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구마모토 5일 (구마모토성 근처)

2010년 3월 25일

일어나니까, TV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방송해주고 있었다. 멍하니 봐줬다.

11:31 산보. 떨어진 꽃잎찍으러 11:55 그때 그 언덕길로 12:33 성벽에 올라가 봄 13:02 호또모또, 3000원짜리 도시락 (성에서 나름 하나미 함) 15:31 성앞 찻집에서 노트 정리완료 17:00 온천 (1000엔짜리 할것. 우리는 500엔짜리했는데.. 기분나다 말았다.) 18:15 고무라사키. 친구는 냉면. 어 괜찮네. 19:18 시립현대미술관 (이우환 작가 작품 감상하며 커피)

어제 저녁 프론트 아가씨한테

“시내에도 온천이 있는지, 있다면 추천좀 해달라 (시나이니모 온센가 아리마쓰까. 아나타노 오쓰쓰메와 도코데쓰까).”

고 했더니, 지도에 표시해주며 구마모토성 북서쪽 시로노유에는 노천온천도 있어서, 구마모토성을 보면서 목욕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지도에서, 우상귀는 비추하는 온천, 좌상귀가 “시로노유(城の湯)“라는 온천. 위치를 보니, 내가 작년에 가족들을 이끌고 가다가 길을 잃었던 바로 거기다.

프론트 아가씨는 온천 위치들을 찍어주고는, “츠나미니 호테루와 고코데스”라면서 아래쪽에 희미하게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 “츠나미니”는 “참고로”에 가까운 뜻인것 같다. “덧붙이면” 과는 좀 거리가 있는 느낌.

조식 후 지도를 들고, 호텔을 나섰다. 구마모토 성을 가로질러서, 성의 북쪽 마을로 산보를 했다.

길을 잃었을때, 어느 친절한 아저씨가 저 갈림길에서 우리를 안내했었다.

그때, 우연히 이쪽 동네를 보았었다. 외국에 산다면 이런 동네가 괜찮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시내가 가깝고, 공원(성)이 코앞에 있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라고 생각했었다.

저, 바로 앞의 아파트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저 동네도 괜찮아 보이고… 동네 평가를 하며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성쪽으로 돌아왔다.

사진찍기 좋은 계절이었다.

성벽에 오르니 이 나라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를 타겟으로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거군, 의심하게 된다.

질서정연하게 말이지… 저건 고딩들 마츠리 연습인 것 같지만…

성앞 광장의 의자는, 구마모토 공고에서 만든거였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우리는, 갑자기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또모또로 향했다.

그리고, 전국의 고딩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찾아오시는 구마모토 성 잔디밭에 앉아서 뜨거운 도시락을 까먹었다.

도시락 후에는, 찻집에서 노트 최종정리에 들어갔다.

친구에게 전자사전에서 “가위”를 찾아봐달라고 했더니, “하사미” 라고 했다. 잘못 알아들은 나는, 종업원을 불러서 얘기했다.

“스미마셍데쓰케도, 히사미가 아리마쓰까”

그랬더니, 2초정도 나를 쳐다보다가,

“아, 하사미”

그리고는 가서 가위를 가져왔다. 앗, 이런 거는 영원히 헷갈릴 수도 있다. 히사미, 하사미.

전자사전을 빌려서 복습하고 있다. “하사미, 하사미, 하사미, 하사미”.

밥도 먹고, 노트정리도 끝나고, ‘하사미’도 외웠고, 이제 몸좀 녹여보자.

성을 내려가, 호텔직원이 추천해준 “시로노유(城の湯)“로 향했다. 분위기는 천연온천 같은데, 약간 소독약 냄새가 났다. 그리고, 1000엔짜리 티켓을 사야만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는 거였다. 우리는 500엔씩 내고 들어갔는데, 약간 후회된다. 혹시 시내에서 온천하실 분은 1000엔 짜리로 즐기시길.

온천을 마치고 나서 가미도리쪽으로 걸어갔다.

가족들과 함께 헤매던 기억이 떠올랐다.

친구가, 고무라사키에서 냉면을 시켰는데, 맛이 괜찮았다.

한번 더 조용하게 피아노 연주를 듣고 싶어서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미술관 소개 찌라시에, 이곳 찻집에 우리나라 사람의 작품이 있다는 글이 보였다. 까페로 가보니 주인 아줌마가 눈치채고는 어디있는지 알려주셨다.

“이우환”님의 작품이다.

조용히 잡담을 하며 커피를 마셨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