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일상
아내는 장모님, 처형과 함께 가고시마에 다녀왔다. 모래찜질을 했고 영주가문이 남긴 사쿠라지마가 보인다는 정원을 보고 왔다. 힘든 기간 동안 (지금도 내 덕분에 힘들겠지만) 잘 버텨주었다. 고마운 마음 뿐이다. 언젠가 다시 함께 놀러다니게 되면 정말 좋겠다.
아이는 알아서 시간을 쓰도록 했더니 종일 게임을 했다. 두 달 정도 그대로 보기만 하다가 3주 전부터는 시간을 정해서 게임을 하기로 했다. 자유시간을 스스로 잘 배분해서 쓴다는 것은 아직은 힘든 일일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한테도 힘든 일이다.
작년 말에 두달 반짜리 ebs 강의 nate the great 듣기를 완료했었는데, 다음 주부터는 이 책의 문장을 외우도록 해보려 한다. 적당한 도전이 될 것 같다.
공부에 쓰는 시간은 초등학생에게는 하루 30분 정도면 충분하고, 중학교 3학년쯤에도 하루 3시간이면 충분할꺼라 생각하는데, 정답같은게 있을리 없는 문제라 언제나 힘들다. 다만 내가 닥달하지 않아도 아이에겐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고, 내 욕심을 아이에게 투사할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잊지않으려 노력한다.
흥미로운 주제가 보이면 인터넷을 뒤져보고, 책도 좋아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다. 잘 자라주고 있어 고맙다.
회사 일은 잘 하고 있다. ‘5개 회사와 연동하는 구독 결제’는 복잡하지만, 두어달 안에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내 정치따위는 먼나라 이야기로 간혹 듣기만 할 뿐, 일감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과 더 끈끈해져야 더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을까 걱정도 하지만, 그저 내가 필요하면 계속 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걱정은 접기로 했다. 아직 만들어야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니.
그리고, 드디어… 헌재의 판결문을 들으면서, 제대로 된 사람들이 있었구나,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구나, 라고 느꼈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풀려가고 있는 것 같아 슬프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