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는 일본한자어가 아니다.
나는 산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데, 산보가 ‘일본식한자’ 이니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어 찾아보았다.
- 우선은 고려 후기의 문신 한종유가 저자도에 대해 읊은 한시.
단삼단모요지당(單衫短帽繞池塘) 홑적삼 짧은 갓으로 연못가에 앉으니 격안수양송만량(隔岸垂楊送晩?) 언덕 저 건너 수양버들 석양 녘 서늘함 불어 보내네 산보귀래산월상(散步歸來山月上) 산보하고 돌아오니 달이 떠올라 장두유습로하향(杖頭猶濕露荷香) 지팡이 머리엔 아직도 연꽃향기 남아 있구나
출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저자도는 압구정동과 옥수동 사이에 있던 한강의 섬이다. 한강이 범람할 때마다 압구정동 일대가 물에 잠겨서, 저자도의 흙을 가져다가 매립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졌다. 갈대숲이 있었으며 경관이 아름다웠고 ‘고려 말에 한종유가 여기에 별장을 짓고 노후를 보냈다’ 고 한다.
- 소쇄원 사십팔영중 수계산보
전라남도의 명소중에 소쇄원이있다. 이 소쇄원을 만든이는 양산보(梁山甫, 1503~1557)라는 분이고, 친구중에 김인후의 작품인 소쇄원사십팔영이 소쇄원에 남아있다. 그중 수계산보라는 시다.
제23영 脩階散步(수계산보) 긴 섬돌을 거닐며 澹蕩出塵想 담탕출진상 차분히도 속세를 벗어난 마음으로 逍遙階上行 소요계상행 소요하며 섬돌 위를 구애 없이 걷네 吟成閒箇意 음성한개의 노래할 땐 갖가지 생각들 한가해지고 吟了亦忘情 음료역망정 읊고 나면 또 희로애락의 속정 잊혀지네
출처: 광주 블로그
- 이덕무의 산보초당정
18세기 시인 이덕무의 산보초당정도 있다.
散步草堂庭(산보초당정) 초당 뜰을 한가로이 거닐다 보니 夜氣寒且淸(야기한차청) 밤 기운이 차가우면서도 맑다. 仰看天上月(앙간천상월) 하늘에 있는 달을 올려다 보니 皎皎欲低城(교교욕저성) 맑고 밝은 달빛은 성에 내려 오려 하네 風拂高樹林(풍불고수림) 바람이 높은 나무숲을 털어내니 林鳥有時鳴(림조유시명) 숲에 있던 새가 놀라서 운다. 最愛寒梅株(최애한매주) 사랑스러워라 겨울 매화여 蕭疏垂其英(소소수기영) 드문드문 쓸쓸하게 그 꽃잎을 드리웠네 與君値良宵(여군치량소) 그 대와 더불어 이 좋은 밤 만났으니 把臂露心情(파비로심정) 팔목 잡고 가슴 속 있는 정을 털어 놓아 볼까나
출처: 도정넷
- 중국
중국 한시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산보’가 ‘일본식한자’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