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에서 편히 쉬는 법
어릴 때 부터 그랬는지 어느 시기부터 이러는건지 모르겠다. 난 항상 걱정을 한다.
요전에도 쇼파에 기대 편히 쉬려는데, 마음속에서 ‘일해야지’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라도 회사에서 일 못한다는 평가를 들으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어서 일해’ 라는 재촉이었다.
잠깐동안 망설이다가 다시 어깨에 힘을 풀고 쇼파에 주저 앉았었다. 목이랑 가슴이랑 한군데씩 긴장을 풀며 쉬려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녀석들이 하나씩 찾아왔다. 내가 지금 다치거나하면 어쩌지? 만약에 가족중에 누가 아프면 어쩌지? 그렇게 이 녀석 저 녀석들이 쇼파위에 앉아있는 내게 차례로 다가왔다.
책임져야하는 사람들이 생긴 후의 버릇일까, 아니면 그전에도 그랬던 걸까, 잘 모르겠다.
두렵고, 무섭게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을 녀석들.
나는 이런 생각들과 싸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번에는 그것들과 싸우거나 혹은 피하려 하는 대신, 가만히 바라보아 주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내게 찾아온 녀석들일 뿐일게다. 피하거나 누르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아 주려고 했다.
엄청나고 절대적이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크나큰 걱정들이었지만, 가만히 바라보아 주다보니, 어느 샌가 봄날의 눈처럼 작아지다가 사라져버리더니, 어느 순간, 햇빛과 그림자가 방바닥을 비추는 모양따위의, 내 앞에 펼쳐진 소소하고 한가한 즐거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었다.
회사에서 박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미움을 사는 일도 생길 수 있고, 건강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을 힘들어하면 문제가 된다. 우리는 원래 간간히 이런 저런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나는 그런 당연한 사실을 잊고, 떠오르는 생각들과 싸우곤 한다.
내 가능성과 한계를 수용하는 것, 쉽지는 않았지만 진전을 느낄 때마다 기쁨은 크다.
나는 그날, 쇼파위에서 아주 오랜만에 편한 잠을 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