

2010년 3월 17일 오전.

08:35 밖으로 !!! 09:25 무린안 지나침 (공사중) 09:26 국제교류회관 09:32 난젠지 09:42 난젠인 10:09 오쿠노인 10:26 수로각 탐사 11:16 철학의길 (할아버지 그림 인상적. 마후라, 맛차, 호넨인 !!!, 은각사) 13:50 오멘 우동, 오리지날 스시 !! 14:50 버스타고 15:39 니시키시장에서 헤매고 뒷골목 탐사 (LOFT 뒤지기 :한번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 BAL 빌딩내 서점 뒤지기 :여기 서점이 정리가 잘 되어있다) 18:30 료칸

오늘은 이로하에 “캐리 조지”사마가 오신다. 우리가 왔던 날에는 저기에 우리 이름이 있었던 걸까.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볼 것이 많다. 서둘러서 난젠지로 간다.

난젠지는 큰 절이다. 하지만 여기서 보고 싶은 것은 큰 절이 아니다. 오쿠노인과 수로각을 보고 싶었다.

수로각이다. 저 위로 물이 흐른다고 했다.

우선은 난젠인.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정원이 아름답다기에 들어가본다.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들어가 볼만 하다.

일본의 정원에 어떤 양식이 있고, 어떤식으로 즐기는게 좋다는 따위의 가이드를 약간 읽고 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원이 예쁘니까,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거닌다면 한시간도 넘게 있을 수 있겠다.

난젠인을 나와 오른쪽으로 꺽어져 코도쿠안으로 갔다. 오쿠노인에 가려면, 코도쿠안의 오른쪽 문을 지나야 한다. 문을 지나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난젠지의 가장 깊은 곳에 다다른다. 여기에 무덤들이 모여있다. 조용한 공동 묘지를 지나면 등산로처럼 보이는 길이 시작된다.

절이 끝나고 산이 시작되는 것 같지만, 여기도 난젠지의 일부다.

주욱 오르다가 ‘길을 잘못 들어섰다’ 싶을 때쯤에 사당이 나타난다. 사람사는 곳과는 한참 떨어진 산속이다.

저 사당뒤쪽의 빨간 다리 건너에 오쿠노인의 핵, 이라 할만한 작은 폭포와 석상이 있는데, 여기는 직접 가서 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산속이라 조금 어두웠던 것 같다. 음(陰)하면서도 완전히 음침하지는 않았는데, 이곳이 바로 교토를 지켜주는 5대 산신중 한분이 사는 곳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를 지어내도 될 법한 장소였다. 어떤 전설이 엮인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토의 깊은 구석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었다.

여기 도착했을 때, 아저씨 한분이 거의 모든 “절 가능한 대상”들에 참배를 하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라던가, 주변의 석상 등등. 이곳의 신령들 한분 한분께 기도하고 나면 뭔가 이뤄질 것 같았다. (오바겠지만, 어쩌면 오래전 백제나 신라에서 건너간 도래인들도 이곳을 발견하고 신비주의적 체험을 하러 올라오곤 하지 않았을까나..)

다시 고도쿠인으로 내려왔다. 공양을 받지 못한 분들이 있길래 1엔씩 놓아드렸다.

고도쿠인의 유명한 너구리들, 이라고 해서 찾아내긴 했는데… 그냥 너구리 인형일 뿐이다. 뭔가 사연이 있는 걸까.

어쨌든, 우리는 다시 내려와서, 두번째 목적지 수로각을 탐사해보았다.

이쪽은 작은 터널로 막혀있었다. 아마도 철학의 길로 연결되지 싶다. 숨참기에 자신있는 누군가가  한번 들어가 봐 주었으면 좋겠다. 요즘도 청수사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간혹있다는데, 교토의 수로를 맨몸으로 탐사하는 사람은 없으려나. 용감한 이의 소식을 기다려보자.

반대편에는 올라가는 길이 있다.

물은 열심히 흐르고 있다. 우리는 물이 흘러오는 곳을 향해 깊이 깊이 들어가보았다.

바닥은 빨간 벽돌. 누군가가 하나 하나 손으로 쌓아올렸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비밀 기지 탐험가의 심정으로 두근대면서, 한참을 걸어가니 저 앞에 뭔가 기계들이 보인다.

저 산 너머에서부터 물길을 뚫었다는 설명을 아무리 읽어도, 백년 전에 산속으로 터널을 만들어서 비와호의 물을 받아왔다고 하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비와호쪽에도 가보고 싶다. 취수구는 어디있는 걸까. 어떻게 생겼을까.

터널 바로 앞에는 발전소가 있다. 관리실도 있다. 우리가 근처를 어슬렁거리니까, 뭐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이곳은 발전소입니다. 안전에 유의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저러고 다녔다. 멀리서 찍으니까 그다지 촌스럽지 않아보인다.

사진 뒤쪽의 동상이 바로 학부 논문 하나로 출세한 인물. 비석에는 공학박사라고 쓰여있다. 공돌이 만세 !

박사님 동상은 자기가 만든 수로 덕분에 잘 나가는 교토를 굽어보고 있다. 저멀리 헤이안진구가 보인다.

수로각 조사할 때 참고했던 블로거가 있었는데… 이분은 우리와 다른 루트로 여기를 벗어나신 것 같다. 우리는 기찻길 옆으로 따라 내려가 봤다. 귀국후에 알게된 것인데, 저 철길은 “인클라인“이라고 부른다. 벛꽃이 피면 사람들도 왕창 몰리고, 우리가 걸었던 비밀기지도 바글대는것 같다.

계속해서, 위 오른편 사진의, 저 붉은 굴다리로 들어가지 않고, 오른편으로 꺾어지니 다시 난젠지가 나왔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난젠지쪽으로 걸어가다가 발견한 특이한 건물. 입구는 일본식인데 내부의 건물은 어쩐지 이국적이다. 여관 같아보여서 다음번에는 여기에 묵어보자는 생각으로 검색해보았다.

해보니, 여관은 아니고 대신 매물로 나온 적이 있는 건물이었다. 사볼까? 우리돈으로 대강… 800억원정도… 유지보수에만 매년 약 10억정도 들어간다고 쓰여있다. 허걱.  교토 시민들은 다들 세입자들이고, 집주인은 대부분 근처의 절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절들이 부자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난젠지 옆집이 800억원이면 난젠지는 얼마란 말인가. 얼마란 말인가. 얼마란 말인가. 얼마란 말인가. 얼마란 말인가.

이때는 다음 번에 저집에서 잘꺼야, 라며 괜히 기분이 좋아졌었다.

뭐, 관광지니까 그런거겠지. 오하라가던 그길의 주택들은 쌀껴. 월세로 들어가면 얼마 안할껴.

난젠지 북문으로 나왔더니 이런 미니 수로각이 보인다. 나는 수로각의 깊은 곳까지 탐사하고 온 사람이다. 이런 작은 수로에도 어쩐지 관심이 갔다.

이제 철학의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