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와 폭력성
새해 첫 외식은 아차산 닭국수라는 가게의 닭반마리 였다. 옆자리에 아저씨 아줌마들 5인이 앉더니 식탁위의 작은 접시를 들고는 꽹가리 처럼 쳤다. 요즘 사물놀이를 배우시는 걸까. 아무튼 한동안 노려보아 드렸지만, 멈추지 않고 돌아가면서 쳤다. 다른 식탁의 아줌마 한분이 시끄럽네 라고 한마디 했고, 종업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잠시후 그들만의 공연은 끝났지만, 죄송하다는 말 같은 건 없었다.
예의 같은 건 어디에 숨어있을까. 멀리까지 가는 버스의 짧은 구간을 이용하다보면, 그 안에서 자신의 아이와, 친구와, 가족과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자들을 매일 볼 수 있다. 길거리에는 가래끓는 소리를 서로에게 들려주는 아저씨들이 가득하다. 까페에서는 존나씨발을 입에 달고 사는 청년들이 옆자리에 앉는다.
어떤 동네에서는 그나마 조금 괜찮았었다는 걸 기억하고는, 결국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으려면 돈으로 방패를 만들어야하는 거구나, 라고 우스운 생각을 한다. 개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옆집의 컴플레인에 그 집을 사버렸다는 삼성 회장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비웃지 않았던가.
타인을 배려하고, 나도 배려받고 사는 것이 올바른 해법일텐데, 과연 우리에게 그런 능력이 남아있을까.
예의는 사라지고, 폭력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