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비발디
서른 두살 즈음. 직급같은 걸 달고 미팅에 나다니다가, 처음으로 외부 인사들과 밥먹던 때가 기억난다. 처음 만난 다른 회사 사장이나 이사들과 굳이 밥까지 먹어야 하는걸까 생각하며, 전혀 소화되지 않는 무언가를 씹었던 기억. 낯가림이 심했던 나는 ’코딩만 하면 안될까요’ 그때 우리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자꾸 먹다보면 괜찮아져.’
얼마전 처음보는 회사의 어린 코더와 밥을 먹을 때, 그의 눈에서 당시의 내 눈빛을 발견했다. 내가 저랬겠구나 생각이 들어 말해줬다. ‘자꾸 하다보면, 그냥 하게되요.’ 심지어 맛있게 먹게되기도 하고, 신나게 떠들게 되기도 하지. (그러고 나면, 집에가서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후회도 하게된다,는 말은 안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우리 인생에서 말로 설명되는 이야기가 몇개나 있나. 그냥 하는거지.
처가 형님이 무려(!) 노블리안이라는 이름의 숙소에, (한번더) 무려(!) 52평짜리 방을 빌리셨다. 역시 사업하는 분은 다르다.
어쨌든, 이런 모임은 몇년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냥 하는 것일뿐. 겨울에 이런곳에 데리고 오는게 아빠된 자의 의무임에 틀림없으리라. 운전할 사람도 달리 없고.
요 근래 저지른 모든 프로젝트들이 2월말까지 완료라고 쪼아대는 상황속에서 2월28일까지 산속 스키장에 있어야 한다. 올해가 윤년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운동에 젬병이지만, 그래도 보드도 탔었고 스키도 조금 배웠었는데, 지금은 무릎 나갈까봐 도저히 저기에 못가겠다. 갈수록 겁만 많아진다. 관광 곤돌라나 타볼까.
여기까지 이걸 들고와야 한다.
요즘 긴장하는 병이 살짝 다시 고개를 들려고 한다. 3월1일까지 버텨보다가 모든 프로젝트들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멋지지 않을까? 채무불이행 선언.
밤에 그 녀석이 나를 공격해 올때면, …. 그럴때… 나의 도피처가 몇개 있다. 그중 하나가 신토모토교타이.
이상하게 이녀석을 보고있으면, 발작이 오지 않는다. 밝게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자애 말고, 뒤쪽에 남자애) 언제나, 모든일을, 시시한듯이 퉁쳐버리는 태도가 매력적이다. 이것말고 ‘쇼지키신도이’라는 프로그램도 이런 밤에 보기에 좋았다.
참고로 (아는 사람은 벌써 알고 있겠으나) 필요한 분을 위해 밝히자면, 앞의 여자애는 ‘이시하라 사토미’양.
코딩하기, 쓸데없는 동영상보기, 다시 코딩하기.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해가 뜨고… 그러면, 그때서야 편도체도 안정을 찾고, 나는 잠이 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처음엔 어려워보이지만 하다보면 다 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