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 대관령

언젠가 트랜스 상태에서 월정사 9층 석탑에 가서 탑돌이를 하면 병이 나을꺼라는 계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세시간이면 도착할 그곳에 가는데 몇년이 걸렸다.

호텔은 켄싱턴 플로라. 원래는 “오대산 호텔”이었다고 한다. 내 기준으론 약간 비쌌다. (조식포함 1박10만원)

전망도 좋고, 정원도 잘꾸몄고, 프론트는 적당히 친절하고, 로비에서는 와이파이가 그런대로 잘 잡혔다.

마누라와 아들. 저 녀석은 지금 내 옆에서, 어제갔던데 또 가자며 뛰어다니고 있다.

호텔로비. 호텔로비같다.

우선 피톤치트로 목욕을 해보자. 천년되었다는 전나무 숲길에서.

공기는 맛있고, 다람쥐(청설모 말고)는 수시로 길을 건너고, 속을 드러낸 거대한 나무도 있었다.

그 길은 거기까지 가서, 걸어볼만 했다.

이런 길은 맨발로 걸어줘야 제맛.

숲길의 사내. (를 찍으려고 했던건가? 아닌가?)

만나고 싶었던 석탑을 만나고 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한적하다가 붐비고, 한적하다 붐비고.. 그랬다. 고려때부터 저 자리를 지켜온 탑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탑근처를 배회하는 나를 마누라와 아들은 기다려주었다.

이 사진은 교보문고의 조용헌 영지순례 책소개에서 발견했다. 편안한 자리인 것처럼 보인다.

식스팩인가 에잇팩인가.

무계획으로 간 우리의 첫날 일정은 천년의 숲길을 걷고, 월정사 입구에서 산채 정식을 먹고, 호텔에서 산책을 하고, 자는 것. 계속 꿈을 꿨지만, 견딜만 했다.

다음날 오전은 대관령 양떼목장.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무슬림, 태국인, 중국인, 경상도민, 서울시민들이 모여서

양들에게 건초를 멕이고 있다.

여기도 공기가 좋다.

오는 길에, 로하스 가든이란 곳에 들렀다. 해발 700m라는 “카페 700”의 커피는 의외로 맛있었다. 같은 단지내에서 파는 피자나 샐러드, 스파게티 모두 모두 맛있었다.

마신후가 괴로워 한동안 안마셨던 커피. 오랫만에 즐겨주었다.

오래된 유럽 마을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 자세히 보면 웃겼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나는 … 월정사 9층 석탑… 탑돌이를 하지는 않았다. 탑을 보고 이러저리 구경하는데,

어쩐지 어느 부처님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 엎드려 절했다. 아들도 따라들어와 엎드린다. 절하고 나와 보니 지장전이라 쓰였다. 검색해보니 우리가 절한 부처님은 아미타부처님이다.

나무아미타불, 할 때 그 아미타 부처님이다. 할머니가 만번은 했을 그 말.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