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소사이어티

웃기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100원을 번다면, 다른 누군가는 100원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꾸준히 하고있다. 혹은 100원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럴까?

내가 담배한대를 피우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던 “담배한개비”라는 재화를 소멸시켜버림으로써 다른 골초가 담배피울 수 도 있었던 기회를 내가 뺐어온 것일까? 아니면, 담배회사로 하여금 담배농가로부터 담뱃잎을 구매하도록 해서, 경제가 순환되도록 하여, 결국은 다른 골초가 구매능력을 가지도록 도와준 것일까.

한남동 뉴욕스테이크에서 덜익힌 소고기를 먹는 것이나, 인사동에서 랍스터를 먹는 것은 어떨까. 구매행위와 돈을 버는 행위는 선한 일일까, 아니면 악한 일일까.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밤새워 바느질을 했다.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었다. 우리는 농업시대보다는 확실히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살고있다.

1820~1992년 기간에 1인당 부는 8배 증가했다(세계인구는 5배증가했다) 295p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와 동일하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히 스테이크나 랍스터는 맛있고, 그런 것들이 비행기를 타고서 캐나다에서 날아와 인사동 뒷골목에서 사시미가 되는 것은 물질적 풍요와 관련이있다.

책을 읽으면서 했던 잡다한 생각들

1. 자동화가 되면 놀고먹을 수 있나?

학교다니던 두번째 해에 “일하는 로봇을 기술자가 만들어내면 사회주의가 완성되나요?” 라는 철없는 질문을 했었다. 그에 대한 답은 “그걸 팔때 굉장히 비싸게 팔것 같지 않니?” 라는 것.

용역을 하러 다닐 때, 코딩밖에 모르던 나로써는 이런 질문을 했었다. “이것 도입하면 정말 과장님회사에 도움이 됩니까?”. 이에대한 답은 “그럼요, 인력감축이라던가, 효율적인 업무라던가, 그런 것이 있으니까, 도입하는 것이지요.”

세상은 어쨌든 자꾸만 자동화 되어가고 있고, 나의 친구들이 했던 업무중에 상당부분은 내가 만들어낸 코드가 대신 수행하게 되어가고 있다. (진지하게 말하면, 내가 만들어낸 코드라기 보다는, 미국사람이나 독일사람이 만들고 내가 커스터마이징한 코드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그렇게 감축된 인력은 지금 뭘하고 있지? 자동화된 로봇을 만들면 결국은 실직자만 만들어 내게 되는 걸까?

2. 미국의 부를 만들어 낸 것

이런 종류의 “시장” 과 “성장”에 대한 책들은 미국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이 부유하게 된 것은 석유와 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 책이 말하는 대로, “기술과 분업” 덕분일까.

전쟁을 해야할 정도로 “아랍 석유대금의 결제는 달러로!” 를 하는 이유는, 이것이 투자대비 이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 아닐까? 무기 팔아먹는 규모는 또 어떻고?

나이키나 헐리우드나 디즈니랜드가 미국을 부강하게 해주는 걸까, 아니면 쌀과 석유와 무기가 그렇게 해주는 걸까. 미국에서 나온 “성공하기” 책들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국가가 잘살기 때문에 이러이러하게 노력하면 성공할수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그런 책의 밑바닥에는 신식민지를 향한 착취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너무 음모론에 치우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식량을 무기화 하고, 석유이권을 위해서 전쟁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분업과 기술로 인한 경제의 성장이 기본이겠지.

참고 세계경제속의 한국경제

3. 교환가치

한국은 미국의 6대 수출시장이고,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교환을 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 행위이고, 따라서 부를 창조하는 방법인 것 같다.

자리에 앉아서 나무의자를 만들거나, 논에 씨를 뿌리는 행위만이 “올바른 생산” 이라고 할수는 없겠다. 보다 적절한 시장에 내다 팔거나, 심지어는 주식투자를 하는 것조차도 “올바른 생산 행위”에 들어갈 수 있겠다. 즉, 그런 일을 한다고 해도, 세상의 부를 증가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4. 나이키

나이키의 “Just do it” 이 단순한 신발제조자를 “이야기를 파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미성년 착취를 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만들어냈던것 같다. 이 책은 홍보를 잘하면 상품이 잘팔린다는 이야기로 채워진 부분도 꽤 많다. 광고 카피를 만들어내는 것과 진짜로 “이야기”를 파는 것과는 구분이 힘드니까.

생활비가 약간 모자라게 되더라도, 녹차를 먹여서 키운 닭이 낳았다는 달걀을 사곤한다. 우리는 이미, 어떤 이야기가 있어야만 구매하게 되는 사회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홍보대행사에서 만들어낸 문구때문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들이 이야기를 팔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5. 우리주변의 감성시장

요가와 운동을 결합한 “필라티스”는 신사동에서 50분 레슨받는데에 6만원씩한다. 만약에 예약을 했다가, 약속을 못지키면 다음부터는 예약을 받지않겠다는 배짱영업을 하고있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잘나가는 것같다.

가야산의 마음수련원은 1주일간의 수련에 30만원을 내야한다. 비싸서 인기없을것 같지만, 수련생들은 꾸준히 찾아온다. 책에서 말하는 “Who-Am-I market”에 속한다.

다만 부의 불균형은 감성시장이건 어디건 계속해서 존재한다. 타워팰리스 지하매장에는 벌레먹은 것 처럼 보이는 유기농 딸기들이 잘 팔리고, 농약을 먹인 아름다운 딸기는 아무도 안사간다고 한다. “이야기”가 “기술”을 이기는 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다만 이런 현상은 “부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다시 처음의 담배이야기로 돌아가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생에 따르면, 우리모두 먹을꺼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중농학파”와 상거래와 기술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던 “중상학파”가 있었다고 한다. 지주와 전호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지주전호제” 라던가..

결국 적절한 소비는 경제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인 것이다. (엄청난 단순화..의 오류?)

내가 랍스터를 먹어주어야, 캐나다에서 서울까지 오는 비행기가 운행할 것이고, 승무원들이 월급을 받고, 내가 만든 모바일 게임을 구매할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즉, 소비는 선한 행위이다.

그럼, 내가 커스터마이징한 코드들 때문에 실직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국세청에 조사권한을 좀더 줘서, 세금을 잘받아내게 하면 될것같기도 하고. 아니면, 드림소사이어티를 읽게해서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야할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현재상태 실직자인 나로써는 실업급여를 1년정도로 늘렸으면 좋겠다구.

P.S. 도대체 돈을 벌고, 잘살고 싶은 욕망이 있으면서, 그것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라고 동생이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쓸데없는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약간은 기특하다.. 고했다.. 기특.. ^^)

세상은 내가 변화시키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