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하게 그때 일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글에서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글을 보자마자, 즉각 가슴이 딱딱해지며 화가 났다.

십삼년전(!) 어떤 자리에서 내가 그 단어를 꺼냈을 때, 그는 그런 허접한 개념을 말하냐며 나를 강하게 비난했었다. 다른 회사 사람들도 있는 자리였기에 모멸감까지도 느꼈었다.

지금 같으면 다르게 반응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조용히 있었고, 나중에 다른회사로 옮기고 난후에도 몇번이나 그를 만났으며, 친하게 지냈고, 굳이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배울 점이 많은 존경하는 직장 선배였다.

그간 이 일은 직장에서의 불쾌했던,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만 기억했을 뿐, 거기에 이런 분노가 달려있다는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늘 새벽, 갑작스런 감정의 공격에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그에게 즉각 반응하려고까지 했다. 내가 옳았고 그는 틀렸었음을 밝혀, 그가 지식을 뽐내는 모습에 화를 내주고 타인들 앞에서 수치심을 주고 싶었다.

슬픔이나 불안, 공포에 대해서는 ‘마음속의 어린아이’를 달래주어야 한다고 들었지만, 분노도 마찬가지란건 알지 못했다. 연습한 적도 없었다.

그래도, 감정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 이것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를 만난다면, 아마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그에게 말하고, 그때 꽤나 창피했고,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지식이 틀린적이 있다는 것을 받아 들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로인해 그와의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

그 말을 꺼내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감정이 드러날 것이고, ‘마음속의 어린아이’는 화를 쉽게 가라앉히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학교와 사회생활을 하는동안, 친절한 인물중 한사람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그에게서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행동을 반복해왔다.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한,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인물일 뿐임을 깨닫기엔, 내 마음속의 아이가 너무 외로왔을 것이다.

일생에 걸쳐서 꾸준히 반복되는 심리적 투사는, 결국 착각일 뿐이다. 그에게 “권위”를 투사한 후, 그에게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의 실수를 용납할 수 없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미 권위를 투사하고 있는 이에게는 반박할 용기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서야, 조금 용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